피지컬 AI 기업 리얼월드(RLWRLD)가 로봇 손의 실제 성능과 설계 한계를 비교·검토할 수 있는 웹 플랫폼 ‘All Hands Up!’을 공개했다. 로봇 손 제조사가 제시하는 스펙시트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실제 운용 특성을 정리하고, 각 제품의 구조적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 분석 플랫폼이다.
리얼월드는 자체 개발한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 ‘RLDX-1’을 앞세워 피지컬 AI 분야에 뛰어든 스타트업이다. 회사는 앞서 로봇 손 조작 성능에 초점을 맞춘 RFM(Robotics Foundation Model) ‘RLDX-1’을 공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로봇 손 하드웨어 자체를 비교·검증하는 데이터 플랫폼을 별도로 내놨다.
이번 공개의 초점은 분명하다. 로봇 손 시장에서 반복돼온 질문, 곧 “어떤 손이 실제 현장에서 잘 작동하는가”에 대한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로봇 손은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의 정교한 작업 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히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성능을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제품이 많다. 자유도 수, 악력, 무게, 크기 같은 숫자는 공개돼 있어도, 실제 파지 안정성이나 손가락 가동 범위, 외부 충격에 대한 반응성까지 읽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리얼월드가 공개한 ‘All Hands Up!’은 바로 그 빈틈을 겨냥한다. 회사는 시중의 다관절 로봇 손 10여 종을 직접 운용한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상 핵심 변수와 현장 성능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정리했다. 단순 스펙 나열이 아니라, 로봇 손을 실제 태스크에 투입했을 때 어떤 강점과 약점이 드러나는지 구조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접근이다.
기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리얼월드가 로봇 손을 바라보는 문제의식이다. 회사는 현재 시장에 나온 제품 가운데 ‘모든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완성형 로봇 손’은 없다고 본다. 손을 작게 만들면 내부에 탑재할 수 있는 구동 모터가 작아져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고, 반대로 강한 악력을 확보하려고 기어비를 높이면 외부 힘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역구동성이 떨어진다. 작고 가볍고 힘이 세면서도 정교하게 반응하는 손을 한 번에 구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제조사는 설계 목적에 따라 일부 성능을 취하고 일부를 포기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리얼월드는 그 상충관계를 좀 더 실무적으로 풀어냈다. 엄지손가락의 가동 범위를 평가하는 Kapandji Scale, 손가락 끝 마디 관절의 독립 구동 여부, 최소 파지 가능 직경, 손 외장 소재의 마찰 특성 등 실제 조작 성능에 직결되는 항목을 핵심 변수로 제시했다. 스펙표에서 잘 드러나지 않지만 현장에서는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지점들이다. 예컨대 작은 물체를 안정적으로 집을 수 있는지, 미끄러운 표면을 다룰 때 어느 정도 버티는지, 엄지가 어느 방향까지 돌아가 다양한 그립을 만들 수 있는지 같은 문제다.
여기에 리얼월드는 자체 벤치마크 ‘DexBench’를 붙였다. 총 18종의 실세계 조작 태스크를 기준으로 각 로봇 손의 성능과 한계를 분석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이 벤치마크를 통해 로봇 손별 특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고 본다. 로봇 손 시장에서 그동안 비교 기준이 제조사별 설명과 일부 데모 영상에 기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벤치마크 기반 평가는 분명 의미가 있다.
다만 플랫폼이 산업 전반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DexBench가 업계에서 얼마나 폭넓게 수용될지, 평가 대상 손 모델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날지, 실제 산업 현장의 태스크 다양성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정 기업이 만든 비교 체계인 만큼, 향후 외부 연구자나 제조사 검증이 뒤따를수록 신뢰도는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데이터 공개 범위가 제한되거나 평가 조건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 ‘자사 관점의 큐레이션’에 머문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리얼월드는 완벽한 로봇 손을 단일 제품으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전제로, 하드웨어를 목적별로 이원화해 운영하는 전략도 제안했다. 하나는 실제 산업 현장 배포를 염두에 둔 ‘Type 1’이다. 경량성과 내구성을 우선한 실사용형 구조다. 다른 하나는 AI 학습 데이터 수집용 ‘Type 2’다. 미세 조작과 데이터 확보를 위해 높은 역구동성과 정밀성을 확보한 구조를 가리킨다. 현장 투입용 손과 학습용 손을 분리해 상호 보완적으로 쓰는 편이 지금 단계에선 더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이 대목은 로봇 업계가 마주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고장에 강하고 유지보수가 쉬운 손이 중요하지만, 학습 단계에서는 작은 힘 변화와 접촉 감각, 섬세한 손가락 움직임을 많이 기록할 수 있는 구조가 유리하다. 두 조건을 하나의 하드웨어에 모두 담는 일은 쉽지 않다. 리얼월드의 제안은 화려한 ‘만능 손’ 경쟁보다, 목적별 최적화와 데이터 수집 전략을 분리해 보자는 쪽에 가깝다.
플랫폼의 또 다른 축은 웹 기반 시뮬레이션이다. All Hands Up!은 URDF 기반 인터랙티브 시각화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브라우저 안에서 각 로봇 손의 관절을 직접 움직여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별도 고가 소프트웨어나 전용 개발 환경 없이도 마우스 조작만으로 파지 형태와 관절 구동 방식을 가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연구자나 개발자는 특정 손이 원하는 그립을 만들 수 있는지, 손가락 구조가 작업 목적과 맞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제품별 주요 사양 비교와 URDF 데이터도 함께 제공한다.
리얼월드 입장에선 이 플랫폼이 단순한 홍보 페이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류중희 대표는 All Hands Up!을 “로봇 손 기술의 실제 운용 데이터를 산업 전반과 공유하는 오픈 플랫폼”이라고 규정했다. 일회성 공개에 그치지 않고 분기마다 콘텐츠를 업데이트해 최신 실증 데이터를 계속 축적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업계 시선에서 보면 이번 시도는 분명 시의성이 있다.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에 대한 투자 열기가 커지면서, 이제 경쟁의 무게중심이 “로봇이 무엇을 인식하느냐”에서 “실제로 손으로 무엇을 해내느냐”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언어모델과 비전 모델이 로봇의 두뇌를 강화하는 흐름이라면, 다관절 손은 그 지능이 물리 세계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마지막 접점에 가깝다.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 못지않게, 그 모델이 올라탈 하드웨어의 설계 품질과 데이터 수집 구조가 중요해지는 배경이다.
물론 플랫폼 공개만으로 생태계 표준이 곧바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현장 도입으로 이어지려면 더 많은 손 모델과 공개 데이터, 반복 검증 사례가 쌓여야 한다. 그럼에도 리얼월드의 이번 행보는 로봇 손을 ‘제품 카탈로그의 영역’에서 ‘검증 가능한 데이터의 영역’으로 옮겨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만하다. 피지컬 AI 시장이 커질수록, 결국 남는 질문은 단순하다. 로봇 손이 얼마나 정교한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얼마나 믿고 쓸 수 있는가다. 리얼월드가 내놓은 All Hands Up!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출발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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