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이 ‘모터스포츠’에 각별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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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이 ‘모터스포츠’에 각별한 진짜 이유

투데이신문 2026-06-20 11:54: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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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24시간 결승선을 통과하는 GMR-001 하이퍼카 19번 차량. 레이싱은 현지시간으로 6월 13일부터 14일까지 프랑스 르망 지역 라 사르트르 서킷에서 진행됐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르망 24시간 결승선을 통과하는 GMR-001 하이퍼카 19번 차량. 레이싱은 현지시간으로 6월 13일부터 14일까지 프랑스 르망 지역 라 사르트르 서킷에서 진행됐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현대자동차 산하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GMR)’ 팀이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최근 세계 최고 권위 내구 레이스인 ‘르망 24시간’ 하이퍼카 클래스를 완주하며 내구성과 성능을 증명했다. 한국 완성차 브랜드가 세계 최상위 클래스 레이싱에서 경쟁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도 르망 24시간이 열리는 프랑스 파리 현장을 찾아 모터스포츠를 향한 각별한 의지를 드러냈다. GMR 개러지(Garage, 정비 구역)를 방문해 엔지니어와 선수, 정비사들에게 직접 준비한 선물을 나눠주고 격려하며 팀원들의 사기를 높였다고 전해진다. 제네시스의 서킷 질주도 직접 지켜봤다. 

이번 도전에서 GMR이 세운 성과는 적지 않다. 18대의 참가 차량 중 15대를 가려내는 첫 번째 예선에서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꾸준히 참가했던 이탈리아의 페라리, 프랑스의 푸조보다 빠른 랩타임을 달성했다. 상위 그리드를 결정하기 위한 두 번째 예선인 하이퍼폴 경기에서도 제네시스의 차량 두 대가 각각 6위, 9위를 기록하며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다. 본선인 르망 24시간에서는 데뷔 무대임에도 완주에 성공하며 글로벌 모터스포츠 무대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겼다.

주목할 부분은 현대차의 도전 뒤에 숨은 의미다. 정의선 회장은 고성능차 분야에서 그룹 입지를 빠르게 강화하기 위해 모터스포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다. 현대차가 짧은 시간에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성과를 일궈내면서 제네시스도 누구나 인정하는 고성능·럭셔리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했다. 

20일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 공식 모터스포츠팀 GMR은 현지시간 6월 13일부터 14일까지 프랑스 르망 지역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르망 24시간 레이스 최상위 등급인 하이퍼카 클래스에 첫 출전해 GMR-001 하이퍼카 19번 차량이 완주에 성공했다. 함께 출전한 17번 차량은 경기 종료 약 7시간 반을 남겨두고 서스펜션 파손으로 아쉽게 리타이어(기권)했다. 

1923년 시작된 르망 24시간은 오랜 역사와 위상을 자랑하는 레이싱 대회다. 대부분의 모터스포츠는 빠른 시간 안에 레이스를 마치는 것으로 우승자를 가려내지만, 내구 레이스는 6시간을 기본으로 8시간 혹은 24시간을 끊임없이 달리며 내구성에 중점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포뮬러1(F1)이 100m 달리기라면 르망 24시간은 마라톤인 셈이다. 

모터스포츠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자본과 기술을 총동원해 진검 승부를 펼치는 무대이자 국가대항전이다. 제네시스가 완주한 르망 24시간 하이퍼카 부문은 고성능·럭셔리카 브랜드의 독무대로 여겨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르망 24시간은 ‘세계 내구 선수권 대회(WEC)’의 일부이면서도 가장 권위 있는 레이스로 여겨진다”며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달려야 하기 때문에 차량의 내구성과 드라이버의 집중력, 운영 전략 등 종합 역량이 발휘돼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고, 브랜드의 내구성과 성능을 드러내기에도 좋은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르망 24시간 현장을 방문하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 회장은 모터스포츠 육성에 ‘진심’이다. 현대차의 고성능 차량 기술력을 전 세계에 드러내고 최정상급 고성능차들과 경쟁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12년 ‘현대 모터스포츠’를 창단하며 본격적으로 모터스포츠에 뛰어들었다. 

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현대 모터스포츠는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월드 투어링카 컵(WTRC)에 참가하며 기술력을 갈고 닦았다. 2015년 영입한 BMW 출신 고성능 모델 전문가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 본부장은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인 ‘현대 N’과 제네시스 G70 개발 등을 담당하며 고성능차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WRC 진출 5년 만인 2019년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을 달성하는 등 세계 정상급 성과를 일궈냈다. 

현대차의 도전은 계속됐다. 2024년 12월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팀을 창단하며 제네시스 브랜드를 내구 레이스 중심 모터스포츠에 진출시켰다. 제네시스를 글로벌 최상위 브랜드와 경쟁시켜 ‘고급차’를 넘어서는 브랜드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현대차는 이번 르망 24시간 완주로 제네시스를 ‘고성능 럭셔리 브랜드’로 각인시키게 됐다. 

GMR-001 하이퍼카 17번, 19번 차량과 드라이버들. 왼쪽부터 안드레 로테러, 피포 데라니, 마티스 조베르, 다니엘 훈카데야, 폴-루 샤탕, 마튜 자미네. [사진=현대차동차그룹]
GMR-001 하이퍼카 17번, 19번 차량과 드라이버들. 왼쪽부터 안드레 로테러, 피포 데라니, 마티스 조베르, 다니엘 훈카데야, 폴-루 샤탕, 마튜 자미네. [사진=현대차동차그룹]

자동차의 성능을 향상할 소중한 데이터도 얻었다. 르망 24시간 하이퍼카 부문은 자동차 성능을 극한으로 몰아붙이고 첨단 기술력을 총동원하는 대회다. 레이싱카에 부착한 각종 센서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로 성능을 개선하고, 이를 다시 양산차에 적용해 성능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GMR 시릴 아비테불 총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극한 상황에서 얻은 소중한 데이터는 향후 팀의 성장과 우승을 위한 위대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제네시스는 레이스 과정에서 수집한 방대한 주행 데이터와 기술 노하우를 향후 고성능 양산 모델 개발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아쉽게 리타이어한 17번차의 데이터도 르망 24시가 현대차에 준 소중한 선물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레이싱을 통해 얻은 기술은 양산차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고속 주행 환경의 동력 성능이나 열관리, 내구성 등은 레이싱카와 양산차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이슈이고, 내구 레이스를 통해 경험과 인사이트를 확보하면 양산차 개발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에게 제네시스 브랜드는 각별하다. 정 회장은 부회장 시절인 2015년 국내 최초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을 진두지휘했다. 정주영 창업회장-정몽구 명예회장-정의선 회장으로 이어지는 현대차의 여정에서 정 회장의 임무는 브랜드 가치를 드높이는 것이다. 정주영 창업회장은 자동차산업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독자 모델 개발과 기술 자립을 추진하며 산업의 기틀을 만들었고, 정몽구 명예회장은 품질·안전·성능 강화를 통해 현대차·기아를 세계적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마그마 GT3 콘셉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마그마 GT3 콘셉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네시스가 노리는 무대는 생각보다 크다. 르망 24시간에서 보여준 것은 단기간의 목표가 아니라 장기 방향성이다. 이는 르망 현장에서 공개한 ‘마그마 GT3 콘셉트’에서 드러난다. GT3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규정하는 양산차 기반의 프로 레이싱 클래스로,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가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카테고리 중 하나다. 

현대차는 마그마 GT3 콘셉트의 양산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 GT3 클래스에 참가하려면 일정 수량 이상 양산해야 하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그마 GT3 콘셉트는 단순한 디자인 ‘쇼카’가 아니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 최초의 ‘레이싱 드림카’가 될 가능성이 열려 있고, 향후 제네시스가 GT3 레이스 프로그램까지 참여할 가능성을 제시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그룹 루크 동커볼케 최고디자인책임자(CDO) 겸 최고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사장은 “마그마 GT3 콘셉트는 레이스 환경에 맞춰 성능과 효율·목적 지향성을 극대화한 모델”이라며 “제네시스 퍼포먼스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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