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우진 기자) 월드컵에 데뷔한 인구 14만 퀴라소가 수문장 엘로이 롬의 원맨쇼를 앞세워 역사를 썼다. 14억 중국이 2022 한일 월드컵에서 따내지 못했던 월드컵 승점을 중국 인구의 0.01%에 불과한 퀴라소가 해냈다.
퀴라소가 에콰도르의 맹공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사상 첫 월드컵 승점을 획득했다.
퀴라소와 에콰도르는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의 캔자스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개최) E조 조별리그 2차전 맞대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1차전 코트디부아르전서 0-1로 패하며 좋지 않은 출발을 가져갔던 에콰도르는 조 최약체로 평가받는 퀴라소를 상대로 슈팅 27개, 유효슈팅 15개를 쏟아냈음에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반면 퀴라소는 남미예선을 통과한 대어 에콰도르와 비기면서 첫 월드컵 값진 첫 승점 수확에 성공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퀴라소는 5-4-1로 나섰는데, 골문을 엘로이 롬 골키퍼가 지키는 가운데 수비 라인에 데베론 폰빌, 조슈아 브레넷, 세렐 플로라누스, 아르만도 오비스포, 위리엔 가리, 미드필드진에 주니뉴 바쿠나, 레안드로 바쿠나, 리바노 코메넨시아, 타히트 총이 나섰으며 최전방에는 위르헌 로카디아가 배치됐다.
에콰도르는 3-5-2로 나섰다. 에르난 갈린데스 골키퍼를 필두로 피에로 인카피에, 윌리안 파초, 알란 프랑코가 백3를 형성했고, 양 측면 윙백에 페르비스 에스투피냔과 존 에보아, 중원에 호르디 알시바르, 모이세스 카이세도, 페드로 비테, 최전방 공격수로는 에네르 발렌시아와 곤살로 플라타가 선발 출전했다.
경기 전부터 관심은 뜨거웠다. 앞서 코트디부아르가 독일을 상대로 1-2 역전패를 당한 덕에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은 1차전 패배를 극복하고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
전반부터 공격적으로 두드린 쪽은 에콰도르였다.
에콰도르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중원 핵심 카이세도가 자신의 진영 깊숙한 위치까지 내려와 공을 잡은 뒤 퀴라소 수비 뒷공간으로 절묘한 로빙 패스를 연결했다.
이를 받은 주장 발렌시아가 수비 라인을 허물며 페널티지역 안으로 침투한 뒤 오른발로 감아차기를 시도했지만 퀴라소 골키퍼 롬이 재빨리 몸을 날려 가까운 거리에서 이를 막아냈다.
에콰도르는 전반 20분에도 절호의 선제골 기회를 놓쳤다. 왼쪽 측면에서 에스투피냔의 원터치 패스를 받은 인카피에가 공격에 가담한 뒤 낮고 빠른 크로스를 문전으로 배달했는데, 공은 수비수 오비스포를 스치며 골문 앞으로 흘렀고, 골대 바로 앞에 자리한 발렌시아에게 연결됐다.
그러나 발렌시아는 불과 2m 남짓한 거리에서 제대로 슈팅 타이밍을 잡지 못했고, 힘이 실리지 않은 마무리는 롬 골키퍼 품에 안기고 말았다.
계속해서 주도권을 잡은 에콰도르는 전반 막판에도 퀴라소의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42분 에스투피냔의 패스를 받은 예보아가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절묘한 터치로 수비를 따돌린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골문 구석을 향해 날아가던 공은 위협적이었지만, 롬 골키퍼가 몸을 날려 두 손으로 걷어내며 또 한 번 팀을 구해냈다. 퀴라소는 골키퍼의 연이은 선방 덕분에 전반을 0-0으로 버틸 수 있었다.
후반전에도 에콰도르의 공세는 계속됐다.
후반 14분에는 에콰도르가 또 한 번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쳤다. 카이세도가 올린 코너킥은 문전 혼전 상황으로 이어졌고, 인카피에가 골문 앞으로 헤더 패스를 연결했다. 이를 플라타가 골대 바로 앞에서 머리로 받아 넣었지만, 롬 골키퍼가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골라인 바로 앞에서 공을 걷어내며 실점을 막아냈다.
에콰도르는 후반 20분에도 골문을 열지 못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플라타와 패스를 주고받은 예보아가 안쪽으로 파고든 뒤 정확한 오른발 크로스를 반대편 골문 앞으로 배달했다. 문전으로 쇄도한 발렌시아가 헤더를 시도하며 득점을 노렸지만, 이번에도 롬 골키퍼가 몸을 던져 막아냈다.
이 선방으로 롬은 이날 경기에서만 무려 10번째 세이브를 기록하며 에콰도르 공격진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이후로도 에콰도르의 일방적 공세가 계속됐지만 끝내 골문은 열리지 않았고, 그렇게 경기는 0-0 무승부로 종료됐다. 퀴라소의 골키퍼 롬은 이날 무려 15세이브를 기록했는데, 월드컵 단일 경기 최다 선방 기록인 팀 하워드(미국)의 16선방에 딱 하나 모자른 수치였다.
이날 경기에선 아드보카트 감독의 승점 획득도 화제가 됐다. 1947년 9월27일생으로 만 78세인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6 독일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을 지휘하며 토고를 이기고 프랑스와 비긴 뒤 20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 승점을 챙겼다.
역사적인 첫 승점을 따낸 아드보카트 감독의 퀴라소는 오는 26일 코트디부아르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월드컵 본선 첫 승리 및 32강 진출을 노릴 예정이다. 일방적 공격에도 무득점에 그친 에콰도르는 조 최강 독일을 상대로 힘겨운 승부를 준비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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