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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전에서 권리 회수까지...계약 해지 전말
퓨쳐켐은 전립선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RPT) FC303 유럽 임상 및 상업화를 위해 2020년 오스트리아 핵의학 전문기업 이아손(IASON)과 공동개발·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아손은 터키를 제외한 유럽 전 지역의 임상, 허가, 상업화를 담당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아손이 글로벌 핵의학 기업 큐리움(Curium)에 인수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아손은 큐리움 오스트리아로 통합됐고 이 과정에서 FC303의 유럽 임상 3상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방사성의약품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큐리움이 글로벌 전립선특이막항원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SMA PET) 진단제 시장 1위 제품인 미국 랜티어스(Lantheus)의 피랄리파이(Pylarify) 유럽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동일 시장에서 피랄리파이를 판매하고 있는 큐리움 입장에서는 경쟁 제품인 FC303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퓨쳐켐 관계자는 “인수 이후 실사 관련 요구 등으로 임상 진행이 계속 지연됐다”며 “결국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해 우리 쪽에서 먼저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인수 후 경쟁 파이프라인 '표류'…업계서 반복되는 패턴
계약 해지는 퓨쳐켐이 먼저 요청한 만큼 비용 부담도 퓨쳐켐이 떠안았다. 계약 기간 동안 이아손으로부터 받은 금액은 약 6억원이었다. 하지만 계약 종료 합의 과정에서 약 16억원을 지급해 순손실은 약 10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 같은 판단의 배경에는 타이밍이 있었다. 퓨쳐켐은 계약 해지를 검토하던 시점 이미 유럽 복수 기업으로부터 파트너십 제안을 받고 있었다. 퓨쳐켐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계약 해지를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용을 부담했다. 단기적으로는 손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회사에 훨씬 더 이익”며 “동시에 유럽 기업 2곳에서 연락이 와 텀시트(Term Sheet)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퓨쳐켐은 유럽 현지 기업 2곳과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 조건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성의약품업계에서는 이번 퓨쳐켐 사례가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종종 목격되는 구조적 패턴과 유사하다는 시각이 있다. 대형 제약사나 의료기업이 경쟁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한 뒤 자사 핵심 제품과 직접 경쟁하는 자산의 개발 우선순위를 낮추거나 사실상 중단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사례로 메디톡스(086900)와 알러간·애브비 기술이전 건이 꼽힌다. 메디톡스는 2013년 당시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1위 기업이던 알러간과 차세대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후보물질 MT10109L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총 3억6200만달러(약 4000억원)로 계약금 6500만달러(약 990억원)와 마일스톤 3500만달러(약 530억원)를 수령했다.
그러나 알러간을 2020년 인수한 애브비는 MT10109L에 대한 연구개발을 사실상 진행하지 않은 채 2021년 9월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메디톡스에 반환했다. 계약 체결부터 권리 반환까지 약 8년 동안 후보물질 개발이 정체됐다는 점에서 보톡스를 보유한 알러간·애브비가 경쟁 제품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해석이 보톡스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퓨쳐켐 경우도 글로벌 PSMA PET 진단제 시장 1위 제품인 피랄리파이 유럽 판권을 보유한 큐리움 입장에서 FC303 개발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방사성의약품업계의 중론이다. 퓨쳐켐이 10억원의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계약 해지를 선택한 것도 이 같은 구조적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최근 수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노바티스 루타테라와 플루빅토, 피랄리파이 등이 잇달아 허가를 받으며 핵의학 진단·치료제에 대한 시장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퓨쳐켐 유럽 재진출 전략은 단순한 파이프라인의 해외 진출을 넘어 회사 전체 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사장될 뻔한 파이프라인...유럽 기업 2곳과 기술이전 협상
FC303이란 전립선암 재발·전이 진단에 사용되는 PSMA 표적 방사성의약품을 말한다. 전립선암 세포 표면에 과발현된 PSMA 단백질에 결합하는 방사성 추적자를 이용해 PET 영상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지난달 프로스타뷰라는 제품명으로 허가받았다.
퓨쳐켐에 따르면 재발 또는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프로스타뷰의 양성예측도(PPV)가 86.96%를 기록했다. 이는 피랄리파이 PPV 81.9%를 웃돈다. 국내에서 최근 허가된 PSMA-1007(ABX)의 병변 영역 수준 예측도 77.8%와 비교해도 높다. 퓨쳐켐은 이 같은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FC303이 임상적 정확도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권리를 회수한 퓨쳐켐은 새로운 유럽 파트너사와 계약을 체결하면 유럽 임상 3상에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퓨쳐켐 관계자는 “세부 계약 조건을 조율하는 단계로 현지 파트너가 확정되면 유럽 임상 3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유럽 파트너사자 정해지면 임상 3상에는 약 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임상 데이터를 유럽의약품청(EMA)에 제출하고 현지 임상 절차를 간소화해 품목 허가를 신속하게 획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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