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 시장, 반도체 섹터의 폭발적인 상승장에 올라타 투자수익을 몇 배로 불린 이들의 영웅담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예컨대 "5000만원을 투자했더니 2억원이 되어 있더라"고 으쓱대며 주변에 무용담을 늘어놓는 사람들 제법 있다.
단시간에 큰돈 번 재미로 계속 주식판에 붙어서 오래 투자하면, 그 돈이 4억원, 10억원으로 불어날까, 아니면 1억원으로 줄거나, 결국은 원금 손실로 손 털고 나올까. 어느 쪽 확률이 더 높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식으로 계속 투자하면서 매매를 수시로 하면 장기적으로 수익 내기란 쉽지 않다. 이번 수익의 본질이 실력이 아닌 '운 좋게 맞이한 타이밍'이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상승장의 취기에 젖어 이를 자신의 실력으로 착각하고 무리한 투자를 이어간다면 결국 번 돈을 모두 토해내고 파멸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그렇게 되는 무서운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인지적 오류
이번 반도체와 같은 강력한 상승 사이클에서는 사실 반도체 어떤 종목을 잡았어도 우상향했을 것이다. 시장의 거대한 파도에 배를 띄운 것뿐인데, 투자자는 자신이 노를 잘 저어서 나아간 줄 착각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고양 편향(Self-serving bias)'이라고 한다. 행운에 의한 수익을 자신의 탁월한 통찰력 덕분이라 믿는 순간, 시장을 향한 겸손함은 사라지고 오만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
둘째, 수익이 커질수록 함께 커지는 위험천만한 '레버리지'
5000만원으로 2억원을 만든 투자자가 다음 투자에도 5000만원만 굴릴까? 인간의 욕심은 그렇지 않다. 불어난 2억원을 통째로 베팅하거나, 심지어는 신용대출과 미수(레버리지)까지 끌어다 쓰기 십상이다.
- 5000만원의 10% 손실: 500만원 (견딜 수 있음)
- 2억원의 10% 손실: 2000만원 (멘탈이 흔들림)
- 레버리지를 일으킨 4억원의 10% 손실: 4000만원 (패닉 바잉/셀 유발)
판돈이 커지면 리스크 관리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 된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자산의 비대화는 더 큰 파멸의 시작일 뿐이다.
셋째, 영원한 주도주는 없다 : 사이클의 법칙
반도체는 대표적인 시클리컬(cyclical. 경기 변동) 산업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가파른 내리막이 존재한다. 영원히 우상향할 것 같던 주가가 꺾이기 시작할 때 '성공 환상'에 갇힌 투자자는 불타기(물타기)를 감행하며 버틴다. "지난번에도 결국 올랐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고점 물림의 원인이 되며, 결국 사이클의 하단에서 버티지 못하고 전 재산을 다 털리게 된다.
넷째, "먹었으면 쉬어라"···투자의 황금률을 기억해야 할 때
도박판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처음 와서 돈을 딴 초심자'이다. 그들은 우연히 크게 한번 먹었으나 계속하면 잃는다는 사실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마장에서 우연히 첫판에 큰돈을 만지면, 계속 그맛을 잊지 못해 경마장을 떠나지 못한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첫번째 단계가 집을 팔고, 두번째로 전세로 전환, 그 다음은 월세로, 그 다음은 아내까지 판다는 우스개 같은 말이 있지만, 그것은 사실에 가까운 실상이다. 주식도 심하게 빠지면 도박과 같은 마약이고 중독성이 있다.
좀 먹었다고 환상에 젖어 "더, 더, 따블, 트리플-"하면서 까불어대면 주식시장은 순식간에 발톱을 드러낸다. 거꾸로 베팅했을 때의 뼈아픈 손실. 주식 시장은 절대로 만만하지 않다. 큰 수익을 냈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추가 베팅'이 아니라 '강제 휴식'이다.
수익을 낸 직후에는 뇌에서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어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진다. 이때는 컴퓨터를 끄고, 계좌를 잠그고, 시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숨을 고르는 휴식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내가 얻은 수익 중 내 실력은 몇 퍼센트였는지 냉정하게 복기해 봐야 한다. 장밋빛 환상에 광분하여 더 벌겠다고 샀다 팔았다를 계속하면 거의 대부분 끝은 쪽박이다.
시장은 탐욕스러운 자에게 잠시 돈을 빌려줄 뿐,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이자까지 쳐서 반드시 회수해 간다. 5000만원을 2억으로 만들었는가. 비극의 시작일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왕관을 내려놓고 신중해야 할 때이다.
주식시장을 쉽게 보고 덤비면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른다. 명심하기 바란다. 운 좋게 좀 먹었으면 당분간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을 줄 알아야 한다. 그걸 실력으로 알고 돈을 더 태워서 과감히 공격적 투자를 하게 되면, 전재산을 다 바치고 피눈물을 흘릴 수 있다. 호기를 부리면서 자랑을 해대다가 떠날 때는 말없이 사라진다.
주식판에 그런 사람 부지기수이다. 욕심이 사람 잡는다. 우연히 조금 먹었을 때 겸손하고 그 의미를 새길 줄 알아야 시행착오를 피하고 인생살이에 고통이 적을 것이다. 이번에 좀 먹은 사람들, 자중하기 바란다.
여성경제신문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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