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125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결국 졌다. 기세가 올라간 홍명보호의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았다. 북중미 월드컵 A조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6월19일 10시)는 0대 1로 끝났다. 하루 전(6월18일 13시) 오목렌즈 기획 대담의 정례 인터뷰 날이라서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과 나름의 피묻히기를 해봤는데 차마 한국인으로서 한국팀의 패배를 예측하진 못했다. 하지만 박 센터장은 첫승으로 한껏 흥분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리만치 냉정한 멘트를 했다.
경기력이 좋다. 근데 이 경기력이 좋은 건 사실 일찍 가서 적응력이 굉장히 생각보다 올라와서 그런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 현지 적응을 빨리 했다. 체코 선수들은 완전히 고지대에 고전을 했다. 물론 막판 평가전의 졸전에 비해 홍명보 감독의 전술이 잘 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조심스러운 건 뭐냐 하면 아직까지는 조 4위가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왜냐하면 멕시코한테 지고 남아공한테 고전하게 되면 저희가 조 4위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미국 FRB 의장도 아니고 파티가 한창일 때 접시를 치우고 찬물을 끼얹은 것 같지만 우려가 현실이 됐다. 김승규 골키퍼가 공중 볼을 잡고 착지할 때 미처 비켜주지 못한 이기혁 수비수와 충돌하며 공을 흘리는 중대 미스를 범했고, 멕시코 루이스 로모 선수가 오른발을 갖다 대서 실점했다. 이렇게 한국은 1승 1패가 됐다. 체코와 남아공이 비겼기 때문에 아직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이미 1위를 확정한 멕시코가 체코전에 2진 멤버로 로테이션을 돌리고 이에 따라 체코가 이겨버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남아공이든 한국이든 벼랑 끝에서 기를 쓰고 이겨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혹시라도 남아공한테 딸깍 패배를 당한다? 그러면 한국은 조 4위로 예선 탈락이다. 그렇다. 멕시코전 무승부만 했어도 피할 수 있었던 ‘경우의 수’에 또 직면하게 됐다. 야구든 축구든 요즘 한국 국가대표 스포츠는 경우의 수가 빠지지 않는다. 박 센터장은 정확히 하루 전 “그러면 진짜 최악인데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이게 왜 그러냐 하면 체코가 점점 이제 경기력을 올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멕시코는 여전히 강팀일 거고. 남아공도 승점을 챙기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그래서 중요하게 보는 건 2차전을 최소한 비겨놔야 좀 편하다.
결국 멕시코전에서 패배하고 또 다시 경우의 수에 직면한 홍명보호. 홍명보 감독의 모습. <그래픽=제미나이 AI>
유튜브 채널 <달수네 라이브>의 수장 박문성 해설위원도 멕시코전 종료 직후 아래와 같이 발언했다.
물론 남아공전에서 이길 거라고 보고 32강 갈 거라고 본다. 근데 그 남아공을 꼭 이겨야 되는 상황이 되버린 것인데. 오늘 이겼으면 조 1위가 확정됐기 때문에 남아공전에서 풀 로테를 돌리면서 다음 토너먼트에 집중할 수 있는데 이젠 남아공전에서 집중해야 한다. 자칫하면 큰일 나니까...
라이브 입중계에 특별 게스트로 참여한 방송인 김신영씨도 “이런 기분이면 남아공전도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우리보다 못 해라고 해도 공은 둥글로 모르는 것”이라고 동조했다.
비단 축구만이 아니라 인간 세계는 모든 것이 결과론을 바탕으로 설레발과 김칫국이 만연하기 마련이다. 체코전 승리 직후 1등을 해서 멕시코에 남는 게 좋은지 2등을 해서 한인이 많은 LA로 가는 게 좋은지? 홍명보 감독이 알고보니 명장이네? 32강을 넘어 16강이나 8강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온갖 장밋빛 코멘트들이 넘쳐났다. 박 센터장은 “(홍 감독이) 명장이라고 하기에는 체코가 고지 적응을 못한 상태에서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에서 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오버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계했다.
이런 점들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물론 교체 타이밍이 맞았고 작전상으로도 나쁘지 않았고 그걸 잘 풀어내도록 포메이션 배치를 잘했지만 온갖 욕을 다 먹다가 한 경기 이겼다고 명장이라고 하기에는 좀 힘들다.
오히려 박 센터장은 한국의 멕시코전 못지 않게 “체코하고 남아공전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환기했다.
왜냐하면 체코의 경기력이 어떨 것이냐에 대한 관심이 크다. 체코가 남아공을 확실하게 눌러주면 상위 세 팀이 물고 물릴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지금 A조 순위로 볼 때 1, 2, 3, 4위가 다 가능한 형태라고 말씀을 드리는 건데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체코가 그렇게 무기력하게 물러날 팀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코와의 경기도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봐야 되지 않나 싶다.
궁극적으로 박 센터장의 관측은 포괄적으로 적중했다. 물론 처음부터 박 센터장이 과도하게 회의적으로 전망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 토너먼트 가면 우리 선수들이 더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까 작년 말부터 우리가 대진 운만 잘 따라주면 8강까지 볼 수도 있다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근데 문제는 예선이 까다롭다. 8강을 가는 건 예선 통과를 순조롭게 이뤄내서 전술과 실전에서의 자신감을 확보한다는 전제로 할 때 이야기다. 그러니까 예선을 통과하려면 최소한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비겨야 된다라는 말이다. 그러나 체코전 이겼다고 해서 그대로 좋은 흐름을 가져간다는 보장이 없다. 언제든지 꼬일 수도 있다. 거듭 반복하지만 그러니까 우리가 제압했던 체코의 경기력이 100%가 전혀 아니기 때문에 너무 뽕에 차면 안 된다. 그래서 아직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예지력이 있는 박 센터장의 불길함은 현실로 펼쳐졌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였는지 들여다보자. 당초 A조에서 가장 강력한 상대이자 홈 어드벤티지를 갖고 있는 멕시코와 만나 공격적으로 나올 수는 없었고 실제로도 촘촘한 수비 위주의 전술을 짜서 대응했다. 상대에 따라 맞춤형으로 잘 대비했지만 공격 전술이 너무 허술했고 취약점이 노출됐다. 교체 카드도 체코전과 달리 빗나갔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체코와 멕시코의 스타일이 다르고 오늘 경기 양상도 달랐다. 근데 (교체 카드가) 너무 똑같았다”고 꼬집었다.
오늘은 누가 보더라도 이강인 선수의 능력에 집중시켰다. 근데 이강인이 오늘 좌우 전환으로 몇 번 만들어내려고 했는데 기회를 못 살렸다. 더구나 우리가 지고 있다. 그러면 윙백을 빼고 윙포워드 유형들을 넣어서 다시 활로를 열어서 다시 기회가 공격수들에게 가게 해야 하는데. 처음 교체가 체코전과 똑같았다. 아니 손흥민이 잘했냐? 오현규가 잘했냐?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최전방 공격) 그쪽으로 볼이 안 가는데 손흥민 빼고 오현규 넣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바로 그 얘기다! 가게끔 만들어준 다음에 안 되면 그때 바꿔야 한다. 그렇게 (최전방 공격수로) 가는 과정이 뭐냐면 이강인이 좌우 전환을 해주는 건데, 근데 오늘 우리의 윙백들 김문환과 설영우가 볼을 못 가져갔다. 그러면 여기에 좀 더 공격적인 양현준과 같은 이 카드를 먼저 넣었어야 했다.
축구선수 출신으로 유튜브 채널 <말년 호빙요>를 운영하고 있는 이수빈씨도 멕시코전 직후 “55분에 손흥민을 빼는 게 열받았다”면서 “멕시코 입장에서 손흥민 나가니까 너무 편안해졌다”고 평가했다. 박문성 해설위원의 지적처럼 중원에서 주도권 싸움이 안 풀리는 상황에서 그나마 뒷공간을 열기 위한 침투 역량을 갖고 있는 손흥민 선수의 이른 교체가 체코전과 달리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취지다. 박 센터장도 “수비수들 입장에서는 막아야 될 최우선 순위 선수들 중 1명이 누가 뭐래도 손흥민”이라며 아래와 같이 밝힌 바 있다.
체코전에서 골을 넣지 못한 손흥민 선수의 에이징 커브를 논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김승규 골키퍼가 증언했듯이 오히려 축구인들은 손흥민의 움직임이 체코 수비진을 지치게 했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손흥민 선수를 이렇게 활용해서 상대 수비수들을 몰고, 우리 2~3번공격 옵션들이 골을 넣는 게 대한민국 대표팀의 전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초반에 힘을 빼놓는 역할 및 수비의 집중 마크를 받아 다른 공간을 창출하는 식으로 손흥민을 쓰게 되면, 손흥민이 직접 골을 넣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대표팀 전체에 큰 이득을 줄 수 있다. 그게 이번 시즌 LA FC에서 재현되기도 했다.
아무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멕시코가 좋은 플레이로 만들어가는 골을 넣었다면 상대가 잘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너무나도 허무한 실책으로 골을 먹었다. ‘억텐’이라도 끌어올려서 남아공전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다. 이수빈씨는 원래 대한민국의 ‘월드컵史’가 편하게 갔던 패턴이 아니었다면서 ‘고진감래’의 감동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정신승리를 해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이런 억텐도 쉽지 않은 처지다.
멕시코전 분위기로 다운돼서 남아공전이 훨씬 힘들까? 자! 형들 이게 원래 우리야! 이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선수들이 드라마 만들어줬다. 언제 우리가 (월드컵에서) 2승 딱 해놓고 남아공전 편하게? 그걸 즐기려고 했어? 꽁으로 먹으려고 그랬네! 우리 남아공전 3차전에서 다들 개미친 텐션 나오고 모두의 염원이 들어가는 손흥민 고개 드는 미친 확률! 황희찬 역전골! 이런 거 나와야 월드컵이잖아. 남아공전 준비됐는가? 대한민국! 근데 지금 이 분위기는 억텐으로 갑자기 올릴 순 없고 서서히 올릴 것이다. 지금 라커룸 가서 오늘 같은 경기 후를 억텐으로 좀 바꾸기 쉽지 않다.
그래도 안 좋은 분위기를 빨리 떨쳐내고 다음 남아공전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 최소한 비겨야 한다. 멕시코전에서 실점하기 전까진 양팀이 빡빡하게 수비 대형을 유지하고 조심스럽게 경기 운영을 하며 텐션을 유지했는데, 남아공전에서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닥공 모드로 제압해야 한다. 유튜브 채널 <이스타TV>를 운영하고 있는 이주헌 해설위원과 박종윤씨는 아래와 같이 주문했다.
| 이주헌 해설위원: 결과적으로 안 좋아서 그렇지 전반전에 0대 0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했던 플레이에는 만족하고 무리하지 않았다. 멕시코의 홈이기도 하고. 남아공은 가장 많이 흔들리고 있는데 그 팀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후방에서) 패스만 주고 받는다? 이건 너무 아깝다 |
| 박종윤씨: 그렇게 하면 욕 먹어야 마땅하다. 남아공은 눌러서 잡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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