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정수 솔루션 스타트업 지오그리드가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건물 배관과 직접 연결되는 정수 시스템을 앞세워 물 관리 시장을 공략해온 회사로, 이번 투자를 계기로 기술 고도화와 해외 확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지오그리드는 22일 제이씨에이치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투자 재원은 제이씨에이치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지역혁신 펀드’에서 나왔다. 이번 투자로 지오그리드는 포스트밸류 기준 165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지오그리드의 주력 제품은 건물 일체형 스마트 정수 솔루션 ‘BLOS(Building Oasis System)’다. 일반 가정용 정수기처럼 특정 지점의 물만 정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건물 급수 배관에 직접 연결해 건물 전체의 물 관리 체계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 솔루션이다. 회사는 BLOS를 통해 건물 내 수질 관리 문제를 설비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기술 포인트는 정수 방식에 있다. 지오그리드에 따르면 BLOS는 별도의 필터 교체나 화학 약품 투입, 자외선 살균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저전압 전기분해 방식으로 배관을 안정화한다. 노후 배관의 오염을 줄이고 수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도 화학 약품을 쓰지 않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물을 마시는 사용자뿐 아니라 건물 운영자 입장에서도 유지관리 부담과 환경 부담을 함께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AI 기반 수질 관리 기능도 붙였다. BLOS는 빅데이터 기반으로 건물 단위의 수질 상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구조를 갖췄다. 관리자가 일일이 점검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수질 변화를 추적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단순 정수 설비를 넘어 ‘건물용 물 인프라 관리 시스템’으로 포지셔닝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번 투자 이후 지오그리드의 행보는 두 갈래로 정리된다. 하나는 기술 고도화, 다른 하나는 시장 확대다. 회사는 BLOS를 민간 B2C·B2B 시장뿐 아니라 공공·교육시설 등 B2G 영역으로 넓히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모든 건물을 오아시스로(Every building, an oasis)”라는 비전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김기현 지오그리드 대표는 “이번 투자는 BLOS의 기술력과 물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함께 인정받은 결과”라며 “건물 안의 물을 근본부터 바꾸는 기술로 일상 속 물 경험을 새롭게 정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투자사인 제이씨에이치인베스트먼트도 기술의 차별성에 주목했다. 회사 측은 지오그리드가 약품과 자외선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 기술로 물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고, 글로벌 시장까지 확장할 잠재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지오그리드는 해외 진출 기반도 다져왔다. 회사는 서울창업허브 공덕의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에 선정돼 현지 시장 조사, 진출 전략 컨설팅, 해외 전시회 참가, 현지 기업·투자자 네트워킹, IR 피칭 기회, 사업화 자금 등을 지원받았다. 서울창업허브 공덕은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현지 액셀러레이팅, 박람회 참가, 투자 연계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오그리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4월 일본 도쿄·고베, 5월 북미 실리콘밸리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후 ‘스시 테크 도쿄 2025’, ‘테크 비트 시즈오카 2025’ 같은 해외 전시·네트워킹 행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물 인프라 분야는 현지 규제와 인증, 시설 운영 방식, 파트너십 구조가 사업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런 프로그램은 초기 해외 레퍼런스를 쌓는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
지오그리드가 공략하는 시장은 겉보기보다 폭이 넓다. 국내 정수 시장은 그동안 가정용 정수기와 산업용 수처리 설비로 양분돼 왔는데, 지오그리드는 그 사이에 놓인 ‘건물 단위 물 관리’ 영역을 겨냥한다. 오피스, 주거시설, 학교, 공공시설, 숙박시설처럼 많은 사람이 함께 쓰는 공간에서 수질 관리와 배관 유지보수 문제를 한 번에 풀겠다는 접근이다. 물 관리가 단순 위생 이슈를 넘어 ESG, 에너지 효율, 시설 운영비 절감 문제와도 연결되는 만큼 시장의 관심을 받을 여지는 있다.
다만 투자 유치와 기술 차별성만으로 곧장 성과를 단정하긴 어렵다. 건물 일체형 솔루션은 설치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고, 건물 유형별로 배관 환경이 달라 실제 도입 장벽이 높을 수 있다. 특히 공공·교육시설과 해외 시장으로 갈수록 인증, 실증, 유지관리 체계, 현지 파트너 확보가 함께 따라붙는다. 지오그리드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좋은 기술”을 “반복 가능한 수주 구조”로 바꾸는 일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번 투자는 국내 물산업 스타트업이 단순 설비 판매를 넘어 AI 기반 인프라 관리 솔루션 기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오그리드가 BLOS를 앞세워 건물용 물 관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지, 그리고 일본·북미를 거쳐 글로벌 수처리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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