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을 다시 꺼내 들었다.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사업화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내세운 점이 이번 공모의 핵심이다. KT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문 액셀러레이터 마크앤컴퍼니와 손잡고 ‘K-PATH 2026’ 참가 기업 모집을 22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K-PATH는 KT가 AI 전환(AX) 사업을 함께 추진할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전신은 2024년 출범한 ‘KPAS(Korea Promising AI Startups)’다. 올해부터는 프로그램 이름을 K-PATH로 바꾸고 운영 체계도 손질했다. 유망 AI 기업과 함께 성장 경로를 만든다는 의미를 이름에 담았다는 게 KT 측 설명이다.
이번 개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마크앤컴퍼니의 참여다. 스타트업 성장 데이터 플랫폼 ‘혁신의숲’을 운영하는 마크앤컴퍼니는 최근 대기업·공공기관과 함께 데이터 기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확대해온 곳이다. 마크앤컴퍼니는 기업 모집과 선발 단계에서 정량 지표를 반영해 시장성과 사업 가능성을 함께 들여다보는 역할을 맡는다. 마크앤컴퍼니는 혁신의숲을 통해 스타트업의 매출, 고용, 투자 이력 등 다양한 성장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 선발과 매칭에 활용해왔다.
KT가 내세운 K-PATH 2026의 방향은 분명하다. 기술 실증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사업 협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선발 기업에는 KT 사업부서와의 PoC(기술검증), 공동 연구개발(R&D) 연계, 공동 상품화 추진, 고객 발굴 지원 등이 제공된다. 여기에 투자 연계, 벤처캐피털 및 대기업 네트워킹, 국내외 전시회·콘퍼런스 참가 지원 등 후속 프로그램도 붙는다.
모집 분야는 다섯 갈래다.
첫째는 엔터프라이즈 AI 및 AI 에이전트, 둘째는 데이터 및 Data for AI, 셋째는 피지컬 AI 및 로보틱스, 넷째는 산업 특화 버티컬 AX, 다섯째는 AI ESG 등 자유 분야다. KT와 마크앤컴퍼니는 이 가운데 약 20개사를 선발할 계획이다. 모집 기간은 6월 22일부터 7월 12일까지다.
홍경표 마크앤컴퍼니 대표는 “데이터 기반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KT와의 협업을 통해 실질적인 공동 사업화 기회를 만들고, AX 시장에서 검증된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겉으로만 보면 대기업의 전형적인 오픈이노베이션 공모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KT가 노리는 지점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AI 모델 자체보다 기업 고객용 업무 혁신, 산업 현장 적용, 데이터 활용, 로보틱스 결합형 서비스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통신사를 넘어 AX 사업자로 영역을 넓히려는 KT 입장에선, 내부 개발만으로는 속도를 내기 어려운 분야를 외부 스타트업과 함께 메우려는 성격이 짙다.
다만 성패는 결국 ‘선발 이후’에 달려 있다. 국내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상당수가 모집 단계에서는 큰 관심을 모으지만, 정작 현업 부서와의 협업 속도나 예산, 구매 의사결정 구조에 막혀 실증에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K-PATH 역시 ‘공동 상품화’와 ‘고객 발굴’까지 내걸었다면, 실제 상용화 사례를 얼마나 만들 수 있는지가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가를 전망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대기업 로고가 붙은 PoC 자체보다 매출로 이어지는 사업 계약, 투자, 후속 고객 확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공모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국내 통신 대기업인 KT가 AI 스타트업을 단순 협력사가 아니라 AX 사업 확장의 파트너로 전면에 세우고 있다는 점, 그리고 선발 과정에 데이터 기반 평가 체계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AI 스타트업 생태계가 “기술 데모”에서 “수익 모델 검증” 단계로 이동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KT와 마크앤컴퍼니가 K-PATH 2026을 통해 어떤 기업을 골라낼지, 또 그 가운데 몇 곳이 실제 공동 사업화 성과를 만들어낼지에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이름을 바꿔 새 출발을 선언한 만큼, 이번 프로그램이 단발성 공모를 넘어 KT의 AI 오픈이노베이션 대표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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