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검색의 앞단을 빠르게 잠식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AI 검색 대응 수준이 아직 초입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웹사이트 안의 콘텐츠는 어느 정도 갖췄지만, AI가 브랜드를 신뢰하고 인용하는 데 필요한 구조화와 외부 신호 관리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콘텐츠 그로스 마케팅 기업 엘리펀트컴퍼니는 국내 주요 기업 548개사의 생성형 AI 검색 엔진 최적화(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평균 점수가 46.4점으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 조사 대상 가운데 50점 미만의 위험·주의 구간에 속한 기업은 62%, 70점 이상 우수 구간에 진입한 기업은 6.0%에 그쳤다.
GEO는 ChatGPT, 퍼플렉시티, Gemini 같은 생성형 AI가 사용자 질문에 답할 때 특정 기업의 브랜드와 콘텐츠를 이해하고, 답변에 언급하거나 참고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 구조와 외부 신뢰 신호를 정비하는 전략을 뜻한다. 전통적인 검색엔진최적화(SEO)가 검색 결과 페이지 노출을 겨냥했다면, GEO는 AI가 브랜드를 어떻게 읽고 해석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개념에 가깝다.
이번 리포트는 엘리펀트컴퍼니가 운영하는 GEO 계산기에 쌓인 데이터 871건 중 유효 표본 548건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수집 기간은 2025년 11월 24일부터 2026년 4월 8일까지다. 평가는 크게 두 축으로 이뤄졌다. 하나는 기업 웹사이트 구조와 콘텐츠 품질을 보는 온사이트 영역, 다른 하나는 언론 보도, 리뷰, 커뮤니티 언급, 소셜, 지식그래프 등 외부 신뢰 신호를 살피는 오프사이트 영역이다.
분석 결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온사이트와 오프사이트 간 격차다. 국내 548개 기업의 온사이트 평균은 54.7점, 오프사이트 평균은 37.6점으로 집계됐다. 두 영역의 차이는 17.1점에 달했다. 다시 말해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웹사이트와 블로그, 서비스 소개 페이지는 어느 정도 정비돼 있지만, 생성형 AI가 외부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언론 보도, 리뷰, 커뮤니티 언급, 지식그래프 같은 신호는 훨씬 취약하다는 얘기다.
웹사이트 구조화 수준도 기대에 못 미쳤다. 전체 548개 기업 가운데 294개사(53.6%)는 스키마 마크업을 전혀 구현하지 않은 상태로 조사됐다. 스키마 마크업은 기업 정보, 제품, 서비스, FAQ, 리뷰 등 웹페이지의 의미를 검색엔진과 AI가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화 데이터다. 콘텐츠 양이 많더라도, AI가 이를 읽고 연결할 수 있는 형식으로 정리돼 있지 않으면 검색 가시성과 인용 가능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오프사이트 지표에서는 “노출은 있지만 신뢰는 약하다”는 특징이 드러났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PR 멘션을 1건 이상 보유한 곳은 69.9%였지만, 긍정 감성 비중은 36.3%에 머물렀다. 커뮤니티와 지식그래프 항목에서도 30점 이하 기업 비중이 높았다. 단순 기사 노출이나 소셜 계정 운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AI가 참고할 만한 일관된 브랜드 정보와 외부 평가를 얼마나 축적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평균 점수는 올라갔지만, 대기업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엘리펀트컴퍼니에 따르면 대기업군도 40.4%가 위험·주의 구간에 머물렀다. 브랜드 인지도와 외부 언급량이 많더라도, 정작 웹사이트 구조화와 브랜드 정보 관리가 뒤따르지 않으면 AI 검색 환경에서 가시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대로 70점 이상 우수 구간에 들어간 기업은 전체의 6%(33개사)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은 온사이트 구조화뿐 아니라 언론 보도, 리뷰 등 오프사이트 신호가 전체 평균 대비 두 배 이상 높았다는 게 리포트의 설명이다. 업종별로는 B2C 커머스(33.3%)와 B2B SaaS(30.3%)가 상대적으로 앞선 것으로 분석됐다. 상품 정보, 고객 후기, FAQ, 사용 사례처럼 구조화 가능한 콘텐츠 자산이 풍부하고, 외부 언급이 비교적 활발한 업종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김예지 엘리펀트컴퍼니 대표는 “이제 소비자의 정보 탐색은 검색 결과 페이지를 넘어 생성형 AI의 답변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기업은 단순 노출을 넘어서 AI가 이해하고 참고할 수 있는 브랜드 정보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더라도 AI가 해석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발견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며 “앞으로는 온사이트 구조화와 오프사이트 신뢰 신호를 함께 설계하는 GEO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엘리펀트컴퍼니는 리포트에서 GEO 대응을 위한 실무 과제로 △웹사이트 내 브랜드 정보와 콘텐츠 구조화 △Organization, WebSite, Product, FAQPage 등 핵심 스키마 점검 △고객 질문에 직접 답하는 FAQ·사례·블로그 콘텐츠 확충 △언론·리뷰·커뮤니티·소셜·지식그래프 전반의 일관된 브랜드 정보 관리 등을 제시했다.
이번 결과는 어디까지나 엘리펀트컴퍼니 GEO 계산기를 이용한 기업들의 자가진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국내 전체 기업을 대표하는 통계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실제로 AI 검색 대응을 점검하려고 움직인 기업들의 데이터를 모았다는 점에서, 생성형 AI 시대에 기업들이 어느 정도 준비돼 있는지 보여주는 참고 지표로는 의미가 있다.
이번 리포트가 던지는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국내 기업 다수가 아직도 “콘텐츠를 만들면 검색이 알아서 가져간다”는 기존 웹 마케팅 관성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생성형 AI 검색은 단순 노출 경쟁이 아니라 브랜드 정보를 얼마나 구조화하고, 외부 신뢰를 얼마나 일관되게 축적해왔는가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SEO가 검색 결과 상단을 겨냥한 전략이었다면, GEO는 AI의 답변 안으로 브랜드를 밀어 넣는 전략에 가깝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은 콘텐츠 양 자체보다 AI가 읽기 쉬운 구조, 외부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브랜드 근거, 자사 채널과 외부 채널의 일관성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엘리펀트컴퍼니의 이번 분석은 국내 기업들이 그 출발선에서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 보여주는 첫 점검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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