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광장에서 시민들이 FIFA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멕시코전을 시청하며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이혜린 기자
19일 오전 9시 30분,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광장.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멕시코 경기를 앞두고 월드컵 응원전을 위한 대형 전광판과 가림막 텐트가 마련돼 있었다.
이날 대전의 낮 기온은 30도를 웃돌았다. 오전부터 햇볕은 뜨겁게 내리쬐었고, 5분만 가만히 서 있어도 이마와 목덜미를 타고 땀이 흘러내렸다. 텐트 그늘 아래조차 후끈한 열기가 감돌았다.
그러나 월드컵 열기는 무더위보다 뜨거웠다.
1차전 체코전 승리 이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도심 곳곳의 술집과 학교, 회사에서는 단체 응원전이 이어졌고, 수도권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야외 응원전이 대전에서도 마련됐다. 그 중심에는 국립중앙과학관 광장이 있었다.
과학관 측은 야외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시민들을 위해 가림막 텐트를 선착순으로 제공했다. 경기 시작 직전까지도 더운 날씨 때문인지 빈 텐트가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오전 10시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상황은 달라졌다.
19일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광장에서 시민들이 FIFA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멕시코전을 시청하며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이혜린 기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금세 텐트는 모두 찼다. 뒤늦게 도착한 시민들은 돗자리를 펼쳐 잔디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일부는 모자를 눌러쓰고 양산을 펼친 채 강한 햇빛 아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친구와 함께 온 대학생들, 가족 단위 관람객, 혼자 응원에 나선 시민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대표팀을 응원했다.
국토대장정 중 잠시 발걸음을 멈춘 배민수(26) 씨가 19일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광장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금상진 기자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국토대장정 중 잠시 발걸음을 멈춘 청년이었다.
배민수(26) 씨는 현재 안산에서 부산 사직운동장까지 국토대장정을 진행하고 있다. 배낭 하나를 멘 채 응원 현장을 찾은 그는 이날 오전 대전에서 지인을 만난 뒤 옥천으로 향할 계획이었다.
배 씨는 "걷기 코스 중에 마침 과학관에서 축구 야외 응원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들르게 됐다"며 "축구를 보고 나서 다시 걸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멕시코전이라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지만 마음만은 5대 0으로 이겼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는 특히 손흥민 선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그의 시선은 스크린을 떠나지 않았다. 잠시 쉬어가는 여정 속에서도 월드컵은 놓칠 수 없는 순간이었다.
국토대장정 중 잠시 발걸음을 멈춘 배민수(26) 씨가 19일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광장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금상진 기자
시간이 흐를수록 광장의 함성도 점점 커졌다. 대한민국 슈팅이 골문을 벗어날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
짧은 외침이 광장을 가득 메웠지만, 곧이어 아쉬움을 달래는 박수가 이어졌다.
광장을 지나던 유치원생들도 응원 열기에 발걸음을 멈췄다. 과학관 전시 관람을 위해 단체로 이동하던 아이들은 대형 전광판 앞에 서서 한참 동안 경기를 지켜봤다. 일부 아이들은 두 손을 입에 모은 채 "대한민국 화이팅!"을 외쳤고, 인솔교사의 안내에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연신 전광판을 돌아봤다.
이날 경기는 아쉽게도 한국이 1-0으로 졌지만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도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날 국립중앙과학관 광장에서 끝까지 식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향한 대전 시민들의 응원 열기였다.
이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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