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K-ICS)이 올해 1분기 개선되며 보험금 지급 여력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수치 이면을 들여다보면 해석은 다소 복잡해진다. 자본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순이익이 아닌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단순한 총비율을 넘어 ‘자본의 질’을 중시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보험사의 K-ICS 비율은 216.1%로 지난해 말 212.3%보다 3.8%포인트 상승했다. 생명보험사는 207.7%로 1.8%포인트 올랐고, 손해보험사는 229.7%로 7.8%포인트 상승했다. 겉으로 보기엔 업권 전반의 재무건전성이 나아진 모습이다.
지표 개선의 핵심 동력은 가용자본 증가다. 3월 말 기준 가용자본은 310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6조9000억원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당기순이익 4조5000억원보다 주가 상승에 따른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증가분 18조9000억원이 훨씬 컸다는 것이다.
평가이익이 끌어올린 자본…현금성 확충과는 다른 결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의 평가가치 변동을 자본에 반영하는 항목이다. 자산을 매각해 이익을 확정하지 않았더라도 시장가격이 오르면 자본이 늘어난 것으로 잡힐 수 있다. 이번 분기에는 주가 상승이 보험사 보유자산의 평가가치를 끌어올리며 가용자본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전문가들은 지급여력비율 개선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유자산 평가이익이 발생했고, 이를 통해 보험금 지급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이민환 교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유자산에서 평가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주가 상승으로 변동성이나 시장 리스크가 커질 수는 있지만, 현 시점에서 지급여력비율이 개선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평가이익은 현금성 자본 확충과는 성격이 다르다. 주식이나 채권을 매각해 이익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장부상 가치가 오른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 바뀌면 같은 경로로 평가이익이 줄고, 지급여력비율도 낮아질 수 있다.
한성대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는 “보험사가 보유 주식을 실제로 매각해 이익이 실현됐다면 자본 확충 효과로 볼 수 있지만, 매각 전 단계라면 평가이익의 성격이 강하다”며 “주가 변동에 따라 지급여력이 다시 낮아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재무건전성 개선의 본질적 요인으로 보기보다는 보조적인 지표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가 상승이 불러온 ‘요구자본’ 동반 확대
주가 상승은 가용자본만 늘린 것이 아니다. 위험에 대비해 쌓아야 하는 요구자본도 143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조1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주식위험액은 12조4000억원 늘었다. 보유 주식의 평가가치가 오른 만큼 시장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액도 커진 셈이다.
다만 금리 상승은 요구자본 증가 폭을 일부 상쇄했다. 금리가 오르면 보험부채를 현재가치로 평가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이 높아져 부채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번에도 금리 상승에 따른 보험위험액 감소가 요구자본 증가 폭을 일부 낮췄다.
업권별 차이도 있다. 생보사는 장기 확정금리 계약과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아 금리 변화와 부채 평가에 민감하다. 반면 손보사는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손해율 등 보험영업 변수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이번 분기 손보사의 K-ICS 개선 폭이 생보사보다 컸던 점도 업권별 자산·부채 구조 차이와 함께 볼 필요가 있다.
K-ICS 경과조치도 변수다. K-ICS는 2023년 도입된 이후 보험사의 급격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 항목에 경과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경과조치가 적용되면 지급여력비율이 일정 부분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업권 평균 비율이 200%를 넘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보험사의 자본 여력이 충분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이번 K-ICS 개선은 보험사 건전성에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금융시장 변수의 영향도 함께 보여준다. 주가가 오를 때는 평가이익을 통해 자본이 늘지만, 반대로 시장이 흔들리면 같은 경로로 지표가 낮아질 수 있다.
당국, 총비율 넘어 ‘기본자본’으로 감독 강화
금융당국도 단순한 K-ICS 총비율 관리에서 자본의 질 점검으로 감독 방향을 넓히고 있다. 현재 K-ICS는 가용자본 전체를 요구자본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가용자본에는 자본금과 이익잉여금처럼 손실흡수성이 높은 기본자본뿐 아니라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도 포함된다.
같은 자본으로 분류되더라도 손실흡수력은 다르다. 기본자본은 손실을 흡수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은 이자비용 부담이 있고 손실흡수력에도 한계가 있다. 보험사가 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K-ICS 비율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자본구조가 충분히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오는 2027년부터 기본자본 K-ICS 비율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전체 가용자본이 아니라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기본자본이 요구자본 대비 얼마나 되는지를 따로 보겠다는 취지다. 제도가 도입되면 보험사들은 단순히 자본증권을 발행해 총비율을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생긴다.
향후 보험사들은 이익잉여금 축적과 배당정책 조정, 위험자산 관리와 장기 보험계약 수익성 개선 등 근본적인 자본관리 능력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지급여력비율 개선이 긍정적인 신호인 것은 분명하지만, 높아진 지표를 안정적인 자본으로 뒷받침하는 일이 다음 과제로 남은 셈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K-ICS 비율이 개선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보험사별 자산 구성과 자본 구조에 따라 체감도는 다를 수 있다”며 “향후 기본자본비율 도입까지 예정된 만큼 단순히 총비율을 맞추는 수준을 넘어 이익잉여금 축적과 위험자산 관리 등 자본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리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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