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 대표단은 이날 스위스 취리히에 도착했다. 대표단은 수석 협상가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을 비롯해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 안보·중앙은행·석유 부문 고위 관계자들로 구성됐다. 미국에서는 JD 밴스 부통령이 직접 협상에 참석한다. 파키스탄 정부는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도 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중재 역할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명한 14개 항목의 양해각서를 토대로 진행된다. 양측은 60일 동안 휴전을 유지하면서 이란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역내 안보 질서, 에너지 수송 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협상 기간은 필요할 경우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협상 개막을 하루 앞두고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폐쇄한다고 선언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휴전을 위반하고 있으며 미국도 합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해협에 접근하는 선박들이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실제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 에너지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실질적인 차단 조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상선 55척이 해협을 통과했고 17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수송됐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도 출국 전 인터뷰에서 “해협이 실제로 폐쇄됐다는 증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60일 협상 기간 중은 물론 이후에도 통행료는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평화협상이 실패할 경우 미국이 중동 국가들에 제공한 안보 서비스의 대가로 미국이 직접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경제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견제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번 협상의 또 다른 변수는 레바논 전선이다.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양해각서에는 레바논에서의 휴전도 포함돼 있었지만 휴전 발효 이후에도 교전은 이어지고 있다. 레바논 민방위 당국은 이날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소 2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국영 NNA 통신은 이스라엘 전투기와 무인기가 남부 레바논과 베카 계곡 일대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밤사이 50발 이상의 발사체를 이스라엘군을 향해 발사했으며 이에 대응 공격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자유롭게 군사작전을 벌도록 두지 않겠다고 맞섰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합의했지만 실제 전장에서는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란은 레바논 사태와 관련해 미국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레바논 휴전을 보장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스위스 협상에서 관련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지도자 측근인 모하마드 모크베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합의의 첫 번째 조항인 전면 휴전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합의가 종이 위에만 존재하는 한 중동 에너지 흐름도 정상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아직 협상 동력이 유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핵 문제와 레바논 휴전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길 기대한다”며 “우선 실질적인 협상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상황은 다소 진정되고 있으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협상 자체를 무너뜨릴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합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헤즈볼라가 더 이상 위협이 아니라고 확신할 때까지 레바논 남부 안보지대에 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도 휴전에는 동의하지만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움직임에는 계속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