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어쩌면 그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휴대폰에 저장된 이미지, 최근 찍은 사진, 친구에게 보낸 밈, 습관처럼 방문하는 장소 등등. 취향은 생각보다 사소한 순간들에 숨어 있으니까요. 미스치프 역시 그렇습니다. 2010년 탄생해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는데요. 그 출발점은 거창한 비즈니스 전략보다 두 디자이너의 취향에 가까웠습니다. 무엇이 멋있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믿는지에 대한 꾸준한 기록 말이죠.
이번 인터뷰를 위해 서지은, 정지윤 디자이너는 작업 사진과 사적인 순간들이 담긴 휴대폰 갤러리를 흔쾌히 보내왔습니다. 다음 컬렉션을 위한 워싱 레퍼런스와 평범한 일상 속 취향의 흔적들. 그 자료들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에 닿게 되더군요. 15년 가까이 미스치프를 움직여온 취향은 과연 어떤 형태일지.
매 시즌 다르게 변화하는 데님 라인. 서지은, 정지윤 디자이너가 미스치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아이템으로 꼽았다.
미스치프를 처음 접하는 엘르 독자들을 위해 브랜드를 소개해 주세요.
미스치프는 패션을 수단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브랜드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 믿는 것,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제품으로 만든 뒤 콘텐츠와 프로젝트, 이벤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취향과 태도를 공유하는 브랜드라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미스치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아이템 하나를 꼽는다면요?
데님이죠. 매 시즌 선보이는 익숙한 아이템이지만 그만큼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필요한 제품이기도 해요. 새로운 워싱이나 염색 공정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실패도 많이 겪지만, 그 과정 자체가 흥미롭고 배움도 많습니다. 익숙한 것 안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고, 과장되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내려는 태도가 미스치프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브랜드 론칭 당시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좋아하면 만들고, 재미있으면 해 보는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에너지로 움직였어요. 지금도 기본적인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대신 브랜드가 커진 만큼 책임감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브랜드의 가치관과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 그게 앞으로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한남동 미스치프 쇼룸. 제품, 가구, 레퍼런스 이미지가 어우러져 있다.
실제로 입어 보면서 여러 각도에서 디테일을 연구한다.
사진첩에 기록된 디자이너의 업무. 결국은 디테일을 고르는 일이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경계하는 것도 궁금해요.
스스로를 반복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잘된 것을 다시 하는 건 쉽지만 브랜드가 가장 빨리 소모되는 방법이기도 해요. 당장의 성과보다 지속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그런 까닭이고요. 우리는 미스치프를 오래 하고 싶어요.
‘이건 너무 안전한 선택일까?’라는 고민이 든 적도 있나요?
매출만을 고려해 디자인하거나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다만 최근에는 오히려 덜어내고 절제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심플한 디자인일수록 차별점을 만드는 일이 더 어렵더라고요. 노력 없이 쉬운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데 신경을 많이 씁니다.
두 사람이 경계하는 ‘촌스러움’은 무엇인가요?
본인의 주관 없이 남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
요즘 어떤 레퍼런스를 자주 주고받아요?
다음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나염과 워싱 관련 레퍼런스에 빠져 있습니다. 옷 한 벌의 인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강한 비주얼이나 가공 디테일을 계속 찾고 시도하고 있어요. 물론 웃긴 밈도 여전히 주고받고요.
미스치프 사무실에 도착한 워싱 데님 샘플.
원단에 락카를 칠해 나염을 시도했던 기록.
최근 1년 사이 크게 달라진 취향 같은 게 있을까요?
원래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예전부터 좋아했던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왜 좋아했는지, 지금 봐도 여전히 좋은지 점검하는 과정에서 미스치프의 취향이 더 선명해지더라고요.
영감이 필요할 때 향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서지은 여행에서 영감을 많이 얻지만 서울에서도 여행하듯 살려고 합니다. 새로운 카페와 식당, 스토어, 서점, 갤러리, 공원을 찾아다니고 낯선 동네를 걷길 좋아해요. 정지윤 요즘은 온라인에서 훨씬 많은 자극을 받곤 해요. 그러다가 생각이 복잡해지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요. 특정 장소보다는 계속 걸으며 생각하는 시간이 저한테는 중요해요.
서점과 전시에서 창작의 영감을 발견하는 즐거움.
라떼 없이 못 사는 서지은 디자이너.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로 일하면서 느낀 ‘한국인 모먼트’가 있다면요?
갑자기 새로운 프로젝트나 이벤트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준비 기간이 짧아도 결국 다 해낼 때죠.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실행력과 속도감은 정말이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일 때 나오는 에너지는 놀라울 정도고요.
최근 가장 만족스러웠던 소비는 무엇인가요?
서지은 라떼 없이 못 사는데 우유를 못 마셔요. 오트 밀크를 마시다가 최근 아몬드 밀크로 갈아탔는데, 특유의 비릿한 향이 없고 폼도 잘 만들어지는 제품을 발견해서 꽤 만족스러워요. 정지윤 가방에 넣고 다니는 작은 병따개. 손아귀 힘이 약해서 늘 다른 사람에게 음료 뚜껑을 열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혼자 해결할 수 있게 됐어요. 작은 물건이지만 삶의 질을 꽤 높여줬습니다.
요즘 가장 즐겨 보는 콘텐츠도 알려 주세요.
서지은 엠마 체임벌린의 팟캐스트를 자주 듣습니다. 정지윤 한 가지 기술이나 일을 수십 년 동안 해온 사람들의 영상을 즐겨 봐요. 분야는 중요하지 않아요. 결국 실력도 취향도 시간에서 나온다고 믿어요.
미스치프 컬렉션의 작업 방식이 드러나는 무드 보드.
패션 브랜드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까요?
서지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일은 보람 있지만 가끔은 더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해요. 다른 일을 하더라도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주체적인 일을 했을 것 같아요. 조금 더 유동적이고 자유로운 방식의 직업을 경험해보고 싶고요. 정지윤딱히 떠오르는 건 없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가장 자연스럽고 잘 맞는 일이거든요. 다른 일을 하고 있었더라도 결국 뭔가를 만들고 사람들과 취향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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