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축구대표팀이 강호 벨기에를 상대로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득점 없이 비기며 2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다.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G조 2차전에서 이란과 벨기에는 0대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차전에서 나란히 무승부를 거뒀던 두 팀은 2무(승점 2)를 기록하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32강 진출 여부를 다투게 됐다.
승리가 절실했던 벨기에는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틀어쥐었다. 핵심 공격수 제레미 도쿠가 호흡기 감염 증세로 결장했으나, 로멜루 루카쿠와 케빈 더브라위너를 필두로 이란의 수비벽을 두드렸다.
전반 9분 막심 더카위퍼르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으나, 이란 골키퍼 베이란반드의 동물적인 선방에 막혔다. 이란은 철저한 ‘선수비 후역습’ 전술로 맞섰다. 전반 25분 결정적인 역습 찬스에서 메디 타레미가 왼발 슈팅으로 벨기에의 골망을 흔들었지만, 비디오 판독(VAR) 결과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득점이 취소됐다.
벨기에는 전반전 점유율을 81% 대 19%로 압도하고 슈팅 수에서도 11-2로 크게 앞섰으나, 촘촘한 이란의 수비와 골키퍼의 활약에 막혀 득점 없이 전반을 마쳤다.
후반전에도 비슷한 흐름이 전개되던 중, 후반 21분 경기의 가장 큰 변수가 발생했다. 벨기에 센터백 나탄 응고이가 중앙선 부근에서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시도하다 실수를 범했고, 이를 가로채 쇄도하던 이란의 타레미를 잡아채 넘어뜨렸다. 주심은 명백한 득점 기회를 저지했다고 판단해 지체 없이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순식간에 수적 열세에 놓인 벨기에는 공격수 루카쿠를 빼고 수비수 아르튀르 테아트를 투입하며 뒷문을 잠갔다. 반면 이란은 수적 우위를 살려 막판 20여 분간 파상공세를 펼쳤다. 후반 36분 사이드 에자톨라히가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이마저도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결국 양 팀은 0-0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란 골키퍼 베이란반드는 이날 무려 7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경기 최우수선수급 활약을 펼쳤다.
치열했던 경기 내용만큼이나 경기장 밖에서도 각종 논란과 정치적 긴장감이 감돌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경기 종료 직후 혁명 이전 이란 국기가 그려진 셔츠를 입은 한 관중이 그라운드 진입을 시도하다 연행됐다. 경기장 밖에서는 시위대와 축구 팬들이 충돌해 구급차가 출동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경기 전부터 불거진 양국 간의 '비자 논란'도 이어졌다. 마크웨인 멀린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이란 측이 혁명수비대와 직접 연계된 인사의 미국 입국을 시도해, 통상 120명 안팎인 선수단 규모를 53명으로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란축구협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공식 대표가 항공기에 탑승하려다 제지됐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라며 "어떤 증거도 없는 차별적 조치이자 불합리한 제한을 덮기 위한 핑계"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장외 공방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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