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백’. 한 사람이 백 사람을 당해낸다는 뜻이다.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 모인 대한민국 응원단이 바로 ‘일당백’이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한국과 멕시코의 A조 2차전을 보기 위해 운집한 관중은 모두 4만5천522명. 이 가운데 녹색 유니폼을 입은 멕시코 관중이 99%, 붉은 유니폼의 한국 팬은 많아야 500명으로 약 1%에 불과했다.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모여든 두 나라 팬들은 스타디움 밖에서 뜨거운 장외 응원전을 펼쳤다.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 한국에서 출발한 ‘붉은 악마 응원단’은 물론 미국, 홍콩, 브라질 등 세계 각지의 교포들이 모여들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사는 허웅-정유진 부부는 “대한민국의 2-1 승리를 예상한다”며 자녀 2명과 함께 ‘대한민국 파이팅’을 힘차게 외쳤고 홍콩에서 일하는 김상현 씨도 한국을 응원하기 위해 휴가를 내고 과달라하라까지 날아왔다.
‘축구의 나라’ 멕시코 국민들은 ‘비바! 멕시코’를 외치며 맞불을 놓았다.
몬테레이에 있는 기아자동차 현지 공장에서 근무한다는 멜리사 도밍게스 씨는 서툰 한국어로 “멕시코가 3-1로 이길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손흥민이 1골을 넣을 것이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스타디움은 5만 명에 가까운 관중이 내뿜는 함성으로 바로 옆 사람의 말이 잘 안 들릴 정도였다. 우리 응원단이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으로 장군을 부르면 멕시코 응원단은 ‘바모스 멕시코’(가자! 멕시코)로 멍군을 불렀다.
관중 숫자에서는 턱없이 뒤졌지만 한국 응원단은 목이 터져라 외치며 우리 선수들의 투지를 북돋우었다.
스타디움을 꽉 메운 멕시코 관중 일부는 한국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지만 대다수는 우리 선수들이 백패스를 하거나 볼을 이리저리 돌릴 때는 '우! 하는 야유를 퍼부었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후반 5분에 나왔다. 경기 못지않게 치열했던 응원전의 명암이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골키퍼 김승규가 수비수 이기혁과 엉키며 공을 놓쳤고, 이 틈을 루이스 로모가 놓치지 않고 선제골로 연결하자 멕시코 관중은 모두 일어나 1분 동안 열광적인 환호성을 올렸다.
대조적으로 우리 응원단에서는 안타까움과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고 막판 파상공세에도 끝내 0-1 패배가 확정되자 큰 아쉬움 속에 한동안 일어날 줄 몰랐다.
한국에서 온 장희도-장희준 형제는 “실수로 1점을 내준 게 아쉬웠는데 남아공전에서 분위기를 반전해 2위로 32강에 진출해 미국 LA로 갔으면 좋겠다. 목이 다 쉴 정도 응원 많이 했는데 아쉽다. 멕시코 사람이 큰 소리 내면 지지 않으려고 더 크게 소리 질렀다. 목 관리 잘해서 남아공전에서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내겠다”며 한국 축구의 선전을 기원했다.
비록 경기에서는 0-1로 석패했지만 태극전사 응원단만은 개최국 멕시코 응원단에 절대 밀리지 않았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