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최대 스타트업·기술 전시회 ‘비바 테크놀로지 2026(VivaTech 2026)’에서 국내 AI 보안 스타트업 야타브가 규제 산업을 겨냥한 AI 신뢰·검증 플랫폼을 공개했다. 생성형 AI 시장의 경쟁 축이 모델 도입에서 실제 운영으로 옮겨가는 흐름 속에서, 야타브는 “AI의 승부는 도입이 아니라 운영 단계에서 갈린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야타브는 22일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 파리 엑스포 포르트 드 베르사유에서 열린 비바테크 2026에 참가해, 폐쇄망·온프레미스 환경에 최적화한 AI 신뢰·검증 플랫폼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비바테크는 올해 10주년을 맞은 유럽 대표 기술 행사로, 공식 홈페이지 기준 18만명의 참관객과 1만4000개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행사 주제는 ‘인공지능(AI): 환상이 아닌 실질적 영향(Impact, Not Illusion)’으로, AI와 생산성, 기술 주권, 사이버보안, 딥테크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야타브가 이번 전시에서 강조한 지점은 ‘AI를 도입한 뒤 벌어지는 문제’다.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현업에 붙이기 시작하면서 관심사는 더 이상 성능 경쟁에만 머물지 않는다. AI가 틀린 답을 내놓는지,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로 흘리는지, 산업 규제와 내부 통제 기준을 어기는지, 답변의 근거를 추적할 수 있는지 같은 운영 리스크가 새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야타브는 그 공백을 메우는 인프라를 내세웠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플랫폼은 여러 계층으로 구성된다. 우선 외부 입력 단계에서 프롬프트 인젝션 등 위협을 차단하는 보안 계층이 깔리고, 그 위에 AI 답변의 사실성을 점검하는 검증 계층이 놓인다. 이어 기업 내부 문서와 지식을 바탕으로 검색·추론을 수행하는 계층, 실제 업무를 자동화하는 실행 계층, 산업별 도메인에 맞춰 학습한 전용 AI 모델이 연결되는 구조다.
야타브는 이 가운데 입력 보안 기술 ‘AEGIS’와 답변 검증 체계 ‘트루스앵커(TruthAnchor)’를 대표 기능으로 제시했다. AEGIS는 생성형 AI 입력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격과 위협을 실시간으로 걸러내는 보안 레이어로 소개됐다. 트루스앵커는 AI가 생성한 답변을 근거 자료와 연결해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챗봇 응답을 다듬는 수준이 아니라, AI가 기업 환경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보안·검증·통제 체계를 한 플랫폼 안에 담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야타브는 올해 2월 ‘MWC 바르셀로나 2026’에서 AEGIS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가 입력 위협 방어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무대였다면, 이번 비바테크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답변 검증, 업무 실행, 산업 특화 모델까지 묶은 통합형 AI 운영 플랫폼으로 확장한 그림을 제시했다. AI를 “잘 말하는 모델”이 아니라 “현장에서 안전하게 굴릴 수 있는 시스템”으로 다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셈이다.
이번 전시에서 야타브가 특히 힘을 준 키워드는 ‘AI 주권’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데이터와 모델 통제권을 외부 빅테크에 넘기지 않으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 방산, 공공, 제약처럼 민감 정보와 규제 이슈가 많은 산업일수록 외부 클라우드 의존을 줄이고 폐쇄망이나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AI를 운영하려는 수요가 커지는 배경이다. 비바테크 역시 올해 행사에서 AI, 사이버보안, 유럽의 기술 주권을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야타브는 자사 플랫폼이 바로 그 수요와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성찬 야타브 대표는 “주권이 화두인 시장에서 폐쇄망 운영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 전제”라며 “가장 까다로운 방산 폐쇄망과 금융그룹 현장에서 그 전제를 이미 증명해 왔다”고 말했다. 김광일 CTO도 “대부분의 산업용 AI가 외부 모델을 가져와 포장하는 데 머무르는 반면, 야타브는 도메인 학습을 거쳐 코어 모델 자체를 직접 구축하고 안전을 기본값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실제 비바테크 현장에서 야타브는 자동차, 항공우주, 금융, 제약, 사이버보안 분야 글로벌 기업·기관과 연속 미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논의 주제도 비교적 구체적이었다. 자율주행 AI의 안전장치 작동 방식, 폐쇄망 환경에서의 정보 유출 탐지와 검증, 금융 규제 준수 적용 방안 등 산업별 보안 요구사항이 오갔고, 양자 보안과 동형암호화 기술의 결합, 유럽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산업별 공동 PoC(개념검증) 가능성도 검토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시 현장에서의 관심이 곧바로 사업 성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AI 보안과 신뢰 인프라는 생성형 AI 시장이 성숙할수록 중요해지는 영역이지만, 실제 고객 확보 단계에서는 기술 시연보다 보안 인증, 장애 대응 체계, 운영 비용, 유지보수 역량, 장기적인 규제 대응 능력이 더 엄격한 검증 대상이 된다. 특히 유럽의 규제 산업 고객은 기술적 완성도 못지않게 데이터 거버넌스와 감사 가능성, 책임 추적 구조를 꼼꼼히 따지는 편이다.
그럼에도 야타브가 던진 문제의식은 시장 흐름과 맞물린다. 생성형 AI 도입이 확산한 뒤 기업이 마주하는 고민은 “어떤 모델을 쓸 것인가”보다 “그 AI를 믿고 업무에 투입해도 되는가”에 가깝다. 답변의 진위를 검증할 수 있는지, 민감한 정보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지, 규제 위반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추적할 수 있는지가 실제 도입의 기준이 되고 있다. 야타브가 ‘AI 운영 인프라’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 흐름을 겨냥한 행보다.
야타브는 방산·금융 현장에서 쌓은 검증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을 핵심 시장 가운데 하나로 삼아 규제 산업 협력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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