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2주일 뒤면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 4일)이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해 미국을 세운 지 250주년을 맞는 날이다.
당시 영국은 18세기 제국주의의 패권국이었다.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들었다. 해는 절대 권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없다는 말이 그렇고, 프랑스 절대왕정 시기 루이 14세의 별명이 '태양왕'인 것도 마찬가지다.
영국 제국주의의 식민지 착취에 대한 저항에서 미국 독립전쟁은 비롯됐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주권재민의 이념을 미국 헌법에 담았다. 이어 남북전쟁을 통해 그 범위를 모든 인간으로 확장했다. 이 두 시기의 대표적 인물,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햄 링컨의 기념물은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동서로 마주보고 있다. 하나는 워싱턴 기념탑, 또 하나는 링컨 기념관이다.
워싱턴 기념탑과 링컨 기념관을 잇는 곳에 100여년 전 거대한 직사각형 인공 연못이 만들어졌다. '리플렉팅 풀'(reflecting pool)로 불리는데, 말 그대로 거울처럼 워싱턴 기념탑과 링컨 기념관을 비춘다.
올해 80세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이 연못을 새단장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연못의 물이 '성조기의 파란색(American flag blue)'으로 보이도록 바닥 시공 색상을 직접 선택했다. 물을 다 빼내고 페인트를 칠하고 수질을 관리하는 데 수백억원이 투입됐다.
리플렉팅 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백악관에서 정남향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리플렉팅 풀 개선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트럼프는 국가 수도의 상당 부분을 자신의 제국 영토처럼 바라본다."
NYT의 지적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의 곳곳을 마치 과거의 제국처럼 사실상 사유화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백악관 동관의 대연회장 건설이 대표적이다. 로마제국 시대가 연상되는 대리석으로 짓고, 그가 애착하는 황금빛으로 장식한다는 구상이다. 절대왕정 시대 왕권을 상징한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이 떠오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열린 베르사유 궁전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링컨 기념관 근처에는 '독립문'을 만든다. 높이는 250주년을 상징하는 250피트(약 76m)로 세계 최고 높이의 아치형 기념물이다.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의 개선문을 모델로 삼았다. 로마 황제들이 승전 기념으로 아치형 건물을 세웠던 데서 유래됐다. 지난 14일 자신의 80세 생일에 백악관 앞에서 개최한 이종격투기(UFC) 대회는 로마 시대 콜로세움의 검투사 경기를 연상케 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사후에나 등장했던 지폐에 자신의 초상화를 넣은 250달러 제조를 추진하는가 하면, 워싱턴·링컨 및 토머스 제퍼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얼굴이 조각된 러시모어산에 자신의 얼굴을 조각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기념한 케네디 센터에는 자신의 이름을 병기하려다 실패했다. 7월 4일 독립기념일 행사를 '트럼프 집회'(Trump Rally)로 이름 붙이기도 했다.
이쯤 되면 고대 로마의 황제들이나, 프랑스의 루이 14세와 나폴레옹처럼 '현대판 황제'의 반열에 들고 싶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법도 하다. 적어도 자신을 국가 자체와 등치로 놓거나, '역대 최고의 대통령'으로 여기며 상징 정치를 하려는 것 같아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공개된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권력의 한계에 대해 "한계는 없다"고 말했다. 2년 반 뒤면 백악관을 떠난다고 하자 "아직 너무 이른 얘기"라고 답하기까지 했다.
이스라엘 시오니즘 세력과 손잡고 이란을 상대로 '현대판 십자군 전쟁'을 벌이고 아메리카 대륙을 '자신의 영역'으로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혹시 제국의 부활을 의미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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