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일상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숙제를 대신 작성하고, 보고서를 요약하며, 각종 정보를 즉시 제공하는 AI는 이미 학생들의 학습 환경을 바꿔놓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청소년들의 주요 소통 수단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기술 확산의 속도가 빠를수록 우리는 한 가지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과연 성장기 아동·청소년에게 AI와 SNS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무제한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다.
최근 노르웨이 정부는 초등학생의 생성형 AI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8월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AI를 사용할 수 없고, 중학생은 교사 감독 아래 제한적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읽기와 쓰기, 계산 등 기초 학습 능력 형성 과정에서 AI가 학생들의 사고 과정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노르웨이만의 움직임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미성년자의 디지털 기기와 플랫폼 사용을 제한하려는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세계 최초 수준의 강력한 SNS 연령 제한 법안을 통과시켜 16세 미만 청소년의 주요 소셜미디어 이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미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해 왔으며 최근에는 중학생 대상 스마트폰 사용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초·중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했고, 덴마크 역시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크게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미국에서도 규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개설을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도 청소년 온라인 보호를 위한 다양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영국 정부 역시 SNS와 디지털 플랫폼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며 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보수주의적 반응으로 보기 어렵다. 최근 수년간 축적된 연구 결과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집중력 저하, 문해력 약화, 수면 부족, 온라인 중독, 사이버 괴롭힘, 우울감 증가 등의 문제가 세계 각국 교육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상당수에서 학업 성취도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정책 변화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특히 생성형 AI는 새로운 고민을 던진다. 인터넷 검색은 정보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AI는 결과물을 곧바로 제시한다. 이는 생산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성장기 학생에게는 사고력과 문제 해결 과정을 생략하게 만드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글쓰기 능력은 고민과 수정, 반복 학습을 통해 형성되는데 AI가 그 과정을 대신할 경우 기초 역량 자체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스마트폰 보급률도 매우 높다. 청소년들의 온라인 이용 시간 역시 주요 국가 가운데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AI와 SNS가 학습 능력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고 이에 대응하는 제도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물론 무조건적인 금지가 정답은 아니다. AI는 미래 산업의 핵심 기술이며 학생들이 반드시 익혀야 할 도구이기도 하다. SNS 역시 정보 공유와 사회적 소통 기능을 갖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용 여부가 아니라 사용 시기와 방식이다.
노르웨이의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를 영구적으로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성장 단계에 따라 활용 범위를 차등 적용하자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기초 문해력과 사고력이 형성되는 시기에는 보호를 우선하고, 이후에는 기술 활용 능력을 체계적으로 교육하자는 것이다.
한국 역시 보다 적극적인 논의에 나설 시점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생성형 AI 사용 기준 마련, 학교 내 스마트폰 관리 체계 강화, SNS 연령 확인 제도 정비, 디지털 중독 예방 교육 확대 등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가 함께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 수립이 요구된다.
기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특히 성장기 아동·청소년에게는 기술 활용 능력보다 먼저 건강한 사고력과 판단력, 문해력이 형성돼야 한다. 세계 각국이 AI와 SNS 규제 논의를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역시 기술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세대 보호라는 두 과제를 균형 있게 바라보며 보다 본격적인 정책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어린이들이 읽고, 쓰고, 셈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는 낡아 보이지만 흔들림 없는 진리를, 다시 한번 무겁게 되새겨야 한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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