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러 접촉 놓고 내홍…EU 비밀소통에 독일·프랑스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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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러 접촉 놓고 내홍…EU 비밀소통에 독일·프랑스 '격앙'

연합뉴스 2026-06-19 19:38: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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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가 종전협상 주도해야" 입장 강조…스페인 등은 EU 행보 지지

18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유럽국가 지도자들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18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유럽국가 지도자들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측이 러시아와의 향후 평화협상을 염두에 두고 물밑에서 외교 접촉을 한 것으로 드러나자 일부 유럽 국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EU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몇몇 국가가 코스타 의장 측의 이런 시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내부 분열상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사안을 잘 아는 EU 외교관과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날 예정 시간을 넘겨 밤 늦게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직위를 가진 EU 상임의장이 회원국들에 사전 설명이나 통보 없이 비밀리에 러시아와 접촉을 시도한 것에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dpa통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 관계자는 이날 정상회담 이후 코스타 의장 측의 이런 움직임이 회원국들과 미리 조율되지 않은, 비전문적인 행동이라고 평가하면서, "모욕적"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날 정상회의에 모인 몇몇 국가 지도자들은 코스타 의장의 측근이자 수석보좌관인 페드루 루르티가 최근 몇 주간 크렘린궁 측 인사들과 접촉했다는 사실이 지난 17일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로 처음 알려지자 격분하기도 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회원국으로부터 협상 권한을 위임받지 않고 비밀리에 외교 접촉에 나선 것, 사후에 그 내용을 회원국과 공유하지 않은 것 모두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코스타 의장 측은 언론 보도가 나온 뒤 "과거 몇주 동안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이끄는 EU 이사회 의장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소통 채널을 개시하려는 차원의 간단한 접촉을 했다"면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코스타 의장 측 관계자는 향후 전개될 평화협정에 대비해 EU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러시아와 외교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시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19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메르츠 독일 총리(오른쪽)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19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메르츠 독일 총리(오른쪽)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메르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현시점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를 시작할 적절한 시기가 아닐 뿐 아니라, 언젠가 러시아와 유럽이 직접 마주 앉아야 할 시점이 오더라도 협상은 EU 지도부 차원이 아니라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이른바 유럽 주요 3개국(E3)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상회의에서 반러시아 성향이 강한 발트 3국과 함께 덴마크, 네덜란드 등이 독일과 프랑스 입장을 지지한 반면, 스페인,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 다수의 국가들은 EU 차원에서 러시아와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의견이 양분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크리스텐 미할 에스토니아 총리는 "역사는 독재자들과 별도의 협상 틀을 구축하려고 했던 일들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며 "EU는 이런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을 수 없다"고 코스타 의장 측의 시도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반대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평화를 달성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어떤 시도라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폴리티코는 이번 일은 종전을 위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누가 러시아와 직접 협상에 나설지를 둘러싼 유럽의 고민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이 교착에 빠지자 유럽에서는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와 관계를 단절한 유럽이 외교를 복원해 러시아와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하는지, 아니면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만약 러시아와 직접 대화에 나선다면 협상 대표는 누가 맡아야 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대화에 나서야 하는지를 둘러싸고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한편, EU 정책에 사사건건 엇박자를 내던 오르반 빅토르 전 헝가리 총리가 16년 만에 실각한 후 처음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지지 공동성명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또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기존 6개월 연장이 아닌 12개월 늘리기로 합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회의에 초청돼 최근 전황을 브리핑하고, 우크라이나의 신속한 EU 가입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회의 첫날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함께 EU의 경쟁력 강화 방안, 불균형한 중국과의 무역 대응 등 현안을 논의한 EU 정상들은 19일에는 2028∼2034년 EU의 예산을 어떻게 정할지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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