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몬테레이(멕시코)] 김희준 기자= 홍명보 감독이 옌스 카스트로프를 기용하지 않는 걸 두고 한국 축구팬들의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골자는 다음과 같다. 다른 윙백 자원이 못해서가 아니라 카스트로프가 잘하기 때문에 그를 선발로 기용해야 한다.
카스트로프 기용과 관련한 논쟁은 멕시코전에 더욱 크게 불거졌다. 체코전은 왼쪽 윙백으로 오른발을 주로 쓰는 카스트로프 대신 왼발을 주로 쓰는 이태석이 나와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롱패스를 통해 체코 뒷공간을 공략하는 게 주된 전술이었기에 카스트로프보다 킥과 크로스에 강점이 있는 이태석이 나오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멕시코전은 달랐다. 홍 감독은 왼쪽 윙백에 오른발을 주로 쓰는 설영우를 놓았고, 오른쪽 윙백으로는 김문환을 선발했다. 수비를 중시하겠다는 의도가 짙게 묻어났다. 설영우는 레프트백으로 프로 데뷔를 했을 정도로 왼쪽에서도 큰 어색함이 없는 선수다. 상대할 선수가 왼발을 주로 쓰는 공격수 로베르토 알바라도였다는 점에서도 설영우 기용이 괜찮았다. 원래 윙어를 하프스페이스로 좁히는 멕시코 전술대로라면 알바라도는 왼쪽 스토퍼인 이기혁이 맡게 될 터였으나 하비에르 아기레 멕시코 감독도 한국을 의식해 알바라도를 윙백에 가깝게 기용하면서 설영우가 그를 대인수비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럼에도 카스트로프 미선발에 대한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 건 카스트로프 역시 반대발 윙백으로 충분히 수비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카스트로프는 올 시즌 후반기 보루시아묀헨글라트바흐에서 왼쪽 윙백으로 정착해 성공적인 독일 분데스리가 데뷔 시즌을 보냈다. 중앙 미드필더 시절 자주 보인 저돌적인 수비가 윙백으로서 강점이 됐다.
다만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하는 유형이란 게 홍 감독 전술과 상충할 수는 있다. 카드 수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홍 감독은 윙백에게 적극적인 대인 수비보다 수비라인 조절 및 센터백과 호흡을 더 중시한다. 그 측면에서는 이태석이나 설영우처럼 기존에 수비진과 호흡해온 선수들이 유리하다. 카스트로프가 3월 A매치에서 그 가능성을 시험받았다면 월드컵 선발 여부가 바뀌었을 수도 있으나 당시에는 부상으로 경기를 치를 기회를 놓쳤다.
윙백이 주로 측면에 위치해 수비 간격을 벌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카스트로프에게는 좋지 않은 일이다. 체코전 이태석은 물론 멕시코전 설영우도 하프스페이스를 적극적으로 타격하기보다 측면에서 상대 사이드백을 묶어두는 것에 많은 시간을 썼다. 벌어진 수비 간격으로 침투하는 건 공격형 미드필더의 몫이다. 멕시코전 후반 중반 교체로 들어간 황희찬이 윙백보다 낮은 위치에서 출발하면서도 윙백을 지나쳐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설영우 대신 투입된 엄지성도 측면에서 돌파와 크로스를 주로 시도했다.
카스트로프를 기용하지 않은 전술적 이유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카스트로프가 교체로라도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큰 까닭은 그가 대표팀의 다른 모든 윙백 자원과 차별성이 있기 때문이다. 카스트로프는 중앙 미드필더 시절부터 유명했던 ‘파이터 기질’을 윙백으로도 발휘한다. 적극적으로 전진하고 몸싸움을 주저하지 않는다. 멕시코가 레프트윙 훌리안 퀴뇨네스나 스트라이커 라울 히메네스에 비하면 라이트윙이 강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카스트로프 기용은 해볼 만한 모험이었다.
또한 카스트로프는 대표팀에 의외성을 부여할 수 있는 선수다. 카스트로프는 중앙지향적 성향이 강한 윙백으로 하프스페이스 타격을 즐긴다.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가 위치 선정의 달인 이재성이라는 점도 카스트로프와 호흡을 기대케 한다. 카스트로프가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는 돌파로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내면, 손흥민을 비롯한 다른 공격수들이 활동할 영역도 증가한다. 엄지성도 교체 자원으로 제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으니 어쩌면 카스트로프와 엄지성을 동시에 교체 투입하는 선택지도 가능할 것이다.
홍 감독은 트리니다드토바고와 경기에서 카스트로프와 이기혁을 살리는 전술로 재미를 봤다. 아무리 상대가 약팀이었다고 해도 카스트로프가 그 경기에서 보여준 완결성은 월드컵에서 그의 선발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었다. 그렇지만 홍 감독은 카스트로프를 2경기에 단 1분도 기용하지 않았다. 충분한 전술적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도 대표팀에서 가장 이질적이고, 그래서 가장 활용 가치가 높은 카스트로프를 활용하지 않은 건 아쉬운 대목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