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축소 인쇄 지침을 결정했던 핵심 회의록을 '비공개 원칙'을 이유로 진상규명위원회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투표 중단 사태라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하고도, 그 결정 과정마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현욱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은 22일 MBC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인쇄 축소를 결정한 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해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선관위 측은 비공개 원칙을 고수했다"며 "의결 요지나 안건 상정 내용만 확인했을 뿐, 실제 회의록 자체는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성과 심도 있는 심의를 위해 비공개로 했다"며 "국회 국정조사 특위가 요구하면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인쇄량을 축소한 주된 근거로 '잔여 투표용지 폐기에 따른 예산 낭비 방지'와 '폐기 비용 부담'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작 선관위는 정확한 투표용지 폐기 비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요구한 '최근 10년간 투표용지 처리 비용 결산 현황'에 대해 선관위는 "다른 서류와 함게 폐기되어 별도 산정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인쇄량 축소의 명분으로 내세운 비용 절감이 사실상 근거 없는 '탁상행정'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행정의 무능은 수급 배분 실패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서울 지역에 인쇄된 투표용지 3,067만 8천 800매 중 약 30%인 921만 7천 612매는 사용되지도 못한 채 남았다.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11일 "투표소별 분배 실패는 뼈아픈 실수"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현장의 혼란은 이미 수습 불가능한 상태였다.
중앙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송파구 선관위는 축소 인쇄 결정에 관한 회의록조차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50% 하향 지침을 서면으로 의결하는 안일한 행태를 보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투표용지가 부족해 긴급 투입된 '무번호 투표용지'에 일일이 일련번호를 수기로 기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며 투표 중단 사태가 가속화되는 악순환까지 발생했다.
조 위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으며 "투표 중단 사태를 예측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응한 담당자들에게 징계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중앙선관위와 각급 위원회 간의 권한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선관위를 둘러싼 도덕적 해이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이 재직 당시 배우자를 동반해 해외 출장을 다녀온 점이 드러난 데 대해, 조 위원장은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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