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를 중심으로 특정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이른바 '한정판 과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 품종 개량을 통해 탄생한 프리미엄 과일들이 희소성과 차별화된 맛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과일 소비 트렌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계절 과일을 단순히 제철에 소비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특정 품종을 찾아 구매하는 소비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신품종 과일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한국 농업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짧은 출하 기간과 제한된 생산량, SNS를 통한 빠른 정보 확산이 결합되면서 일부 과일은 출시 시기마다 소비자들의 구매 경쟁이 벌어질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복세권'부터 노을멜론까지…희소성이 만든 한정판 과일 열풍
대표적인 사례로는 신비복숭아가 꼽힌다. 신비복숭아는 천도복숭아와 백도의 특징을 동시에 가진 품종이다. 생산 및 출하 기간이 약 2주 정도에 불과하다. 일반 복숭아보다 유통 기간이 짧고 생산량도 한정적이어서 매년 출하 시기가 되면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신비복숭아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지역을 뜻하는 '복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SNS에서도 인기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인스타그램 내 '#신비복숭아' 해시태그는 7만건 이상 등록됐으며 관련 게시물 가운데 수십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콘텐츠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노을멜론도 SNS를 중심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노을멜론은 일반 멜론보다 진한 주황빛 과육과 높은 당도를 특징으로 하는 품종으로 주로 5~6월에 출하된다. 생산 시기가 짧고 물량이 많지 않아 가격은 일반 멜론보다 높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제철 한정 과일'이라는 인식이 형성되며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망고수박 역시 대표적인 인기 품종이다. 일반 수박과 달리 노란 과육을 지닌 망고수박은 높은 당도와 독특한 외형으로 SNS에서 주목받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망고수박 관련 게시물이 2만건 이상 등록돼 있으며 일반 수박보다 높은 가격에도 꾸준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만년설딸기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품종 가운데 하나다. 자연 돌연변이 개체를 10년 이상 육종·교배해 개발된 품종으로 일반 딸기보다 높은 당도와 독특한 향을 갖고 있다. 과육이 단단해 쉽게 물러지지 않는 특징도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품종 과일의 인기는 단순히 색다른 맛 때문만은 아니다. SNS를 통해 사진과 후기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심리가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리미엄 과일 넘어 K-농업 경쟁력으로…"R&D·수출 지원 확대 필요"
이들 품종 과일은 일반 과일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이마트몰 판매 가격 기준 머스크멜론(1.6kg)은 1만8500원 수준인 반면 노을멜론(1.8kg)은 2만3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신비복숭아 역시 2kg 기준 2만5900원으로 같은 중량의 천도복숭아(1만6880원)보다 약 50% 이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망고수박도 일반 수박 대비 높은 단가에 거래되고 있다. 일반 하우스 수박은 100g당 약 636원 수준인 반면 망고수박은 100g당 약 860원 수준으로 판매된다. 가격 차이가 적지 않지만 차별화된 품종 특성과 높은 당도가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한국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고 있다. 농산물 시장에서도 단순 생산량 확대보다 품종 차별화와 브랜드 가치가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해외 시장에서는 샤인머스캣과 참외 등 한국산 과일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한국 과일 특유의 높은 당도와 품질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수출 시장은 동남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등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신비복숭아와 노을멜론, 망고수박 등 신품종 과일 역시 향후 한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수출 품목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장기간의 연구개발 투자와 체계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품종 개발은 수년에서 수십 년에 이르는 연구 기간과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분야다. 따라서 농가나 민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구개발(R&D) 지원 확대와 함께 해외 판로 개척, 마케팅, 유통 인프라 구축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미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샤인머스캣과 참외 사례처럼 신품종 과일 역시 브랜드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농산물 시장에서도 이제는 가격 경쟁력보다 차별화된 브랜드와 경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한정판 과일과 같은 프리미엄 품종은 소비자의 경험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동시에 한국 농업의 새로운 수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품종 과일을 단순한 농산물이 아닌 브랜드 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