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과달라하라(멕시코)] 김희준 기자= 이한범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대표팀 핵심 센터백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한국이 분패했다. 지난 19일(한국시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은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치러 멕시코에 0-1로 패했다.
한국이 조 1위를 멕시코에 내줬다. 이날 양 팀 모두 패배가 곧 조 1위 실패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보수적으로 경기에 접근했다. 멕시코도, 한국도 무리해서 전방압박을 펼치기보다 우선 전열을 가다듬은 뒤 각자 설정한 라인에 상대가 진입하면 조직적인 압박을 전개했다.
상대 에이스를 막는 것도 양 팀 주요 임무였다. 멕시코는 손흥민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어하기 위해 수비라인을 내려섰다. 수비 상황에서는 원래 윙어인 로베르토 알바라도를 깊게 내려 파이브백을 형성했다. 한국이 공격 시 주로 사용하는 3-2-5 대형에 맞춰 대인수비를 병행하기 위함이었다. 한국은 체코전에 비해 상대 뒷공간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고, 오프사이드 라인에 번번이 걸리며 아쉬움을 삼켰다.
한국도 멕시코 에이스들을 잘 방어해냈다. 라울 히메네스는 김민재가 맡아 성공적으로 봉쇄했다. 김민재는 체코전 파트리크 쉬크에 이어 멕시코의 히메네스에게도 지상과 공중 양 측면에서 우위를 보였다. 히메네스는 쉬크보다도 노련한 스트라이커인 만큼 움직임이 더욱 날카로웠는데, 김민재도 속지 않고 히메네스를 묶었다.
또 다른 멕시코 에이스 훌리안 퀴뇨네스는 주로 이한범이 전담했다. 이날 멕시코가 공격 상황에서 사이드백을 높게 올리며 윙어들을 하프 스페이스 쪽으로 좁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레프트윙 퀴뇨네스는 이한범의 몫이 됐다. 퀴뇨네스는 사우디아라비아 알카디시야에서 뛰며 2025-2026시즌 리그 33골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을 제치고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지난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이번 월드컵 1호골 주인공이 됐다.
이한범은 퀴뇨네스가 1차전과 같은 활약을 펼치지 못하도록 멋진 수비를 했다. 이한범은 준수한 스피드와 체격 조건을 바탕으로 퀴뇨네스를 꽁꽁 묶었다. 윙어를 전담하다보니 활동 영역도 자연스레 넓어졌다. 이날 이한범은 10.48km를 뛰어 황인범(11.49km)에 이어 대표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활동량을 보였다. 공중 경합 성공 6회, 슈팅 차단 2회, 걷어내기 5회, 루즈 볼 획득 5회 등 탄탄한 수비를 선보였다.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도 이한범은 김문환, 황인범, 이강인 등과 호흡하며 패스 시도 60회 중 53회를 성공시켰다. 전진패스가 6회로 많지는 않았는데 이강인, 황인범, 백승호 등 윗선에 있는 선수들이 그 역할을 도맡았기 때문이었다.
이한범은 이번 시즌 미트윌란에서 한 뼘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주로 스리백의 오른쪽 스토퍼로 나와 오른쪽을 폭넓게 커버하고 이따금 전진해 공격적인 크로스나 드리블을 시도하기도 했다. 시즌 중반 이후에는 스리백의 중앙 스위퍼로도 출전해 수비 조율 능력도 선보였다. 덴마크 수페르리가에 2023-2024시즌 입성해 처음 한두 시즌 어려움을 겪었으나 체격을 키우고 언어 소통 능력을 길러 이번 시즌에는 미트윌란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스리백을 사용하는 홍명보호에는 여러모로 보배와 같다.
이한범은 FC서울 시절 포백에서도 이미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한 바 있다. 스리백과 포백에서 두루 활약할 수 있다는 점도 이한범의 강점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증명하며 이한범이 한국의 새로운 주전 센터백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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