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5분 어이없는 실수로 결승골을 내주자 골키퍼 김승규는 손으로 땅을 치며 무척 아쉬워했다.
김승규의 몸짓이 말해주듯 천추의 한을 남긴 경기였다.
멕시코는 예상 밖으로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충분히 해 볼만 한 상대였다.
하지만 축구는 골로 말한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멕시코는 행운의 골을 넣었고 우리는 1골도 터뜨리지 못했다.
멕시코전 패인은 수비보다는 공격 부진에서 찾아야 한다.
골을 넣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에이스 손흥민의 창끝은 여전히 무디었고 게임메이커 이강인의 플레이도 체코와 1차전에 비하면 인상적이지 못했다. 전반에 일찌감치 경고를 받는 바람에 약간 위축된데다 멕시코 수비가 아기레 멕시코 감독의 제자였던 이강인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 이렇다 할 공격 활로를 찾지 못했고 침투 패스도 예리하지 못했다. 세트피스의 정확성은 체코전에 이어 미흡했다.
멕시코 수비의 핵 세사르 몬테스(195cm)가 남아공과 개막전에서 퇴장당해 이번에 결장한 점을 고려하면 헤더가 강점인 장신의 조규성을 좀 더 일찍 투입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조규성이 후반 막판 헤더에 이은 슈팅을 날려 골과 거의 다름없는 장면을 연출한 것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운 대목이었다.
한국 축구가 역대 월드컵에서 개최국과 대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한 팀에 3번 내리 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본선에서 모두 27개 나라를 상대했는데 멕시코, 벨기에, 독일, 스페인, 우루과이 5개 나라와 가장 많은 세 번씩 격돌했다.
이 중 우리가 승점을 얻지 못하고 모두 패배한 나라가 멕시코다. 1998년 프랑스 대회 조별리그에서 멕시코에 1-3, 2018 러시아 대회 조별리그에서 1-2로 졌다.
오늘 패배로 이른바 ‘멕시코 징크스’에 벗어나지 못한 것과 함께 이번에도 ‘2차전 징크스’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우리 대표팀은 역대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4무 8패로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하는 달갑지 않은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멕시코의 아기레 감독이 “한국이 전술적으로 우리를 정말 힘들게 했다”고 말할 만큼 이번에는 각종 징크스를 한꺼번에 날릴 절호의 기회였는데 과달라하라에 통한의 눈물만 남겨두고 떠나게 됐다.
조 1위는 놓쳤지만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강인은 경기 후 “승리하려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는데 매우 아쉽다”면서 “이미 지난 경기고 되돌릴 수 없다. 다음 경기가 빨리 와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홍명보호는 오는 25일 몬테레이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을 치르는데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32강에 오를 수 있다.
멕시코의 산업 도시 몬테레이는 1983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붉은 악마’로 불렸던 우리 청소년 대표팀이 우루과이를 꺾고 4강 신화를 만들었던 인연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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