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방침을 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엄격한 조건 아래 최소한의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며 속도 조절을 주문했음에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다. 8·17 전당대회 연임 도전에 시동을 건 행보로 읽힌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스1
정 대표는 2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개혁의 대원칙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며 "검찰개혁의 마침표는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라고 못 박았다.
그는 "내란 완전 청산을 위해서는 내란의 티끌까지 법정에 세워야 하고, 내란을 꿈조차 꿀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검찰개혁도) 마찬가지"라며 "호시탐탐 수사권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는 검찰에게는 '수사권에 대해선 꿈조차 꾸지 마'라고 확실하게 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숟가락만 한 보완수사권이라도 주면 그 숟가락으로 칼을 만들어 정권에게 언제 그 칼을 들이댈지 모를 일"이라며 "그래서 저는 보완수사권의 티끌마저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연어 술파티' 위증 1심 판결을 거론하며 "이번 재판을 보면서 검찰은 정말 고쳐 쓰기 어려운 집단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고 했다. 그는 "법무부와 고검 등에서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법원에 (관련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것도 혹시 검찰의 짬짜미가 아니었을까. 이런 게 제출됐다면 무죄로 나왔겠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은 이 대통령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지점이 있다. 이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보완수사권은 기본적으로 폐지를 한다는 데에는 다들 동의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엄격한 조건 아래 아주 최소한만 (보완수사를) 했으면 좋겠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까지 다 봉쇄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그지 못하면 안 되고, 구더기가 생길 가능성을 다 막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제도라는 것은 만들어서 시행하다가 필요하면 또 교정하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스1
이 대통령은 보완수사권 논의를 두고 "너무 예민하고 또 많이 오염된 주제"라며 "정치적 슬로건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했다. "예외적인 상황을 갖고 이만큼 논란을 만들 필요도 없다"고도 했다. 완전 폐지를 전대의 깃발로 앞세운 정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국회에 권한을 줬으니 책임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원수들이 싸우듯이 하지 말라"며 "같은 진영이라고 하는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전쟁을 해서 되겠나"라고 했다. "왜 그렇게 서로 모욕하고 폄하하느냐"고도 했다. 6·3 지방선거 이후 국정 지지율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여권 내 분열을 지목하며 '포용적 여당'을 거듭 강조한 것도 정 대표 연임 도전에 대한 우회적 제동으로 받아들여졌다. 친이재명계에서는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정 대표가 연임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라는 선명한 깃발을 굽히지 않는 것 자체가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강성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주변에 "내가 불출마하면 오히려 당무 개입 논란이 일어서 대통령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상으로는 대통령을 보호하는 논리이지만 사실상 출마 의지를 굳힌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 대표가 출마를 공식화하면 8·17 전당대회는 친이재명계와 친정청래계의 전면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친명계 지지를 받는 김민석 국무총리, "정 대표 거취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는 송영길 의원의 등판이 거론된다. 친명계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할 경우 이 대통령이 집권 1년여 만에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한 친명계 인사는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뜻을 전했는데도 출마를 강행하는 건 제대로 붙어보자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최고위원회의와 26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구성을 의결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인 2024년 6월 전준위 구성을 앞두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전례를 따른다면, 정 대표도 늦어도 24일까지 대표직을 내려놓고 사실상의 출마 선언에 나설 수 있다. 정 대표가 사퇴하면 새 대표를 뽑을 때까지 한병도 원내대표의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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