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로에 선 한국/下]'학습'서 '추론'으로 이동하는 패권…토종 NPU로 '인프라 주권' 돌파구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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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로에 선 한국/下]'학습'서 '추론'으로 이동하는 패권…토종 NPU로 '인프라 주권' 돌파구 찾는다

비즈니스플러스 2026-06-22 08:34: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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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단순한 반도체 공급을 넘어 산업 전반의 연산 인프라와 운영 환경을 장악하는 플랫폼 전쟁으로 전환되면서 한국 기술 생태계의 자립성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생성형 AI 시장을 지배해온 엔비디아는 독점적인 GPU 공급 역량을 지렛대 삼아 AI 전 영역을 수직계열화하며 사실상의 글로벌 표준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첨단 제조업과 고도화된 정보통신기술(ICT) 네트워크를 갖춘 한국은 엔비디아 생태계 확장의 가장 매력적인 테스트베드이자 협력 파트너로 급부상했다. 이에 국내 대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완성된 플랫폼을 활용해 단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 있으나, 이면에는 가치사슬의 고수익 영역을 넘겨주고 핵심 인프라 주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구조적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비즈니스플러스는 기회와 종속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 AI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글로벌 독점 구조 속에서도 독자적인 기술 축적과 인프라 주권을 유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전략과 성장 경로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독점적 구조로 흐르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에서 자립적인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한국 기술 진영이 내놓은 핵심 카드는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 즉 신경망처리장치(NPU)다. 국가의 데이터 보안과 인프라 독자성을 뜻하는 '소버린 AI'를 실현하려면 거대언어모델(LLM)과 같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이를 하부에서 지탱하는 연산 하드웨어 체계의 국산화가 병행되어야 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AI 반도체 시장은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딥엑스 등 기술력을 검증받은 토종 팹리스 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정부 역시 이들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인 'K-클라우드' 사업을 가동 중이다. 국산 고성능 NPU를 민간 및 공공 데이터센터에 선제적으로 적용해 실제 구동 이력을 쌓게 하고, 이를 토대로 국산 AI 인프라 기반의 클라우드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호응해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등 국내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들도 토종 반도체 칩을 자사 인프라에 장착해 대규모 실증 연동 테스트를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

국내 NPU 기업들이 엔비디아가 장악한 콘크리트 시장을 뚫기 위해 선택한 핵심 전략 요충지는 거대 모델을 만드는 '학습'(Training)이 아닌, 이미 완성된 모델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론'(Inference) 시장이다.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를 처리해야 하는 초기 대규모 학습 단계에서는 고성능 범용 GPU와 굳건한 쿠다 생태계를 앞세운 엔비디아의 벽을 넘어서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생성형 AI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체질이 변하고 있는 추론 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전 세계 인프라 투자 흐름이 모델 개발에서 '실제 서비스 운영 및 유지' 단계로 전환되면서,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연산 성능 그 자체보다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전력 소모량'과 '운영 비용'(TCO) 절감으로 옮겨가고 있다.

토종 NPU들은 AI 추론 연산에만 최적화된 하드웨어 설계를 적용해 범용 GPU 대비 전력 효율성을 수 배 이상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면서도 고속 연산이 가능해 고정비 부담이 큰 데이터센터의 대안 칩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게다가 고성능 연산 장치가 기기 자체에 탑재되는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스마트폰, 드론, 드라이빙 시스템 내부에서 전력 부담 없이 독립 연산을 수행하는 엣지(Edge) 반도체 분야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는 확실한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설계 고도화와 탁월한 전력비 효율에도 불구하고, 국산 NPU 진영이 글로벌 주류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과제가 적지 않다.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는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실제 상용화 레퍼런스'(운영 기록)의 절대적 부족이다. 보수적인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은 하드웨어 제표상의 수치가 우수하더라도 현장에서의 24시간 안정성이 장기간 검증되지 않은 신생 칩의 대규모 도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정책적인 공공 구매 확대와 국내 대기업들의 과감한 초기 동반 도입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더불어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확장성 확보도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엔비디아 쿠다의 독점 체제를 깨뜨리기 위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개방형 AI 소프트웨어 표준 연합(트라이톤, 오픈XLA 등)에 국내 NPU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발자들이 별도의 코드 수정 없이 국산 칩에서도 원활하게 기존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스택(Stack)과 컴파일러 보급이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도 엔비디아에 대한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가속기 다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며 "향후 2~3년 내에 국산 NPU가 호환성과 가성비를 입증해 내어 시장의 선택지를 넓히는 '공존의 생태계'를 구축하느냐가 대한민국 AI 산업의 인프라 주권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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