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찝찝, 해 뜨면 숨 막혀…요즘 장바구니엔 ‘기후 생존템’[사(Buy)는 게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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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면 찝찝, 해 뜨면 숨 막혀…요즘 장바구니엔 ‘기후 생존템’[사(Buy)는 게 뭔지]

이데일리 2026-06-21 09:21:00 신고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사(Buy)는 게 뭔지:사는(Live) 게 팍팍할 때면, 우리는 무언가를 삽니다(Buy). 경제지 기자가 영수증 뒤에 숨겨진 우리의 마음을 읽어드립니다. 도대체 남들은 뭘 사고, 왜 열광할까요? 물건의 스펙보다는 ‘그걸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장바구니를 보면 시대가 보이고, 결제 내역을 보면 내 마음이 보이니까요. 소비로 세상을 읽는 시간, <사(buy)는 게 뭔지> 입니다.

올여름 첫 폭염주의보 발령 '양산 든 시민들'


예전 여름 장바구니에는 아이스크림과 선풍기가 들어 있었다. 요즘 장바구니에는 양우산, 제습제, 냉감 티셔츠, 방수 슬리퍼가 함께 들어간다. 비가 오면 축축하고, 해가 뜨면 숨이 막힌다. 이제 여름은 즐기는 계절이라기보다 버티는 환경이 됐다.

여름이 빨라지고 독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소비도 달라지고 있다. 더위를 식히는 상품만 찾는 것이 아니다. 습기를 빼고, 햇볕을 막고, 땀을 말리고, 갑작스러운 비에 젖지 않게 해주는 물건을 한꺼번에 찾는다. 장바구니만 보면 피서 준비인지, 출근 준비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기상청은 올해 6~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6~7월 강수량은 대체로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6월과 7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각각 60%로 제시됐다. 강수량도 6~7월 모두 평년보다 많을 확률이 40%로 전망됐다. 덥고 습한 날이 동시에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담는 것은 ‘차단’이다. 양산과 우산을 따로 챙기던 시대는 지나갔다. 햇빛은 막고 비는 피하는 양우산이 여름 필수품으로 올라섰다. 출근길엔 양산, 퇴근길엔 우산이 된다. 주말 나들이엔 자외선 차단막이 되고, 장맛비가 쏟아질 땐 임시 지붕이 된다. 물건 하나에 역할 두 개를 기대하는 셈이다.

그다음은 ‘뽀송함’이다. 장마철 집 안은 작은 빨래방이 된다. 수건은 마르지 않고, 신발은 눅눅하고, 옷장 문을 열면 어딘가 오래된 냄새가 난다. 이때 제습제, 신발 건조기, 섬유 탈취제, 세탁조 클리너가 등장한다. 거창한 소비는 아니지만 효과는 즉각적이다. 몇 천원짜리 생활용품으로 여름의 불쾌감을 조금 덜어내는 것이다.

몸에 직접 닿는 상품도 바뀌고 있다. 반팔이면 충분했던 여름옷은 이제 냉감, 흡습속건, 자외선 차단 기능을 요구받는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냉감 의류 라인 ‘쿨탠다드’는 지난 4월 중순 판매액이 전주보다 108% 늘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41% 증가했다. 이른 더위가 닥치자 소비자들이 반팔이 아니라 ‘덜 더운 반팔’을 찾은 것이다.

이 소비의 핵심은 멋보다 생존이다. 폭염 속 지하철 승강장에서 땀을 덜 흘리기 위해 냉감 티셔츠를 사고,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양말이 젖지 않게 방수 신발을 산다. 밤새 끈적이는 침대에서 뒤척이지 않으려고 냉감 패드를 깐다. 여름을 낭만적으로 즐기겠다는 마음보다 하루를 덜 망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그래서 요즘 여름 쇼핑은 작고 현실적이다. 제습제 한 묶음, 양우산 하나, 냉감 이너웨어 몇 장, 쿨링 바디시트 한 팩을 사는 식이다. 가격은 비교적 낮지만 목적은 분명하다. 오늘 출근길의 땀, 사무실 의자의 찝찝함, 퇴근길 소나기, 밤의 열대야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투자다.

기후가 바뀌면 장바구니도 바뀐다. 계절은 달력에 맞춰 오지 않고, 소비는 체감 온도에 맞춰 움직인다. 6월인데 8월처럼 덥고, 맑다가도 갑자기 장맛비가 쏟아지는 날씨 앞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여름을 기다리지 않는다. 미리 사고, 바로 쓰고, 견딜 준비를 한다. 물건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장바구니가 말하는 마음은 같다. 덜 젖고 싶다. 덜 끈적이고 싶다. 덜 지치고 싶다. 여름이 점점 길고 거칠어진다면, 우리의 장바구니도 조금 더 영리한 생존 키트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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