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4000만 년 전부터 있었다… 경남 창녕에 숨은 ‘태고의 늪’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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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4000만 년 전부터 있었다… 경남 창녕에 숨은 ‘태고의 늪’ 정체

위키트리 2026-06-22 13:57: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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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군의 서쪽 가장자리를 흐르는 낙동강 유역에는 태고의 시간을 그대로 품은 거대한 물웅덩이가 숨 쉬고 있다.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초록빛 수생식물의 융단과 그 위를 날아다니는 철새들의 울음소리는 번잡한 도심의 소음을 단숨에 지워버린다. 자연을 고스란히 느끼며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이들에게 안성맞춤 여행지를 소개한다.

창녕 우포늪.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우포늪의 역사는 인류의 기원보다 훨씬 이전인 중생대 백악기 시절, 약 1억 40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반도 지형이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암반층을 바탕으로, 신생대 마지막 빙하기를 거치며 낙동강의 범람과 배수 불량이 반복돼 호소성 배후습지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오랜 세월 동안 퇴적물이 쌓이고 물이 고이면서 자연스럽게 독특한 습지 생태계가 완성됐다.

1933년 가치를 인정받아 보호 사적으로 지정됐고, 광복 이후 1962년에는 ‘창녕 백조 도래지’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 제15호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천연기념물 지정이 해제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주변 습지들이 농지로 개간되면서 늪의 면적이 크게 줄어들었고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끈질긴 보전 노력 덕분에 파괴를 면할 수 있었다.

결국 1998년 국제 람사르 협약 습지로 등록되면서 세계적인 생태 보고로 우뚝 섰다. 2011년에는 ‘창녕 우포늪 천연보호구역’으로 재지정돼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지명에 얽힌 독특한 유래

창녕 우포늪.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우포늪은 우포, 목포, 사지포 등 3개의 포와 쪽지벌, 산밖벌 등 2개의 벌로 이뤄진 거대한 습지 군락이다. 다섯개 구역은 흥미로운 옛 이름과 유래를 간직하고 있다. 현지 주민들이 '소벌'이라 부르는 우포(牛浦)는 주변의 우항산(牛項山) 형세가 마치 소의 목을 닮았고, 그 소가 늪의 물을 먹고 있는 형상이라 해 이름 붙었다. 전체 습지 중 가장 면적이 넓으며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우포늪의 대표적인 풍경이 바로 이곳에서 펼쳐진다.

목포(木浦)는 우리말로 ‘나무벌’이라 부른다. 옛날 이 주변에 나무가 울창해 땔감으로 쓸 나무를 많이 모을 수 있었던 곳이라 이러한 이름이 유래했다. 사지포(砂旨浦)는 ‘모래벌’이라는 이름 그대로, 상류에서 흘러 내려온 모래가 다른 늪에 비해 바닥에 많이 가라앉아 있어서 붙은 명칭이다. 가장 규모가 작은 쪽지벌은 한눈에 봐도 크기가 ‘쪽지’처럼 작다고 해 순우리말 그대로 이름이 지어졌다.

우포늪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풍역한 생물 다양성이다. 이곳에는 가시연꽃, 마름, 자라풀, 창포, 갈대 등 800여 종의 수생식물이 빽빽한 군락을 이뤄 자란다. 수생식물들은 단순히 늪을 장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탁한 물을 거르는 천연 정수기 역할을 하며 습지의 수질을 맑게 유지해 준다. 특히 여름철이 되면 넓은 잎을 가진 가시연꽃이 수면을 가득 채우며 보랏빛 꽃을 피워내는 장관을 목격할 수 있다.

우포늪 여행의 시작점은 단연 우포늪생태관이다. 습지의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공간으로, 5개의 주제별 전시실을 통해 우포늪의 생성 과정과 서식하는 생물들의 생태를 정교한 모형과 영상으로 먼저 학습할 수 있다. 생태관을 나와 본격적인 탐방에 나서면 약 8.4km에 이르는 ‘우포늪 생명길’ 트레킹 코스가 이어진다.

사지포 제방과 주매 제방을 따라 걷다 보면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습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이른 새벽에 방문하면 수면 위로 하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그 속을 소리 없이 가르는 어부의 쪽배라는, 오직 우포늪에서만 볼 수 있는 몽환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우포늪생태관은 누구나 무료 입장 가능하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일이다.

우포늪으로 가는 길

창녕 우포늪.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우포늪으로 가는 길은 교통편을 미리 확인해 두면 그리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대구부산고속도로 또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 창녕IC나 영산IC로 진출하면 된다. 고속도로 나들목을 빠져나와 우포늪 이정표를 따라 유어면 방면으로 약 15~20분가량 달리면 주차장을 갖춘 우포늪 안내소에 도착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할 때는 창녕시외버스터미널이 거점이 된다. 창녕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뒤, 우포늪(세진마을) 방면으로 운행하는 군내버스로 환승해야 한다. 군내버스는 배차 간격이 다소 긴 편이므로 터미널 내부의 버스 시간표를 반드시 미리 확인해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기암괴석과 천년 고찰의 조화, 화왕산 관룡사

관룡사.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창녕군 고암면 옥천리에 자리한 관룡사는 통일신라 시대의 유서 깊은 불교 문화를 품은 천년 고찰이다. 원효대사가 제자들과 함께 화왕산 정상의 연못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절을 지었다는 창건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신라 8대 사찰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은 화왕산 군립공원의 동쪽 계곡 끝자락에 위치해 압도적인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절 마당에 들어서면 대웅전 뒤편으로 수십 개의 기암괴석 바위 봉우리가 병풍처럼 가로막고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거대한 바위산이 사찰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 형상을 하고 있어 풍수지리적으로 기운이 강하고 아늑한 명당으로 꼽힌다.

관룡사는 수많은 보물과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도 매우 높다. 사찰의 중심인 대웅전(보물 제212호)을 비롯해 약사전(보물 제146호), 소조여래좌상(보물 제1719호) 등이 온전히 보존돼 불교 미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특히 약사전 내부에 모셔진 석조여래좌상은 고려 시대 석불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절 마당에 서면 들리는 은은한 풍경 소리와 산바람은 우포늪과는 또 다른 차원의 정적인 평온함을 선사한다.

관룡사 대웅전.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사찰의 백미는 대웅전 옆길을 따라 약 20분 정도 가파른 바위길을 올라가면 만나는 용선대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끝에 홀로 서 있는 석조여래좌상이 눈길을 끈다.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이 불상은 높은 산꼭대기 천연 바위 위에 기단을 만들고 정교하게 조각돼 있다. 이곳에 서면 창녕의 굽이치는 산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마치 불상이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관룡사로 들어오는 진입로 계곡 옆에는 투박하고 친근한 표정의 돌장승 두 기가 마주 보고 서 있다. 경남 민속문화재 제6호로 지정된 관룡사 석장승은 사찰의 경계를 표시함과 동시에 잡귀나 액운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벽사(辟邪)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불교 사찰 입구에 조선시대 민속 신앙인 장승이 공존하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유튜브, 좋은아침TV-산행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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