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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친 '침투'력 비결엔 뼈대부터 달랐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종양 자체보다 암이 구축한 물리적 장벽과 면역억제 환경을 동시에 공략했다는 점"이라며 "KLS-3021은 종양세포를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종양 주변 환경을 항암에 유리한 상태로 바꾸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종양용해바이러스란 암세포 안으로 들어가 증식한 뒤 암세포를 파괴하는 치료제를 말한다. 문제는 침투력에 있다. 아무리 강력한 치료 유전자를 실어 보내도 종양 전체로 퍼지지 못하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많은 종양용해바이러스 후보물질들이 고형암 내부 확산이라는 벽에 가로막혔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해답을 치료제 뼈대에서 찾았다. 자동차에 엔진과 차체가 있듯 종양용해바이러스에도 기본 골격이 되는 바이러스가 있다. 이를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백본(Backbone) 바이러스라고 부른다.
KLS-3021은 일반 백시니아 바이러스 대신 IHD-W 계열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백본으로 채택했다. 이 바이러스는 종양 내부를 더 멀리, 더 넓게 이동하는 특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IHD-W 균주는 바이러스 확산 능력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며 "치료 유전자가 종양 전반에 걸쳐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KLS-3021의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조직 분석에서도 바이러스는 종양 가장자리를 넘어 내부 깊숙한 곳까지 퍼져 있었다. 하지만 연구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종양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암이 쌓아 올린 성벽이 남아 있다면 면역세포는 여전히 접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암 성벽 허물고, 면역군 깨우고, 암 방패까지 벗겼다
KLS-3021의 진짜 차별점은 종양을 공격하는 순서에 있다. 대부분 항암제는 암세포 자체를 겨냥한다. 반면 KLS-3021은 먼저 암의 방어막부터 무너뜨린다.
고형암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세포외기질(ECM)이라는 구조물을 만든다. 쉽게 말하면 암세포 주변을 둘러싼 콘크리트 성벽이다. 이 장벽은 면역세포와 항암제가 종양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가로막는다.
KLS-3021에 탑재된 PH-20은 이 성벽의 핵심 재료인 히알루론산을 분해한다. 실제 연구에서는 KLS-3021 투여 후 히알루론산이 크게 감소했다. 반대로 바이러스는 종양 안쪽으로 더 깊게 퍼졌다. 면역세포가 종양 내부로 들어온 흔적은 뚜렷하게 늘어났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PH-20이 종양 장벽을 완화하면서 바이러스 확산과 면역세포 접근성을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길이 열리자 다음 단계가 시작됐다. KLS-3021에 탑재된 IL-12가 면역세포를 깨웠다. 이어 sPD1-Fc가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속이는 신호를 차단했다. 암의 성벽을 허물고 면역군을 투입하고 암의 방패까지 벗겨낸 셈이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고형암은 물리적 장벽과 면역억제 환경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단일 기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KLS-3021은 장벽 제거, 면역 활성화, 면역 회피 차단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 구현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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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중심부까지 들어갔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면역세포의 움직임이었다. 기존 안티 PD-1 면역항암제 투여군에서도 면역반응은 나타났다. 하지만 종양 가장자리에서 멈췄다. 안티 PD-1은 암세포에 의해 억제된 면역세포 기능을 회복시키는 면역항암제 기전으로 대표 치료제로는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옵디보(니볼루맙) 등이 있다.
연구진은 면역세포의 공격력을 보여주는 그랜자임B(Granzyme B)를 관찰했다. 이는 T세포와 NK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살상 단백질이다. 안티 PD-1 투여군에서는 그랜자임B 신호가 종양 주변부에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반면 KLS-3021 투여군에서는 종양 중앙부까지 강하게 확장됐다. 면역세포가 암의 심장부까지 진입했다는 의미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종양 내부까지 효과적으로 유입되고 공격 기능을 수행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암을 공격하는 면역세포는 증가했고 암을 보호하는 면역세포는 감소했다. 면역세포를 종양으로 불러들이는 신호물질과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신호 역시 함께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결국 종양 주변 환경 자체를 항암에 유리한 상태로 바꿨다고 해석했다.
◇단 한 번 투여로 종양 소실
기술적 차별성은 결국 효능으로 이어졌다. 두경부 편평세포암 모델에서 KLS-3021은 저용량부터 고용량까지 뚜렷한 용량 의존적 항암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최고 용량 투여군에서는 사실상 완전관해에 가까운 결과가 확인됐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투약 24일 시점에서 혀 조직을 육안 평가한 결과 6마리 중 4마리에서는 종양이 관찰되지 않았다"며 "나머지 개체에서도 현저한 종양 감소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PD-L1 양성 모델에서는 anti-PD-1 면역항암제보다 우수한 효능을 나타냈다. 연구진은 PD-L1 발현이 높더라도 면역세포가 종양 내부까지 침투하지 못하면 면역항암제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KLS-3021은 종양 장벽 제거와 면역 활성화를 동시에 유도하면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PD-L1 저발현 난치성 모델에서는 대표적인 화학항암제 시스플라틴과 비교했다. 시스플라틴은 암세포 DNA를 손상시켜 증식을 막는 약물이지만 독성과 내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과는 더욱 극적이었다. 매주 시스플라틴을 투여한 군에서는 종양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KLS-3021은 단 한 번의 투여만으로 종양 퇴축을 이끌어냈다. 연구 기간 동안 의미 있는 체중 감소도 관찰되지 않았다. 강력한 항암효과와 비교적 양호한 내약성을 동시에 확인한 셈이다.
인간 유래 두경부암 세포를 이용한 모델에서는 더욱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실험 종료 시점인 93일까지 9마리 전 개체가 생존했고, 영상 검사에서도 종양 신호가 사라졌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전임상 기준으로는 완전관해(CR·검사상 종양이 사라진 상태)"라며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세 개의 두경부암 모델에서 일관된 효능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는 단순히 종양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암이 구축한 성벽을 허물고 면역세포를 종양 중심부까지 진입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KLS-3021이 종양용해바이러스 치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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