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이상원기자] 한국 반도체 업계를 대표하는 경영인인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 총괄 수석부사장(SVP)으로 전격 합류했다.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인텔의 최고위 경영진에 합류함으로써 국내 반도체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텔은 지난 18일 이석희 전 사장을 첨단 패키징 및 백엔드 기술 총괄 책임자로 임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수석부사장은 인텔에서 첨단 패키징, 시스템 통합, 백엔드 기술 개발 및 제조 전반을 담당하게 된다.
업계에선 인텔의 이부사장 영입이 단순한 경영진 영입이 아니라 인텔의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카드로 평가하고 있다.
1965년 경북 경산 출생인 이석희 수석부사장은 서울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그는 반도체 산화막 신뢰성 연구 과정에서 '쿼시 브레이크다운(Quasi-Breakdown)' 현상을 규명하며 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연구는 현재까지도 다수의 반도체 기술 논문에서 인용될 만큼 선구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인텔에서 공정 통합 매니저로 활동하며 최고업적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이후 국내에 들어와 KAIST 전자공학과 부교수를 거쳐 2013년 SK하이닉스로 복귀했다.
SK하이닉스에서는 미래기술연구원장, D램개발사업부문장, 사업총괄(COO)을 거쳐 2018년 CEO에 올랐다. 재임 기간 동안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와 차세대 메모리 전략을 적극 추진하며 오늘날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텔이 이석희 수석부사장에게 맡긴 핵심 임무는 첨단 패키징 경쟁력 강화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단순히 미세공정을 앞세운 칩 생산 경쟁을 넘어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패키징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텔은 EMIB-T(2.5D 패키징)와 고밀도 하이브리드 본딩(HBI) 등 차세대 패키징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AI 서버와 고성능컴퓨팅(HPC)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GPU, CPU, HBM을 하나의 패키지 안에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능력이 반도체업체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됐다.
이 분야는 현재 대만 TSMC가 선점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이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텔은 그동안 CPU 설계 능력은 뛰어났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에 비해 후공정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메모리와 제조, 공정 기술을 모두 경험한 이석희 수석부사장이 합류하면서 이러한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또, 이수석부사장 합류로, 인텔과 SK하이닉스 간 협력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석희 수석부사장은 SK하이닉스 CEO 재임 시절 인텔 낸드사업부(현 솔리다임) 인수를 주도한 인물로 양사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핵심 부품인 HBM 공급망 구축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인텔과 SK하이닉스의 전략적 협력이 강화될 경우, 삼성전자의 시장 공략에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텔은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 출신 인사를 영입한 데 이어 이번에 SK하이닉스 출신 최고경영자까지 영입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력 영입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이 축적한 제조 경쟁력과 운영 노하우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텔 립부탄CEO는 최근,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넘어 글로벌 파운드리 2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텔이 첨단 패키징과 AI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향후 삼성전자와 인텔 간 2위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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