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밍고 시위 3주째…수만명 몰려 총리·야당지도자 퇴진 촉구
정치권 불신 확산…총리, 외세개입 주장하며 시위대에 극단주의 낙인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위의 리조트 개발 사업 문제로 촉발된 알바니아 시위가 정치권 전반을 향한 반부패 시위로 확산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약 3주 전인 6월 초부터 시작된 이번 시위의 촉발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알바니아에 추진하는 초호화 리조트 개발사업이었다.
쿠슈너는 알바니아 남부 지역의 해안가에 약 14억 유로(2조5천200억원)를 투자해 대형 리조트를 건설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기초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 반발이 심했고 공사 지역이 플라밍고, 물개 서식지와 인접해 환경 운동 단체들의 비난도 거셌다. 시위는 순식간에 수도 티라나로 확산했다.
시위대는 플라밍고 모양의 분홍색 풍선을 들고 거리로 나왔는데 이 때문에 '플라밍고 시위'로 불린다.
이날 수도 티라나는 종이로 만든 플라밍고와 알바니아 국기로 가득 찼고 유럽 전역에서 모인 수만 명의 알바니아인들은 쿠슈너의 리조트 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시위대는 가운데는 가족 단위, 축구 팬들, 민족주의자, 영국 런던에서 온 차량 행렬 등 다양한 세력이 있었으나 단결된 모습을 보여줬다.
시위대는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는 물론 야당 지도자 샬리 베리샤 모두 축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십년간 정권의 최전선서 활동해온 베리샤도 현재 국가 상황에 책임이 있다는 게 시위대의 주장이다.
아울러 이들은 미국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가 악용되는 방식에 반대한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미국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고 FT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알바니아 시위가 정치 주요 세력 전반을 겨누는 하나의 운동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알바니아 과학아카데미서 활동하는 사회학자 에르빈 카치우는 "이 운동은 정치 부패, 과두정치 세력의 권력, 범죄 행위를 묵인하는 경찰과 주류 언론에 대한 모든 문제점을 종합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정권 전체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체제 인사 중 한명인 파토스 루보냐는 "그들에게 국제적 유대와 거래는 단지 권력 유지 정당화의 또 다른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티라나 북부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아르투르 브레구는 시위에 참여하며 "우리가 무엇을 이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침묵한다면 부패는 영원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센 시위에도 라마 총리는 시위대가 극단주의자들이고 이번 개발 사업은 알바니아 이익에 부합하며 이란을 비롯한 외국 세력이 알바니아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라마 총리는 페이스북에 "플라밍고들은 환경을 사랑하는 척하며 환경과 전혀 무관한 시위를 조장하는 까마귀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직격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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