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팩트오픈] '프리미엄 삼각별' 벤츠, 어쩌다 빛을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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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팩트오픈] '프리미엄 삼각별' 벤츠, 어쩌다 빛을 잃었나

뉴스락 2026-06-20 11:56: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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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벤츠는 여전히 '명품 삼각별' 이름값을 증명하고 있는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를 둘러싼 ‘각종 리스크’가 판매 지표와 맞물리며 확산하고 있다.

한때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의 상징으로 통했던 벤츠는 이제 단순한 판매 부진을 넘어 지배구조, 공급망, 전기차 안전성, 미국 규제 가능성까지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 흐름도 예전 같지 않다. 국내에서는 BMW에 이어 테슬라의 공세까지 거세졌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 판매 부진이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다.

브랜드 신뢰 논란이 판매 지표 악화와 맞물리며 벤츠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재검증되는 국면이다.

<뉴스락>이 짚어봤다. 

메르세데스-벤츠 CI.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뉴스락]
메르세데스-벤츠 CI.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뉴스락]

 

중국계 지분·파라시스 배터리 논란…흔들리는 ‘독일 프리미엄’ 신뢰

균열은 지배 구조에서 시작됐다.

메르세데스-벤츠그룹의 최대 단일 주주는 중국 국유 자동차 기업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다. BAIC는 벤츠그룹 의결권 9.98%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지리자동차 창업자 리수푸가 투자회사를 통해 9.6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두 중국계 지분을 합치면 19.67%에 달한다.

물론 이 수치만으로 벤츠를 ‘중국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본사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고, 브랜드·연구개발·핵심 생산 체계도 독일을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중요한 것은 법적 국적만이 아니다. 소비자가 느끼는 신뢰, 공급망의 투명성, 핵심 부품 정보의 공개 여부가 브랜드 가치를 좌우한다.

이 지점에서 벤츠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사례가 전기차 배터리 논란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벤츠가 EQE·EQS 일부 모델에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됐음에도 이를 누락하거나 은폐하고, 모든 전기차에 CATL 배터리 셀이 탑재된 것처럼 판매지침을 만들어 딜러 영업에 활용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에 과징금 112억39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된 차량은 약 3000대 판매됐고, 판매금액은 약 2810억원에 이른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단순 부품이 아니다. 차량 가격, 안전성, 주행거리, 중고차 가치, 보험료까지 좌우하는 핵심 정보다.

고가 프리미엄 전기차를 판매하면서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명확히 알리지 않았다는 판단이 나온 것은 벤츠의 브랜드 신뢰를 직접 흔드는 대목이다.

미국 규제 리스크도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의회에서는 중국 등 ‘해외 적대국’과 연결된 자동차 기업의 미국 내 판매·수입·제조를 제한할 수 있는 법안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BAIC와 리수푸 측이 보유한 벤츠 지분 19.67%가 규제 기준과 충돌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벤츠 퇴출을 확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벤츠가 더 이상 단순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라 중국 자본과 공급망이 얽힌 글로벌 제조사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벤츠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

중국계 지분이 20%에 육박한다고 해서 기술과 경영권이 곧바로 중국에 넘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소비자와 규제당국이 보는 기준은 달라졌다. 커넥티드카와 전기차 시대의 자동차는 이동 수단이면서 동시에 데이터 단말기다.

차량에는 위치 정보, 운행 기록, 카메라·센서 데이터, 스마트폰 연동 정보가 축적된다. 중국 자본과 배터리 공급망,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얽힌 기업을 각국 정부가 안보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는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시대에는 자동차 브랜드의 국적보다 데이터, 배터리, 소프트웨어, 자본 구조의 투명성이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며 “벤츠처럼 글로벌 공급망과 중국 자본이 얽힌 기업은 앞으로 각국 규제당국과 소비자에게 더 높은 수준의 설명 책임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서는 테슬라·BMW에 밀려…연두색 번호판·중국 부진까지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사장이 인천 청라아파트 전기차 화재현장을 방문 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사장이 인천 청라아파트 전기차 화재현장을 방문 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균열은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는 오랜 기간 선두권을 지켰지만, 2023년 BMW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023년 BMW는 7만7395대, 벤츠는 7만6697대를 판매했다. 격차는 698대에 불과했지만 상징성은 작지 않았다. ‘수입차=벤츠’라는 공식이 흔들린 해였다.

2024년에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BMW는 7만3754대를 판매했고, 벤츠는 6만6400대에 그쳤다. 테슬라도 2만9750대로 3위권에 진입했다.

2025년에는 전체 수입차 시장이 30만대를 넘어서며 커졌지만, 벤츠의 상대적 위상은 회복되지 않았다.

BMW가 7만7127대로 1위를 지킨 가운데 벤츠는 6만8467대, 테슬라는 5만9916대를 기록했다.

벤츠가 소폭 반등했지만, 시장 성장률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셈이다.

국내 고가 법인차 시장의 위축도 벤츠 판매 부진의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2024년 1월 1일부터 차량가액 8000만원 이상 법인 업무용 승용차에 연두색 전용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했다. 법인 명의로 고가 차량을 구입한 뒤 사적으로 이용하는 관행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벤츠는 E클래스, S클래스, GLS, GLE, 마이바흐, 고가 전기차 등 법인 수요가 많은 차종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고가 법인차가 외부에서 식별되는 구조가 되면서 ‘업무용’ 명분으로 프리미엄 수입차를 구매하던 일부 수요가 관망하거나 다른 가격대 차량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연두색 번호판만으로 벤츠 판매 부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벤츠의 부진은 제도 변화, BMW와의 상품 경쟁, 테슬라의 전기차 공세, 파라시스 배터리 논란, 중국계 지분 구조에 따른 브랜드 신뢰 약화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봐야 한다.

연두색 번호판은 이 가운데 국내 시장 특유의 변수다. 특히 고가 법인차 비중이 높았던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체감 영향이 컸을 가능성이 있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벤츠의 국내 판매 부진을 특정 이슈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BMW의 상품 경쟁력 강화, 테슬라의 전기차 수요 흡수, 연두색 번호판 시행에 따른 고가 법인차 구매 심리 위축이 동시에 작용한 데다, 파라시스 배터리 논란까지 겹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신뢰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는 판도가 더 급격히 바뀌었다.

2026년 5월 한 달간 국내 수입차 신규 등록은 테슬라 1만866대, BMW 6555대, 벤츠 3553대 순이었다.

벤츠는 테슬라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고, BMW와도 격차가 컸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중심축이 ‘벤츠·BMW 2강’에서 ‘테슬라·BMW·벤츠 3강’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벤츠가 잃어가는 것,  삼각 엠블럼의 신뢰 회복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진행된 메르세데스-벤츠 프레스 데이 현장. 사진=강동완 기자 [뉴스락]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진행된 메르세데스-벤츠 프레스 데이 현장. 사진=강동완 기자 [뉴스락]

글로벌 시장에서도 벤츠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그룹은 2025년 승용차와 밴을 합쳐 216만대를 판매했다. 승용차 부문 판매는 180만800대로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고급차 전략의 핵심 시장이던 중국 부진이 특히 뼈아팠다.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전기차 업체와 스마트카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격 지배력이 약해지고 있다.

벤츠 승용차의 중국 판매는 2025년 19% 감소했고, 2026년 1분기에도 중국 판매가 27% 급감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벤츠는 중국 시장을 ‘전환기’로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단순한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 경쟁력 약화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

결국 벤츠의 위기는 판매 부진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리미엄 공식 자체의 균열이다.

한국에서는 테슬라와 BMW에 밀리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 판매 부진이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파라시스 배터리 정보 논란과 중국계 지분 구조, 미국 규제 가능성, 국내 고가 법인차 규제까지 겹치며 ‘독일 명품차’라는 오래된 브랜드 자산도 재검증을 받고 있다.

벤츠가 회복해야 할 것은 판매량만이 아니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은 더 큰 할인이나 신차 출시보다 정보의 투명성이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소프트웨어 공급망, 데이터 관리 체계, 중국 자본과의 관계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본질은 더 이상 엠블럼에만 있지 않다. 전기차 시대의 명품차는 기술과 정보, 안전과 책임까지 함께 증명해야 한다.

벤츠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독일 명품차’라는 이미지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 자본 리스크와 배터리 신뢰 논란을 해소하지 못하는 순간, 벤츠는 고급차 시장의 상징이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어떻게 신뢰를 잃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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