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는 열렸지만 배는 멈췄다···선주들이 기다리는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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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는 열렸지만 배는 멈췄다···선주들이 기다리는 '세 가지'

뉴스웨이 2026-06-19 17:0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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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열릴 전망이지만, 배들은 아직 출발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 선박들이여, 시동을 걸어라. 석유가 흐르게 하라"고 했지만, 선주들이 보는 계기판에는 아직 경고등이 남아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가 정치적으로는 해협 재개방의 신호일 수 있지만, 해운업계의 판단은 다르다. 해협이 열린다는 말과 선박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다는 말은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는 한국 선박 24척과 한국인 선원 137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선박은 봉쇄 이후 장기간 대기 상태에 놓였고, 식량과 연료 공급은 비교적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선원 피로와 안전 부담은 커지고 있다. 국내 관전 포인트는 해협이 열리느냐가 아니라 우리 배가 언제, 어떤 항로로, 어떤 안전 보장 아래 빠져나오느냐다.

업계에서는 선주들이 기다리는 것은 크게 세 가지라고 꼽는다. 첫째는 항로 안전과 군사적 위험 확인, 둘째는 전쟁위험 보험료 안정, 셋째는 정부와 국제기구의 구체적인 통항 지침이다. 이 세 가지가 맞물려야 실제 운항 재개를 검토할 수 있다. 호르무즈 재개방이 '출항 신호'가 아니라 '사전 점검 시작'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항로 안전을 먼저 따지는 이유는 숫자로도 설명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석유가 지나는 세계 최대 에너지 병목 구간이다. 전 세계 해상 석유 교역의 약 25%가 이 해협을 통과하고, 이 중 80%는 아시아로 향한다. 카타르 LNG 수출의 약 93%, 아랍에미리트(UAE) LNG 수출의 약 96%도 호르무즈를 지난다. 한국에 호르무즈는 먼 중동 해협이 아니라 에너지 수급과 해운 안전이 동시에 걸린 통로다.

문제는 이 중요한 통로가 생각보다 좁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곳도 약 21마일, 우리 거리로는 39㎞ 안팎에 이르지만, 대형 선박들이 마음대로 가로질러 다니는 것은 아니다. 들어가는 배와 나오는 배가 각각 정해진 항로를 이용하고, 두 항로 사이에는 충돌을 막기 위한 완충 구역이 있다. 바다 위에도 사실상 정해진 차선이 있는 셈이다. 평시에도 긴장도가 높은 항로인데 봉쇄와 재개방이 반복된 직후라면 선사들이 "길이 열렸다"는 말만 믿고 들어가기 어렵다.

항로 안전 다음에 따라붙는 것은 보험료다. 해상 운송에서 전쟁위험 보험료는 단순한 부대비용이 아니라 선박 투입 여부를 가르는 가격표와 가깝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3월 충돌 확산 이후 전쟁위험 보험료가 선박가액의 0.25% 수준에서 3%까지 뛰었다는 시장 평가가 나왔다. 2억~3억달러 규모 탱커 기준으로 보면 보험료가 약 62만5000달러에서 약 750만달러까지 불어나는 계산이다. 해협이 형식적으로 열려도 보험사가 해당 해역을 고위험 지역으로 보면 선주와 용선주는 배를 움직이는 순간 비용 폭탄을 떠안게 된다.

마지막 관문은 정부와 국제기구의 통항 지침이다. 한국 선박과 선원이 해협 안쪽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선사들이 "일단 가보자"고 하기엔 부담이 크다. 어느 항로를 언제 이용할 수 있는지, 비상 상황 때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까지 정부 차원의 안내가 나와야 선주들도 브레이크에서 발을 뗄 수 있다.

호르무즈 재개방은 파란불이 아니라 '깜빡이'와 가깝다. 선주들은 항로 안전, 보험료, 통항 지침이라는 세 신호가 모두 녹색으로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 합의문은 나왔지만, 우리 배가 움직이는 순간은 정치가 아니라 안전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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