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대표하는 동전과 우표, 그리고 황제의 예복 깃 위에 정교하게 새겨져 황실의 권위를 증명하던 하얀 꽃송이가 있다. 바로 구한말 대한제국 시절, 고종 황제가 국가의 공식 문장으로 채택하며 지극한 사랑을 보냈던 '오얏꽃'이다. 이 은은한 꽃이 한여름 뜨거운 햇볕을 받아 결실을 맺으면, 비로소 우리가 마트 매대에서 마주하는 붉고 탐스러운 과일, ‘자두’가 된다.
대다수는 자두를 그저 새콤달콤한 주전부리로만 여기지만, 알고 보면 기원전 메소포타미아 문명 시절부터 왕족들의 식탁을 채워온 유서 깊은 보양식이다. 특히 아침에 눈을 떠 빈속에 섭취했을 때 우리 몸의 흐름을 통째로 바꾸어주는 놀라운 반전 효능까지 숨겨두고 있다. 황실의 과일 자두, 그 속에 담긴 특별한 유래와 안 먹으면 무조건 손해인 영양학적 비밀을 지금 공개한다.
신석기 유적과 황실의 문양이 말해주는 깊은 역사
자두는 인류의 시작과 발걸음을 나란히 해온 오랜 역사의 산물이다. 실제로 신석기 시대 고고학 유적지에서 올리브나 포도와 함께 자두의 흔적이 발견되었으며, 고대 이란 지역이 첫 출발지로 알려져 있다. 문자가 만들어진 이후 인류가 남긴 요리 기록 중 가장 오래된 기원전 2200년 무렵 메소포타미아 문명 문서에도 말린 자두를 다른 재료와 섞어 끓여 먹는 구체적인 요리법이 등장할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 문헌에 언급될 만큼 오랜 시간 사랑받아왔다. 과거 조상들은 자두를 순우리말로 ‘오얏’이라 불렀는데, 이는 조선 시대 왕실과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문장인 ‘오얏꽃’의 뼈대가 되기도 했다. 벚꽃이나 살구꽃과 닮은 이 은은한 하얀 꽃송이는 황실의 권위를 나타내는 표식으로 의복이나 건축물에 새겨졌다.
주변에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조심하라는 뜻의 옛 문장인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 속의 주인공 역시 자두나무다. 고려 시대 문헌에는 당시 자두가 시고 떫기만 하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이는 야생의 성질이 남아있던 품종의 특징 때문이며 이후 오랜 개량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달별로 출하되는 자두 종류 달라
여름 자두는 시기별로 출하되는 품종이 달라 알고 먹으면 더욱 진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가장 먼저 문을 여는 것은 초여름인 6월에 만나는 ‘대석 자두’다. 크기는 다소 작지만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 강해 처진 기운을 깨우기 알맞다.
7월 중순부터는 알이 굵고 과육이 단단해 씹는 맛이 좋으며 당도가 높은 ‘후무사 자두’가 나온다. 늦여름과 가을의 길목인 9월에는 신맛이 확 줄어들고 깊은 단맛이 으뜸인 ‘추희 자두’가 식탁을 채운다. 더불어 겉과 속이 모두 핏빛처럼 새빨간 '피자두'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 자두보다 섬유질이 촘촘해 이 사이에 잘 끼지만, 진하고 묵직한 풍미 덕분에 매니아층이 두텁다.
시장에서 자두를 고를 때는 겉껍질에 상처가 없이 매끄러우며 전체적으로 윤기가 흐르는 것을 살펴야 한다. 전체적으로 너무 검붉은 색을 띠는 것은 속까지 지나치게 익어 과육이 금방 물러버릴 수 있으므로 붉은빛이 선명하게 도는 것을 골라야 한다.
공복에 먹어도 안심할 수 있는 낮은 혈당지수
자두의 혈당 상승 수치는 사과나 배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할 만큼 안정적이다. 이 때문에 아침에 잠에서 깨어 빈속에 섭취하더라도 천연 당분과 풍부한 식이섬유가 천천히 흡수되면서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활력을 채워준다.
공복에 섭취하는 자두는 체내 인슐린의 반응을 부드럽게 하고 포도당이 급격하게 몸에 쌓이는 현상을 방지해 준다. 덕분에 평소 당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아침에 상온에 둔 생자두를 한두 개 가볍게 씻어 껍질째 먹은 뒤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셔주면 체내 순환을 부드럽게 돕는다. 다만 평소 위염이 있거나 위산이 많이 분비되어 속 쓰림을 자주 느끼는 체질이라면 빈속에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수분 보충과 장 청소를 책임지는 여름철 보약
자두는 전체 성분의 85퍼센트 이상이 맑은 수분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무더운 날씨로 땀을 많이 흘려 체내 수분이 급격히 빠져나갈 때, 냉장고에 넣어둔 시원한 자두를 베어 물면 갈증이 단숨에 가라앉는다. 게다가 자두 속 유기산과 구연산 성분은 몸속에 쌓인 피로 물질을 분해해 여름철 무기력함과 피곤함을 씻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
더불어 자두에 풍부한 식이섬유와 펙틴 성분은 장 안의 이로운 균들이 잘 자라도록 돕고 배변 활동을 부드럽게 한다. 변비가 심한 이들이 즐겨 찾는 말린 자두인 ‘푸룬’ 역시 장에서 수분을 한껏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어 묵은 변을 배출하는 데 요긴하게 쓰인다.
과일의 훌륭한 항산화 성분은 대부분 껍질에 모여 있으므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여러 번 씻어낸 뒤 껍질까지 통째로 섭취하는 것이 자두의 영양을 고스란히 몸속에 받아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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