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가 공식화되면서 포장재 수급난과 원가 부담에 시달려온 국내 식품업계가 공급망 정상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전쟁 여파로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단기간에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기대와 신중론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양국은 교전 중단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로 합의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불안 완화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운송의 핵심 통로로 꼽힌다. 그동안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망 불안이 확대돼 왔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식품업계는 포장재와 물류비,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이 누적돼 왔다.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따르면 포장재 주요 원료인 나프타 공급량은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된 직후 평시 대비 약 70% 수준까지 감소했다. 최근 들어 수급 상황이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평시의 85~9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내 나프타 수급도 영향을 받았다. 지난 4월 수입된 나프타는 1045만배럴로 전년 동기(1967만배럴)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생산량도 1936만배럴로 전년 동기(2379만배럴)보다 약 18% 줄었다.
나프타는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비닐과 페트(PET)병, 식품 용기, 포장 필름 등의 생산에 사용된다. 식품업계는 과자와 음료, 간편식 등 대부분 제품에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어 나프타 가격 변동에 민감한 구조다.
가격 부담도 적지 않았다. 올해 초 톤당 488달러 수준이던 나프타 가격은 4월 1000달러를 웃돌며 급등했다. 최근에는 700달러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연초 대비 높은 수준이다. 음료·주류용 캔의 주요 원료인 알루미늄 역시 올해 초 톤당 3000달러 초반대에서 최근 3700달러 수준까지 오르며 업계 부담을 키웠다.
알루미늄은 맥주와 탄산음료, 커피음료 등에 사용되는 캔의 핵심 원료다. 중동 지역은 글로벌 알루미늄 생산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부 물량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되는 만큼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가격 상승 압력을 받아왔다.
업계는 종전 합의가 실제 이행될 경우 원유 가격 안정과 함께 나프타 수급이 점차 정상화되고 포장재 가격 상승 압력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이 정상화되면 물류비 부담 역시 점진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달간 원자재 수급과 운송 일정 전반에 불확실성이 컸던 만큼 종전 합의는 업계 입장에서 긍정적인 신호”라며 “공급망 안정이 이어진다면 포장재 조달 부담을 덜고 비용 예측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원가 부담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쟁 여파로 상승한 원자재 가격이 즉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은 데다 물류 체계 정상화에도 일정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종전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서 원가 부담이 바로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원재료 가격과 운송비가 상당 수준 오른 상태여서 실제 비용 구조가 안정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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