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회계처리기준 위반을 이유로 영풍 전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권고 상당 조치를 의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이사 해임권고는 회계기준 위반 제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고의’ 단계에서 적용되는 대표적 중징계인 만큼, 단순 실수나 판단 착오를 넘어선 문제로 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9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최근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영풍에 대해 과징금 부과, 감사인 지정 3년, 전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 시정요구 등의 제재를 의결했다.
증선위는 영풍이 토양정화충당부채와 지하수정화충당부채를 과소계상하고, 석포제련소 유형자산 손상차손 역시 적정하게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석포제련소 자산 손상평가 과정에서 조업정지에 따른 손익효과를 제거해 미래현금흐름을 산정한 점을 문제 삼았다.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를 놓고 업계에서는 주목할 만한 대목으로 대표이사 해임권고 조치를 꼽는다.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은 회계처리기준 위반 정도를 고의·중과실·과실로 구분하고 있는데, 대표이사 해임권고는 가장 높은 단계인 ‘고의’ 유형에서만 적용되는 조치로 규정돼 있다.
시행세칙은 고의를 ‘위법사실 또는 그 가능성을 인식하고 법령 등을 위반한 행위’로 정의한다. 부채를 누락하거나 회계정보를 은폐·조작·누락하는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한 경우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된다. 반면 중과실은 회계 판단의 합리성이 부족하거나 통상적인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증선위가 이번 사안을 단순한 회계 추정의 차이나 기술적 오류 수준으로 보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재 내용 자체가 영풍 경영진이 관련 위험요인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재무제표에 적절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석포제련소는 수년간 환경규제와 행정처분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손상차손은 자산의 장부가액이 실제 회수 가능 금액보다 높을 경우 그 차액을 비용으로 반영하는 회계처리다. 이를 적게 반영하면 자산 가치와 수익성이 실제보다 높게 평가될 수 있어 투자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환경오염 정화 의무와 조업정지 리스크가 장기간 제기된 상황에서 관련 비용과 위험이 재무제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금융당국 판단이 나온 만큼, 단순 회계 논란을 넘어 기업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 조치가 내려졌다는 점 자체가 금융당국이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영풍은 회계처리의 적정성뿐 아니라 내부통제 시스템과 의사결정 구조 전반에 문제가 없었는지 시장에 투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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