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선거. 그런데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떨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긴 줄 끝에 투표를 포기한 시민들이 속출했고, 분노는 거리 집회와 선거 불신으로 번졌다. KBS1 '추적 60분'이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전말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집중 추적한다.
KBS1 '추적 60분'이 19일 방송에서 '종이가 없어서-부실 선거 후폭풍 어디까지' 편을 통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거관리위원회 논란을 집중 조명한다.
지난 3일 실시된 지방선거는 개표 결과보다도 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으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전국 곳곳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지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거나 투표 자체를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투표 마감 시각인 오후 6시가 지났음에도 일부 투표소 앞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대기표를 받고 수시간 동안 투표용지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일부는 밤늦게서야 투표를 마쳤지만, 끝내 기다림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린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시민들의 분노는 곧바로 현장에서 터져 나왔다.
투표함 반출을 막기 위해 투표소를 둘러싼 사람들도 있었고, 정치권 인사들까지 현장을 찾으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일부 선거관리 공무원들은 밤새 현장을 지키다 탈진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평소라면 조용히 마무리됐어야 할 선거가 아수라장으로 변한 것이다.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특히 논란을 키운 것은 선관위의 대응이었다.
선관위는 처음에는 피해 투표소 수를 서울 지역 일부로 발표했다가 이후 수십 곳, 다시 전국 단위로 수정했다. 충북에서는 선거인명부에서 1300명가량의 이름이 누락되는 사고까지 확인됐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논란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방송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는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도 소개한다. 제작진이 확보한 공무원 단체 대화방에는 선거 당일 오전부터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을 우려하는 메시지가 올라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선관위는 투표율이 오후 들어 낮아질 것으로 판단하며 별다른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오후 4시 이후 전국 곳곳에서 투표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현장 공무원들은 무엇보다 투표용지 부족 상황 자체를 가정한 매뉴얼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자 현장 직원들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고,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제작진은 실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던 서울 송파구와 부산 지역 등을 직접 찾아가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다. 목격자와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선거 당일 어떤 판단이 내려졌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추적한다.
방송은 선거 이후 거리로 번진 분노의 흐름도 살펴본다. 처음 시민들이 요구한 것은 재선거였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선거 행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집회의 성격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집회 현장에는 성조기가 등장했고, 부정선거 의혹과 국제수사 요구 등의 구호가 확산됐다. 일부 극우 성향 인사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격화됐다. 실제로 올림픽공원 내 체육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중단되는가 하면, 개표소가 운영됐던 시설 주변에서는 업무 마비 사태까지 이어졌다.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반면 전국 18개 대학은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는 비판하지만 부정선거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학가 곳곳에는 관련 대자보가 붙으며 선거 제도와 민주주의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추적 60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선관위가 반복적으로 논란에 휩싸이는 이유를 들여다본다.
선관위는 코로나19 확진자 투표 과정에서의 '소쿠리 투표' 논란, 투표용지 외부 반출 논란, 고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 최근 수년간 크고 작은 비판에 직면해 왔다. 감사원 역시 선관위 채용 과정에서 광범위한 규정 위반과 부정 채용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선관위의 독립성은 보장돼야 하지만 외부 감시와 견제 장치 역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특성 때문에 조직 운영에 대한 통제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고, 이 같은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면서 결국 이번 사태로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 선거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 과연 선관위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추적 60분'은 선거 당일의 혼란과 이후 벌어진 사회적 파장, 그리고 선관위 개혁 논란까지 입체적으로 짚어본다.
KBS1 '추적 60분'은 19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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