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in제주] 쌘돌이에게 법적권리를…제주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화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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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in제주] 쌘돌이에게 법적권리를…제주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화 이뤄질까

연합뉴스 2026-06-21 09:00: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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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보류된 생태법인 논의 위성곤 도정 출범 앞두고 재조명

제돌이 귀향부터 쌘돌이 상처까지 새로운 보호체계 필요성 요구

남방큰돌고래 무리의 나들이 남방큰돌고래 무리의 나들이

(제주=연합뉴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헤엄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사람처럼 법적 권리를 가질 수 있을까.

국회의원 시절 생태법인 도입을 위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와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위성곤 전 의원이 민선 9기 제주도지사로 당선되면서 제주에서 시작된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논의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생태법인은 사람 외에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환경이나 동식물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기업에 법인격을 부여해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게 하듯 생태적으로 중요한 자연이나 생명체에도 권리를 인정하자는 개념이다.

제주 연안에만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는 제주가 생태법인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법인격 부여 대상으로 거론된 생물종이다.

◇ 제돌이의 귀향에서 쌘돌이의 상처까지

남방큰돌고래는 인도양과 서태평양의 열대·아열대 해역에 분포하는 중형 돌고래다.

국내에서는 제주 연안에만 120여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바다를 대표하는 해양보호생물이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특정 해역에 정착해 살아가는 돌고래 군집이다.

지금은 제주를 상징하는 야생동물로 자리 잡았지만 처음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제돌·춘삼이의 꿈은 바다였습니다 제돌·춘삼이의 꿈은 바다였습니다

(제주=연합뉴스) 불법 포획돼 서울과 제주의 수족관에서 공연에 동원됐던 국제보호종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가 지난 2013년 7월 18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앞바다에 있는 가두리에서 나가기 전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쪽이 '춘삼이'고 등지느러미에 '1'이 찍힌 것이 '제돌이'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환점은 2011년 7년 드러난 불법 포획 사건이었다.

2009∼2010년 제주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이 불법 포획돼 수족관과 돌고래 공연시설로 팔려 갔고, 이 가운데 '제돌이'가 서울대공원 돌고래쇼에 동원된 사실이 해양경찰청 수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논란이 일었다.

이후 시민사회와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방류 요구가 확산했고,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비롯해 춘삼이와 삼팔이, 태산이, 복순이 등이 잇따라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왔다.

국내 첫 돌고래 방류이자 아시아 최초 야생 방류라는 기록을 남겼다.

제돌이의 귀향은 남방큰돌고래를 제주 사회의 관심 밖 야생동물에서 자연 보전과 공존의 가치를 상징하는 존재로 바꿔 놓은 계기가 됐다.

하지만 바다로 돌아간 뒤에도 위협은 계속됐다.

선박 충돌과 어업활동에 따른 정치망 혼획, 해양쓰레기와 폐어구 피해가 이어졌고 관광선박과 해양레저 활동 증가에 따른 서식지 교란 문제도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올해는 폐어구에 몸이 감긴 새끼 돌고래 '쌘돌이'가 장시간 유영하면서 폐어구와의 마찰로 등지느러미 대부분을 잃어 안타까움을 샀다.

쌘돌이는 지난 3월 대정읍 무릉리 앞바다에서 스스로 폐어구를 끊어내고 자유를 되찾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낚싯줄에 걸린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반면 이달 초에는 갓 태어난 새끼 돌고래를 양옆에서 보호하며 수면 위로 밀어 올려 호흡을 돕는 부모 돌고래의 모습이 처음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제돌이의 귀향과 쌘돌이의 상처, 그리고 새 생명의 탄생은 남방큰돌고래가 단순한 보호종을 넘어 제주 바다 생태계의 현재를 보여주는 존재가 됐음을 보여준다.

제주 고산 앞바다의 남방큰돌고래 제주 고산 앞바다의 남방큰돌고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국회 문턱 넘지 못한 생태법인…민선 9기서 이어질까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해 제주가 내놓은 가장 새로운 시도는 생태법인 제도다.

생태법인은 특정 생물종이나 생태계, 자연환경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개념이다.

기업이 법인격을 부여받아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듯 인간이 아닌 자연에도 일정한 권리를 인정하자는 취지다. 생태법인으로 지정되면 후견인이나 관리인을 통해 서식지 보전이나 환경 훼손 중단, 복원 조치 등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세계적으로는 강과 숲, 특정 생태계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뉴질랜드는 원주민 삶의 터전인 환가누이강에 법인 지위를 부여한 바 있다.

오영훈 도지사가 이끄는 민선 8기의 제주도는 2022년부터 남방큰돌고래를 중심으로 생태법인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며 토론회와 워킹그룹 운영, 연구용역 등을 진행했다.

이 논의는 2024년 12월 위성곤 당시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으로 이어졌다.

등지느러미 잘린 제주 돌고래 쌘돌이, 폐어구 탈출

[연합뉴스 자료사진]

개정안은 도지사가 특정 생물종과 생태계, 자연환경 등을 생태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생태법인에 서식지 보전 요구권과 환경 침해 피해 구제 요청권, 복원 요구권, 개발 제한 요구권 등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지원위원회를 통해 생태법인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안은 지난 3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보류됐다.

정부는 환경보호 제도와의 관계, 현행 법체계와의 조화 여부, 지역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위성곤 전 국회의원이 민선 9기 제주도지사로 당선되면서 생태법인 논의도 다시 관심을 받는다.

환경단체들은 남방큰돌고래가 여전히 관광 선박과 폐어구, 연안 개발 등 다양한 위협에 노출돼 있는 만큼 새로운 보호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남방큰돌고래는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지만 기존 법 체계만으로는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생태법인 논의가 시작됐다"며 "위성곤 도정에서 다시 추진해야 하고, 제주를 넘어 전국적인 논의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생태법인은 남방큰돌고래뿐만 아니라 오름과 곶자왈, 지하수 등 제주 자연유산 보호 논의로도 확대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위성곤 제주지사 당선인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위성곤 제주지사 당선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민선 9기 위성곤 제주도지사 당선인의 도지사직 인수위원회는 현재 제주도의 생태법인 제도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태법인 논의가 재개될 경우 남방큰돌고래뿐 아니라 오름과 곶자왈, 지하수 등 제주 자연유산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위성곤 당선인은 법안 대표 발의 당시 "인간과 자연이 계속 공존하기 위해선 서로를 주체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생태법인 제도가) 곶자왈 등 환경·생태적 가치를 지닌 제주 자연을 보전하고 보호하는 제도 보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생태법인 제도가 실제 도입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제돌이의 귀향에서 시작된 제주 사회의 돌고래 보호 논의는 이제 개별 생물종 보호를 넘어 자연의 권리와 인간의 책임을 어디까지 제도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선 9기 제주도정이 이 논의를 다시 이어갈지 주목된다.

제주 고산 앞바다의 남방큰돌고래 제주 고산 앞바다의 남방큰돌고래

[연합뉴스 자료사진]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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