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하루아침에 강해진 게 아니에요. 33년 전부터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100년 구상을 세웠고, 우리는 몸이 빠른 선수를 키울 때 일본은 생각이 빠른 선수를 키웠습니다.”
‘한국 축구 레전드’ 최순호의 이 한마디는 최근 일본 축구의 질주를 가장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일본은 21일(한국시간)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튀니지를 4대0으로 완파했다. 아시아 국가 최초의 월드컵 본선 한 경기 4득점, 아시아 국가 월드컵 최다 골 차 승리라는 새 기록까지 세웠다. 독일과 스페인을 꺾었던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며 더 이상 다크호스가 아닌 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축구계 전문가들은 일본 축구 성장의 배경으로 장기 비전과 일관된 시스템, 유소년 육성, 해외 진출 확대를 꼽았다. 이들의 진단을 관통하는 핵심은 결국 ‘100년 구상’으로 대표되는 장기 전략이었다.
최순호는 일본 축구의 출발점으로 ‘100년 구상’을 지목했다. 일본 축구계는 J리그 출범 해인 1993년 전후부터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한 장기 발전 계획을 추진해 왔다. 유소년 육성과 지도자 교육, 프로리그 발전, 해외 진출 확대를 같은 방향 아래 꾸준히 이어오며 지금의 경쟁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최순호는 22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일본은 우리보다 33년을 앞서 출발했다”며 “어느새 월드컵 8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몸이 빠른 선수를 높게 평가했지만, 일본은 생각이 빠른 선수를 키우는 데 집중했다”고 진단했다.
그가 말한 ‘생각이 빠른 선수’는 일본 축구의 특징으로 꼽히는 판단력과 경기 이해도를 의미한다. 단순한 기술이나 체력보다 공을 받기 전 상황을 읽고, 다음 플레이를 미리 준비하는 능력을 오랜 기간 육성해 왔다는 설명이다.
변성환 전 수원 삼성 감독은 현재 일본 축구의 경기 운영 능력이 장기 육성 시스템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선수들은 패스 하나에도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볼을 받기 전부터 주변을 살피고 다음 상황을 준비한다. 의미 없는 플레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가 나와도 계획 안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곧바로 압박과 수비 전환이 가능하다”며 “주변 선수들까지 같은 그림을 공유하며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변 전 감독은 또 일본 대표팀의 유럽파 비중이 높아진 점도 경쟁력의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유럽 강호들을 만나도 위축되지 않는 이유는 이미 같은 리그에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에서 축적한 경험이 대표팀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석주 아주대 감독과 이영민 부천FC 감독은 일본 축구가 30여년 동안 같은 방향성을 유지해 온 점에 주목했다.
하 감독은 “일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시스템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꾸준히 같은 철학과 방식으로 선수를 육성해 왔다”고 말했다. 지도자와 시스템이 바뀌어도 육성 철학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는 평가다.
특히 2018년부터 일본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체제를 장기간 유지한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이영민 감독은 “8년 동안 같은 감독이 팀을 이끌면서 어떤 선수가 들어와도 전술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대표팀은 훈련 시간이 부족한 만큼 이런 연속성이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문가들의 시각은 하나로 모인다. 변성환 전 감독이 말한 ‘생각하는 축구’, 하석주 감독이 강조한 ‘일관성’, 이영민 감독이 평가한 ‘감독 체제의 연속성’은 서로 다른 장점이 아니었다. 일본이 30여년 전 세운 장기 비전 아래 같은 방향으로 축구를 발전시켜 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축구의 성공이 특별한 비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유소년 육성, 프로리그 발전, 지도 철학의 연속성, 해외 진출 확대가 하나의 목표 아래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지금의 일본 축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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