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부모 아래 미국서 출생·영국서 성장…2023년 미국 대표팀 선택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출생 시민권' 금지 정책에 따르면 미국 국적을 얻을 수 없는 전형적인 조건을 가진 폴라린 발로건(24·모나코)이 미국 축구대표팀의 해결사로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0일(한국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대로라면 미국인이 될 수 없었을 미국의 월드컵 스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한 미국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 발로건의 인생사를 재조명했다.
발로건은 지난 13일 치러진 파라과이와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대회 1호 멀티골'을 꽂고 미국의 4-1 승리를 이끌며 특급 골잡이로 우뚝 섰다.
나이지리아 출신 부모를 둔 발로건의 국적은 미국이지만 생후 2개월부터 영국 런던에서 자랐고 8살 때 아스널 유스팀에 합류해 성장한 뒤 2020년 아스널에 입단하며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발로건은 2018년 잉글랜드 U-17 대표팀과 미국 U-18 대표팀에 소집됐고 이후 잉글랜드 U-18, U-20, U-21 대표팀까지 합류하며 성장을 이어갔다.
그는 2022년 아스널에서 미들즈브러로 임대된 뒤 다시 스타드 드 랭스(프랑스)로 재임대됐고, 2023년 AS모나코와 5년 계약하면서 팀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영국에서 사실상 축구 커리어를 완성한 발로건은 잉글랜드 대표팀을 꿈꿨다.
하지만 미국축구협회는 미국 국적을 보유한 발로건을 미국 대표팀으로 데려오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았다.
BBC에 따르면 발로건이 미국 국적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에 가까웠다.
당시 런던에 살고 있던 발로건의 부모는 2001년 여름 미국 뉴욕으로 여행을 떠났다.
뉴욕을 떠나 런던으로 돌아가려던 때 발로건의 어머니는 임신 7개월이었고, 항공사 직원은 만삭이라는 이유로 안전을 우려 비행기 탑승을 불허했다.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탈 수 없었던 발로건의 어머니는 그해 7월 뉴욕 브루클린에서 발로건을 낳았고, 발로건은 미국 헌법 제14조에 기반한 '출생지주의 시민권'(속지주의) 법규에 따라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받았다.
발로건은 생후 2개월 때 런던으로 돌아간 뒤 영국 무대에서 축구 선수로 성장했다.
미국축구협회는 나이지리아나 잉글랜드 대표팀을 선택할 수 있었던 발로건을 상대로 '국적 바꾸기' 설득에 나섰다.
발로건에게 미국프로농구(NBA) 티켓을 제공하고 미국 플로리다 여행을 주선하는 한편 미국프로야구(MLB) 뉴욕 양키스 구단 훈련 참관 기회도 줬다. 또 미국 대표팀 출신 선수들은 저녁 식사를 대접하며 미국행을 설득했다.
결국 발로건은 2023년 5월 미국 대표팀을 선택했고 이후 A매치 29경기에서 11골을 터트리며 맹활약하고 있다.
BBC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이거나 관광 비자 같은 단기 비자로 체류 중인 사람들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며 "발로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따르면 절대 시민권을 받을 수 없는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꼬집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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