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이등병 강성재가 요리를 통해 군 생활의 역경을 이겨내고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임지호는 군대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탁문익의 능청스러움과 인간적인 면모를 자연스럽게 살려내며 극에 활기를 더했다. 전작의 인상을 지우고 또 다른 인물을 설득해내며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
"마지막 방송을 '취사병' 팀과 같이 봤어요. 다들 모여서 보면서 '너무 잘됐다'고 이야기했고, 방송이 끝나니까 그제야 실감이 나더라고요. 좋은 기억으로 남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도 마지막 소감을 말씀하시다가 울컥하셨고요. 정말 떠나보내는 느낌이 났어요. 잘 떠나보낸 것 같습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독특하다는 인상이 먼저였다. '취사병'과 '지랄'을 합친 이른바 '취랄'의 기세가 이미 글 안에 담겨 있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취랄'이라고 표현하는 분위기가 대본에 그대로 들어가 있었거든요. '이게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싶었죠. 그래도 이런 작품을 원하는 시청자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느 정도 기대는 했지만 돌아보면 정말 많은 것이 도와준 것 같아요. '왕과 사는 남자'나 '핑계고'처럼 밈으로 소비할 만한 것들이 생기면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 같습니다."
임지호와 조남형 감독의 인연은 '구미호뎐 1938'에서 시작됐다. 당시 B팀 감독이었던 조 감독에게 먼저 오디션 기회를 부탁했고, 약 3개월 뒤 다시 만난 자리에서 탁문익의 대본을 받았다.
"'취사병' 오디션 소식을 듣고 감독님께 먼저 연락드렸어요. 감독님께서 '알겠다. 잠시 기다려달라'고 하셨는데 3개월 동안 연락이 없으셨죠. 하하. 나중에 들어보니 연락해야 한다는 걸 깜빡하셨대요. 전작에서 제가 맡았던 아키라가 워낙 날카로운 인물이라 '이 배우가 맡을 만한 캐릭터가 있을까' 고민하셨던 것 같아요. 당시 동현과 문익 역할이 남아 있었는데 한번 만나보자고 하셨고요. 아무래도 동현보다는 문익이 더 잘 어울린다고 보셔서 오디션도 문익으로 봤습니다."
탁문익은 부대 내 소식을 전달하는 역할인 만큼 정보성 대사가 많은 인물이다. 임지호는 자칫 설명처럼 들릴 수 있는 대사에 리듬과 속도를 더해 장면의 흐름을 살렸고, 긴 대사도 늘어지지 않게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사량이 많기 때문에 통통 튀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사가 많을수록 톤이 떨어지면 명확하게 꽂히지 않거든요. 포인트가 되는 대사는 살려야 듣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톤과 템포를 잡았습니다. 대사에서 가장 집중했던 건 잘 들려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그렇다고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으면 안 되고요."
조남형 감독의 구체적인 디렉션도 과장된 설정을 실제 장면으로 옮기는 데 도움이 됐다. 감독은 장면의 템포와 정서를 설명하고 때로는 직접 연기를 보여줬다.
"감독님께서 이 신은 어떤 느낌인지, 템포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 다 설명해주셨어요. 정확한 그림이 있으셨고 직접 연기를 보여주실 때도 있었는데 보여주고 나면 늘 부끄러워하셨어요. '너희가 배우잖아'라고 하시면서 다음을 맡기셨죠. 감독님께서 디테일하게 잡아주시니까 저희도 겁내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군 복무 경험은 탁문익의 행동을 만드는 데 직접적으로 쓰였다. 행정병 출신인 임지호는 계급뿐 아니라 복무 기간에 따라 달라지는 병사들의 관계와 반응을 알고 있었다.
"오디션 질문 중 하나가 '군대 다녀왔어요?'였어요. 화면에 바로 보이지 않는 디테일이 많거든요. 상병, 이병, 병장으로만 나뉘는 게 아니라 몇 호봉인지, 일병 초인지 일병 말인지까지 다 정해져 있어요. 단역 배우들도 계급과 연차가 있으니까 슛이 들어가면 그에 맞는 리액션을 하는 거죠."
"제가 행정병 출신이다 보니 직접 겪은 관계성이 있었어요. 문익이에게 업무가 과중될 것 같고, 사인을 대신 받거나 인트라넷 결재도 다 올릴 것 같다고 생각했죠. (연기할 때는) 모니터에 아무것도 떠 있지 않아도 손으로 계속 무언가를 바꾸는 동작 등 디테일들을 넣으려고 했어요. "
'강성재' 역을 연기한 박지훈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우선 시도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그 흡수력이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과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강성재를 전혀 다르게 보이게 했다는 설명이다.
"지훈이는 멋진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싫다고 하는 게 없어요. 어떤 제안이 들어와도 즉각 '해볼게요'라고 임하는 친구였어요. 그런 모습이 '왕과 사는 남자' 단종과, '취사병' 성재를 다르게 보이도록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해요. 흡수력이 대단했고요."
극 중 탁문익으로서도 많은 시간을 보낸 만큼 행보관 박재영 역의 윤경호에 대한 애정은 남달라 보였다. 그는 윤경호에게 '태도'를 배웠다며 자신이 닮고 싶은 선배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경호 형을 보고 다들 놀랐어요. 첫 리딩부터 제안해주시는 아이디어와 신에 대한 생각이 남달랐거든요. 연출을 하셔도 정말 재밌는 작품 만드실 것 같아요. 또 후배들도 잘 챙겨주세요. 감독님께 '이 대사는 제 대사인데 이 친구랑 같이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하고, 고정 단역 친구들도 계속 언급해주셨어요. 배우로서도 정말 좋은 분이지만, 선배로서도 굉장히 훌륭하신 분이셨습니다. '내 미래는 저랬으면 좋겠다' '저렇게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끔 만드신 분이셨어요."
임지호는 지난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며 '탁문익'이 실제 자신의 모습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너의 원래 모습이 보이는 캐릭터는 처음'이라고 했어요. 저는 '내가 그래?'라고 했죠. 까불까불하는 게 저 같다는 거예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함께 연기한 친구도 너무 좋다고 해줬어요. '내가 친구들 앞에서는 저렇구나' 싶었죠. 문익이도 제가 가진 모습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취랄'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을 얻는 '미각 보이즈'는 임지호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했다. 아이돌 그룹처럼 등장, 강성재 요리를 맛 평가하는 이들은 인기에 힘입어 실제로 엠넷 '엠카운트다운'까지 진출했다.
"뮤직비디오를 찍고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처음부터 명확했던 건 아니에요. 물론 감독님 머릿속에는 어느 정도 그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희는 긴가민가했죠. 진행되면서 노래 샘플이 나오고 곡이 확정됐고, 안무도 여섯 번에서 일곱 번 정도 수정됐다고 들었어요. 실제 아이돌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분들이 작업하셨고 저희도 후보곡 가운데 각자 마음에 드는 곡을 골랐습니다. 처음부터 '엠카운트다운' 무대까지 생각했던 건 아니지만, 어설프게 보이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부담을 가지고 연습했어요."
미각보이즈는 음악 방송과 릴레이 댄스, 챌린지까지 실제 아이돌에 가까운 활동을 경험했다. 임지호는 배우이기에 가능했던 특별한 경험이라고 돌아봤다.
"릴레이 댄스까지 찍고 나니까 데뷔와 동시에 은퇴하는 느낌이었어요. 티빙에서도 케이크를 준비해주시고 아이돌처럼 대해주셨고 챌린지도 찍었어요. 앞으로 또 해볼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임지호가 OST로 대박이 나서 '단맛 문익' 같은 아이돌 자아로 활동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 하하. 배우를 하는 이유가 이런 데 있는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해보지 못할 일을 작품을 통해 경험하는 거잖아요."
탁문익을 떠나보낸 임지호는 다음 작품에서 다시 문익의 얼굴을 지우고 싶다고 했다. 특정한 캐릭터를 미리 정해두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안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매년 꾸준히 작품을 남기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
"문익이를 했으니까 다음 작품에서는 문익이가 생각나지 않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제가 먼저 캐릭터를 정해놓고 나아가는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디션을 열심히 보고 맡겨지는 역할을 해야 하니까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는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 이 사람이 그 사람이었어?'라는 기억을 남기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1년에 한 작품 이상은 보여드리고 싶고요. 무대든 영화든 드라마든 앞으로 50편 정도는 보여드리고 싶어요. 많은 작품을 남기고 계속해서 도전하려고 애쓰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Copyright ⓒ 지라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