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이상원기자] 한때 경영난으로 매각됐던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Kioxia)가 인공지능(AI) 붐의 최대 수혜주로 떠오르면서 SK하이닉스의 투자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8년 약 4조 원을 투자했던 SK하이닉스는 현재 수십조 원 규모의 평가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서 키옥시아 주가는 장중 4% 이상 상승하며 시가총액이 한때 60조 엔(571조 원)을 돌파했다. 불과 6거래일 만에 시가총액이 10조 엔(95조2,830억 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키옥시아는 지난 16일 처음으로 시가총액 50조 엔(476조4천억 원)을 넘어선 데 이어, 단기간에 60조 엔 고지까지 돌파했다. 일본 증시에서 시가총액 60조 엔을 넘어선 기업은 토요타자동차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공격적인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주가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분석하고 있다.
키옥시아는 과거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에서 출발했다. 도시바가 경영 위기에 빠지자 2018년 해당 사업부를 매각했고,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주도한 컨소시엄이 약 2조 엔에 인수했다.
당시 시장 평가는 냉담했다. 사업 구조가 낸드플래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고, 2023년과 2024년에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상장 일정도 수 차례 연기되며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졌다.
2024년 12월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당시에도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았고, 시가총액 역시 1조 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AI 시장 성장에 힘입어 기업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불과 1년 반 만에 시가총액 60조 엔 규모의 초대형 기업으로 변신했다.
키옥시아의 급성장 배경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다. AI 산업에서는 GPU와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고성능 SSD가 필수적이다.
SSD의 핵심 부품이 바로 낸드플래시이며, 키옥시아는 세계 최대 낸드플래시 제조사 중 하나다. 시장에서는 키옥시아의 2026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약 7조 엔(66조7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8배 증가한 수치로, 토요타자동차의 연간 이익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성장 기대감에 글로벌 증권사들이 잇따라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고, AI·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주가 상승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키옥시아의 이 같은 성장세로 SK하이닉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에 참여해 약 4조 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현재 키옥시아 지분 약 20%를 간접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약 15% 수준의 지분으로 전환 가능한 전환사채(CB)도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기준 해당 투자자산 가치를 약 14조 원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후 키옥시아 주가가 폭등하면서 시장에서는 현재 투자 가치가 60조 원을 넘어섰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투자 원금 대비 15배 이상 규모의 평가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물론 키옥시아 투자 수익이 당장 현금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HBM 생산 확대, AI 메모리 경쟁력 강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등 미래 성장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재무적 자산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키옥시아 투자 수익을 일본과의 반도체 협력 확대에 재투자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AI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HBM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수요 역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키옥시아의 성장세와 SK하이닉스의 투자 수익 확대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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