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드라마는 짧다. 그래서 더 정확해야 한다. 배우의 얼굴 하나, 첫 장면의 분위기, 한 번의 반전이 작품 전체를 결정한다.
19일 방송된 ENA·라이프타임 ‘디렉터스 아레나’ 6회는 짧은 영상에서 무엇이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지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여줬다.
톱10 감독들은 1대1 데스매치에 돌입했다. 이주승, 이유진, 한상일, 이동훈, 양경희가 살아남았다. 그러나 결과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이긴 방식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이주승이 만들었다. 상대는 강력한 우승 후보 한수지였다. 이주승이 선택한 무기는 배우 윤소이였다.
4년 만에 연기 활동을 재개한 윤소이는 살인마 역할로 등장했다. 설명을 길게 쌓을 시간은 없었다. 윤소이는 눈빛과 표정, 몸의 속도만으로 인물의 위험성을 전달했다.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작품의 온도가 달라졌다.
이주승은 윤소이의 연기를 과도한 편집이나 설정으로 덮지 않았다. 배우가 가진 긴장감을 믿고 화면을 맡겼다. 이병헌 감독이 “주승이가 잘하니까 재밌네”라고 말한 이유다.
좋은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좋은 작품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배우의 강점을 어디에서 보여주고, 언제 멈추며, 무엇을 숨길 것인가는 연출의 몫이다. 이주승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배우보다 감독의 이름을 앞에 놓을 만한 결과를 만들었다.
한상일은 정반대의 방식으로 승리했다. 그의 무기는 정교한 사실성이 아니라 B급 ‘병맛’의 추진력이었다. 정주도 만만치 않은 작품을 내놓았지만, 한상일은 자신의 장르를 끝까지 밀어붙였다.
차태현은 이병헌 감독에게 “B급의 정석 아니냐”고 물었다. 이병헌 감독은 “난 늘 A급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B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장도연은 “슬픈 얘기였네요”라고 덧붙였다.
짧은 농담이지만 장르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였다. B급은 덜 만든 작품이 아니다. 과장과 엉뚱함, 값싼 듯 보이는 이미지까지 의도적으로 통제해야 성립한다. 한상일의 작품은 무엇을 웃음으로 삼을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유진과 고현국의 대결에서는 작품 밖의 변수가 승부를 흔들었다. 이유진은 단 한 표 차로 이겼다. 그런데 은종훈 감독이 고현국의 작품에 스톱 하나를 실수로 눌렀다고 고백했다. 그 실수가 아니었다면 동점이었다.
장도연은 은종훈을 강하게 질책했다. 웃긴 장면이었지만 동시에 섬뜩했다. 숏폼의 세계에서 한 번의 이탈은 곧 작품에 대한 최종 판정이 된다. 스크롤 한 번, 클릭 한 번이 창작자의 생존을 결정한다.
양경희와 박소랑의 대결은 더 복잡했다. 구독자 평가에서는 박소랑이 이겼다. 그러나 파이브스타즈의 스톱이 박소랑에게 몰렸고, 최종 결과는 양경희의 역전승이었다.
대중성은 박소랑에게, 심사위원의 지속 시청은 양경희에게 기울었다. 하나의 작품을 두고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어느 평가가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숏드라마가 단순히 짧은 드라마가 아니라, 시청자의 즉각적인 선택과 이탈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별개의 장르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6회에서 모든 것이 뒤집혔다. 우승 후보가 탈락했고, 한 표와 한 번의 스톱이 결과를 갈랐다. 구독자의 선택도 심사위원의 반응 앞에서 뒤집혔다.
그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은 분명했다. 윤소이의 압도적인 연기, 한상일이 끝까지 밀어붙인 B급 감성,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관객의 시선을 붙잡은 연출이었다.
‘디렉터스 아레나’ 6회는 숏드라마의 세계가 얼마나 단순하고 잔혹한지를 보여줬다.
재미있으면 계속 본다. 한순간이라도 놓치면 멈춘다. 그리고 그 짧은 판단이 감독의 운명을 바꾼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