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 이토록 사랑을 받게 될지도, 제 대사가 흥행해 저까지 관심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해서 얼떨떨해요.”
“애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는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의 최고 유행어다. 극성 학부모가 ‘진상 썰’을 넘어 뉴스에 등장하는 사회문제가 됐단 걸 익히 알고 있기에 ‘참교육’ 시청자는 유독 5회 빌런 ‘우진 엄마’에게 분노했다.
우진 엄마를 연기한 배우 박지연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나 “그 말은 실제 교사들이 많이 듣는 이야기라고 들었다”며 “대사가 극중 세 번 등장하는데, 매 상황에 맞게 달리 표현하고자 했다”고 작업 과정을 들려줬다.
‘참교육’은 선을 넘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로 인해 무너진 대한민국의 교권과 교육 현장을 지키기 위해 창설된 교권보호국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극중 박지연이 연기한 이지영, 일명 우진 엄마는 초등학생 자녀의 담임 교사에게 스토킹에 가까운 민원을 걸어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아동학대 허위 고소까지 하는 인물이다.
실감 나는 진상 학부모를 연기했으나 박지연은 결혼은 했지만 자녀는 없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인 조카가 있지만, 극성 사례는 제 주변엔 없었다”며 “그래서 다큐멘터리와 책을 참조했고, 맘카페도 보면서 연구했다. 실제 인근 초등학교 등하굣길에 찾아가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메가폰을 잡은 홍종찬 감독과는 앞서 ‘라이프’부터 ‘소년심판’ ‘Mr.플랑크톤’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박지연은 당초 ‘참교육’의 3회 배역으로 출연하기로 했으나 촬영 직전 홍 감독으로부터 우진 엄마로 변경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그동안 악역은 한 번도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새롭고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부담감도 있었지만, 감독님은 제게 다 믿고 맡겨주셨어요.”
웹툰 원작 대신 홍 감독이 참고차 전달한 맘카페 게시글 등을 비롯해 현실 사례를 통해 캐릭터를 연구했다. 이날 인터뷰에도 가져온 얇은 대본엔 2개월간 진행된 치열한 10회차 촬영보다도 밀도 있는 박지연의 고민이 가득 담겼다. 우진 엄마가 담임 교사를 찾아왔을 때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며 오는 길이었을지 대사와 지문에 없는 내용도 세세히 적혀있었다.
“우진 엄마가 ‘자존감’을 유독 운운하며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이유를 생각 해봤을 땐, 본인의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서인 거 같아요. 부모로서 ‘내’가 실패하기 싫고 상처받기 싫어서 ‘나’를 보호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그렇게 준비를 마친 박지연은 현장에서부터 날아올랐다. 그에게 되갚아 주는 감독관 나화진 역 김무열도 ‘하…무섭다’며 감탄 어린 칭찬을 보낼 정도였다. 그는 “그간 당하는 역할을 주로 맡다보니 빌런이면 희열이 느껴질 줄 알았더니 촬영 후 기분이 안 좋았다. 상대에게 부정적인 에너지를 뿜는 게 힘든 일이구나 싶었고, 빌런 연기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2005년 영화 ‘공공의 적2’로 데뷔한 박지연은 ‘슬기로운 감빵생활’, ‘낭만닥터 김사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등 다양한 작품에서 주로 선한 소시민을 입어왔다. 그런 박지연에게 ‘참교육’은 처음 만난 빌런이지만, 역대급 흥행으로 ‘인생 캐릭터’를 안겨줬다.
작품은 공개 후 2주 합산 2750만 시청수를 기록해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쇼(비영어) 1위를 수성 중이다. 박지연의 SNS 팔로워 수도 4만 명대로 작품 공개 전보다 4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박지연은 “작품의 인기가 계속되어도 저에 대한 관심은 곧 사그라들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스스로 실망하거나 연연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덤덤히 말했다.
“물론 저의 지난 20년에 대한 보상이 되고 있지만, 사실 작품을 만날 때마다 매번 ‘잘하고 있어 힘내’라고 느껴왔어요. 앞으로도 작품 안에서 인물로 보이고 시청자분들께 믿음이 가는 배우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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