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쌓아온 데이터를 단순 저장하는 단계를 넘어, 인공지능이 교통·안전·에너지·행정 서비스 전반을 학습하고 운영하는 ‘AI 도시’ 실험이 본격화한다. 국토교통부가 처음 추진한 ‘K-AI 시티’ 시범도시 사업에서 충남 천안·아산이 첫 대상지로 선정되면서다. AI 플랫폼 기업 디토닉은 이 사업에서 도시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AI가 활용할 수 있는 운영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디토닉은 천안·아산시 및 주요 AI 기업들과 함께 국토교통부의 ‘AI 특화 시범도시’ 대상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8일 강원 원주시와 충남 천안·아산시를 국내 첫 ‘K-AI 시티’ 시범도시 대상지로 발표했다. 정부는 두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표준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스마트시티 고도화 사업과는 결이 다르다. 기존 스마트시티가 센서와 관제, 데이터 수집 인프라 구축에 무게를 뒀다면, K-AI 시티는 축적된 도시 데이터를 AI가 학습·분석해 실제 도시 운영과 서비스에 활용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는 7월부터 기본구상 연구에 착수하고, 관련 법령 정비와 규제 특례를 거쳐 내년부터 시범도시 지정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사업 완료 목표 시점은 2030년이다.
천안·아산 프로젝트의 규모도 크다. 두 도시는 2030년까지 국비 4000억 원, 지방비 1852억 원, 민간 자본 257억 원 등 총 6109억 원을 투입해 천안 불당동과 아산 배방·탕정 일원을 우선지구로 조성할 계획이다. 국토부 발표와 충남도·천안시 설명을 종합하면, 천안·아산은 초광역 생활권을 묶어 교통·재난·민원 등 공통 도시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모델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토닉이 맡은 축은 ‘도시 AI 운영의 기반 계층’에 가깝다. 회사는 천안·아산시와 함께 각 기관에 흩어진 도시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시공간 정보가 제각각인 데이터를 AI가 학습·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는 작업을 담당할 계획이다. 다시 말해 도시 곳곳에서 생성되는 교통·안전·행정 데이터를 한데 모아 정리하고, 여러 AI 서비스가 같은 데이터 기반 위에서 돌아갈 수 있도록 운영 토대를 만드는 역할이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도시 데이터가 생각보다 쉽게 합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산하기관, 공공기관, 민간 서비스 사업자마다 데이터 형식과 관리 체계가 달라 같은 교통 정보나 공간 정보라도 서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AI 시티가 실제로 굴러가려면, 데이터 수집·가공·연계·분석·서비스 실행까지 이어지는 표준화 체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디토닉은 이번 사업에서 그 허리를 맡겠다는 구상이다.
디토닉은 그동안 여러 지자체의 데이터 허브 구축 사업에 참여해 왔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서울·부산·울산·경남·충남·충북 등에서 도시 데이터 플랫폼 구축·운영 경험을 쌓았고, 충북·제주 등 정부 AI 데이터 플랫폼 실증 사업에도 참여했다. 도시 데이터를 모으고 연계하는 플랫폼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천안·아산 프로젝트에서는 개별 AI 서비스보다 그 서비스를 올려놓을 공통 데이터 기반을 만드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업 컨소시엄 구성을 봐도 천안·아산 프로젝트는 ‘단일 서비스 실증’보다 ‘AI 도시 운영 생태계’에 가깝다. 국토부와 지자체 발표에 따르면 천안·아산 컨소시엄에는 디토닉 외에도 오케스트로, 업스테이지, 노타, KAIST 등 11개 기관이 참여한다. 원주 컨소시엄에는 현대자동차, NHN Cloud, 에스트래픽 등이 이름을 올렸다.
디토닉은 최근 부산에서도 비슷한 축의 사업을 추가로 확보했다. 부산시는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2026년 스마트도시 특화단지 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됐고, 해운대 센텀시티 일원 120만2100㎡를 AI 기반 실증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에는 2028년까지 총 168억 원이 투입되며, 디토닉은 부산시와 산하기관, 민간기업들과 함께 교통·보행 안전, MICE·문화, 시민 체감형 서비스 실증에 참여할 예정이다. 보도자료에 적힌 ‘160억 규모’와 달리, 부산시와 언론 보도 기준 공식 사업비는 168억 원이다.
이 때문에 디토닉의 최근 행보는 단순한 스마트시티 솔루션 공급보다 ‘도시 데이터 운영체계 사업자’ 쪽에 더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천안·아산 K-AI 시티와 부산 센텀시티 스마트도시 특화단지는 사업 성격이 완전히 같진 않지만, 둘 다 도시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AI 실증 서비스가 올라갈 수 있는 공통 플랫폼을 만든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AI 시티 경쟁력이 개별 앱이나 단일 서비스보다, 여러 기관과 기업의 데이터를 얼마나 잘 묶어 실제 운영 흐름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물론 과제도 적지 않다. AI 시티는 말 그대로 ‘도시 운영’을 다루는 사업이어서, 기술 시연만으로 끝날 수 없다. 교통 신호 최적화, 재난 대응, 민원 자동화, 도시 안전 서비스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데이터 품질과 개인정보·공공데이터 활용 기준, 지자체 간 협업 구조, 장기 운영 예산까지 함께 검증돼야 한다. 천안·아산이 생활권을 공유하는 두 도시를 하나의 AI 운영 체계로 묶겠다고 나선 만큼, 기술보다 행정·제도 정합성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가 이번 사업을 통해 노리는 것도 결국 그 지점이다. 원주와 천안·아산에서 먼저 규제 특례와 도시지능센터, 데이터 활용 체계를 실험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K-AI 시티의 표준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다시 말해 천안·아산 프로젝트는 특정 기업의 수주 성과를 넘어, 한국형 AI 도시 모델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에 가깝다.
전용주 디토닉 대표는 “AI 시티의 경쟁력은 개별 기술이 아니라 다양한 AI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플랫폼 생태계에서 나온다”며 “디토닉은 데이터와 AI를 연결해 다양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AI 시티 생태계를 구축하고, 천안·아산과 함께 세계적인 AI 도시 모델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내 스마트시티 담론은 오랫동안 인프라 구축과 실증 사업 중심으로 흘러왔다. K-AI 시티는 그 다음 단계, 다시 말해 도시 데이터가 실제로 AI를 통해 도시 운영을 바꾸는 단계까지 갈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프로젝트다. 디토닉이 맡게 된 역할도 결국 여기에 있다. 도시 안에 흩어진 데이터를 AI가 읽을 수 있는 언어로 바꾸고, 그 위에서 여러 서비스가 돌아가도록 연결하는 일이다. 천안·아산이 ‘국내 첫 AI 시티’라는 타이틀을 넘어 실제 작동하는 모델이 될 수 있을지는, 바로 그 연결 구조를 얼마나 견고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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