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호실적에도 일자리는 제자리…짙어진 ‘고용 없는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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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호실적에도 일자리는 제자리…짙어진 ‘고용 없는 성장’

뉴스로드 2026-06-22 11: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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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CXO연구소]
[그래프=CXO연구소]

국내 대기업의 고용 증가세가 사실상 멈춰 섰다. 매출과 이익은 늘었지만 일자리는 기대만큼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 흐름이 대기업 집단 전반에서 뚜렷해지고 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가 22일 발표한 ‘102개 그룹 대상 2024년~2025년 고용 변동 분석’에 따르면,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 5조원 이상 102개 대기업집단의 지난해 국내 고용 규모는 192만472명으로 집계됐다. 재작년 191만2302명보다 817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은 0.4%에 불과했다.

이는 직전 조사 당시 92개 대기업집단의 고용 증가율 1.8%, 증가 인원 3만3047명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숫자상으로는 고용이 소폭 증가했지만, 대기업의 신규 일자리 창출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직원 수 1만명을 넘는 아워홈이 한화그룹 계열로 편입된 효과를 제외하면 전체 고용은 사실상 감소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집단의 외형 확대가 곧바로 신규 고용 증가로 이어지던 과거의 공식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102개 그룹의 전체 고용 규모는 같은 해 12월 국내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1555만5839명의 12.2% 수준이었다. 국내 고용의 대부분은 여전히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이 떠받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4대 그룹의 고용 감소다.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대표 대기업 집단은 최근 1년 새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음에도 고용은 오히려 줄었다. 네 그룹에서 감소한 일자리는 총 1만2375개에 달했다.

그룹별로 보면 LG그룹의 고용 감소 폭이 가장 컸다. LG그룹 직원 수는 재작년 14만9459명에서 지난해 14만4089명으로 5370명 줄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의 고용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SK그룹도 3699명 줄어든 10만4602명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2375명 감소한 20만1540명으로 집계됐다. 삼성그룹은 28만3830명으로 여전히 국내 최대 고용 그룹 자리를 지켰지만, 전년보다 931명 감소했다. 삼성은 2017년 24만2006명 이후 7년 연속 고용 증가세를 이어왔으나 지난해 8년 만에 증가 흐름이 멈췄다.

개별 기업 기준으로도 고용 둔화 흐름은 확인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직원 수 12만2748명으로 단일 기업 기준 고용 1위를 유지했지만, 전년보다 660명가량 줄었다. 현대자동차는 7만5409명에서 7만3397명으로 2012명 감소했다. LG전자는 3만6005명에서 3만4405명으로 1600명 줄었다.

반면 플랫폼·물류 기반 기업인 쿠팡은 대기업 고용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쿠팡그룹의 지난해 고용 인원은 10만8131명으로 전년보다 8250명 증가했다. 처음으로 고용 10만 명을 돌파하며 SK를 제치고 그룹 고용 순위 4위에 올랐다.

쿠팡의 고용 확대는 계열사별 수치에서도 두드러진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직원 수는 재작년 7만8159명에서 지난해 8만3676명으로 5517명 늘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도 9만339명에서 10만500명으로 1161명 증가했다. 쿠팡 주식회사 역시 1만1604명에서 1만2815명으로 1211명 늘었다.

고용 증가 1위 그룹은 한화였다. 한화그룹의 직원 수는 재작년 5만7387명에서 지난해 7만1711명으로 1만4324명 증가했다. 그룹 고용 순위도 9위에서 7위로 올라섰다. 다만 여기에는 아워홈 편입 효과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와 쿠팡 외에도 소노인터내셔널은 4056명, 태광은 1822명, LIG는 1080명, KT는 1059명 늘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일부 그룹의 고용 증가가 대기업 전반의 둔화 흐름을 상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고용 감소 그룹도 적지 않았다. 조사 대상 102개 그룹 가운데 최근 1년 새 직원 수가 증가한 곳은 47곳, 감소한 곳은 44곳이었다. 11곳은 신규 편입됐거나 변동이 없었다. 롯데는 4512명, 신세계는 2732명, CJ는 2378명, DL은 1711명, 애경은 1059명 감소했다.

고용 규모 순위에서는 삼성이 28만3830명으로 1위를 지켰고, 현대차 20만1540명, LG 14만4089명, 쿠팡 10만8131명, SK 10만4602명이 뒤를 이었다. 이들 5개 그룹이 고용 10만 명 클럽에 이름을 올렸지만, 쿠팡을 제외한 나머지 4개 그룹은 모두 직원 수가 줄었다.

대기업의 실적 개선과 고용 확대가 더 이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현상은 산업 구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인공지능(AI), 자동화, 디지털 전환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고 있지만, 그 효과가 대규모 신규 채용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과거 제조업 중심 성장기에는 공장 증설과 설비 투자, 생산량 확대가 고용 증가로 연결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AI와 자동화 설비, 소프트웨어 기반 효율화가 인력 수요를 대체하거나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의 성장이 일자리 증가를 보장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의미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AI 확산으로 기업의 수익 증가와 고용 확대 간 연결고리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과거 제조업 중심 성장기처럼 대기업이 대규모 채용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은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AI 시대가 본격화할수록 스타트업과 혁신형 중소기업이 새로운 고용 창출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결국 이번 조사 결과는 대기업의 성장 방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은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매출과 이익을 내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경제 전체의 고용 안정성과 양질의 일자리 확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만으로는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기 어려워진 만큼, 앞으로의 고용 정책은 AI 전환에 따른 직무 재교육, 중소·중견기업 경쟁력 강화, 스타트업 생태계 확대, 신산업 인력 양성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프=CXO연구소]
[그래프=CXO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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