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AI센터 279곳, 전력망에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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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AI센터 279곳, 전력망에 막혀

한스경제 2026-06-19 15:59:17 신고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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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입지 경쟁의 축이 수도권 접근성에서 전력 확보와 재생에너지 조달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19일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입지를 가르는 핵심 변수는 지연시간에서 전력망 접속과 탄소 대응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는 실시간 응답이 필요한 엣지 데이터센터를 두고, 비수도권에는 대규모 연산과 저장을 맡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배치하는 역할 분담형 전략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 ‘거리 싸움’서 ‘전기 싸움’으로…입지 공식이 바뀌어

데이터센터 입지에서 가장 오래 다뤄진 쟁점은 지연시간이다. 금융·게임·콘텐츠 전송·실시간 AI 추론처럼 응답 속도가 중요한 서비스는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서버를 두어야 했다. 수도권 선호도는 여기서 비롯됐다.

하지만 AI 학습·백업·대용량 저장·기업용 클라우드 인프라처럼 즉각적인 응답보다 안정적인 전력과 넓은 부지가 중요한 기능까지 수도권에 두어야 할 이유는 없다. 최근 이 같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같은 데이터센터라도 기능에 따라 입지 조건이 갈린다는 것이다.

고진석 텐스페이스 대표는 “AI 데이터센터 입지는 지연시간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실시간 응답이 필요한 기능과 대규모 연산·저장 기능을 구분해 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2030년 945TWh…AI가 전력 지도를 다시 그렸다

기능 분리론의 배경에는 AI가 끌어올린 전력 수요가 있다. 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4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약 415TWh로 전 세계 전력 소비의 1.5% 수준이라고 밝혔다. IEA는 이 소비량이 2030년 945TWh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6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하는 수치로 AI 서버 확산이 전력 수요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국내 계획도 같은 흐름을 반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데이터센터를 추가 전력수요 항목으로 잡았다. 이 계획은 2038년까지 데이터센터 수요 15.5TWh를 추가 수요로 산정했다. 데이터센터가 통신·부동산 문제를 넘어 전력계통의 문제로 다뤄지기 시작한 셈이다.

▲ 수도권 신청 522건 중 279건 ‘공급불가’

부담은 수도권에 집중된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정부에서 받은 데이터센터 전기사용신청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데이터센터 계약전력 신청량은 2020년 이전 60MW 수준에서 2023년 3091MW로 급증했다. 2024년 8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 신청 736건 가운데 수도권 신청은 522건으로 71%를 차지했다. 1차 기술검토 기준 수도권 신청 522건 중 279건이 ‘공급불가’ 판정을 받았다. 수도권에 절반 넘는 신청이 몰렸지만, 그 중 절반 넘게는 전기를 받지 못한 것이다.

고 대표는 “AI 학습과 대용량 저장은 지연시간보다 전력 안정성이 먼저이다”며, “전력이 막히면 부지와 네트워크를 갖춰도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RE100 6%’의 벽…“전기 많은 곳이 AI 거점”

전력 부담이 수도권에 쏠린 만큼 비수도권의 강점은 부각된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원이 수도권보다 넓게 분포해 재생에너지와의 연계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클라우드와 AI 기업이 국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거나 임차하려면 재생에너지 조달 가능성이 입지 조건으로 붙는 구조로, 발전원이 가까운 지역이 그만큼 유리해진다.

RE100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이 어려운 시장으로 분류했다. RE100 이니셔티브는 우리나라의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이 2024년 전력 생산의 6%에 그쳤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고 대표는 “RE100 대응은 선택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고객을 받기 위한 입지 조건이다”며 “재생에너지 조달이 쉬운 지역이 AI 인프라 거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은 지난 9일 제정됐고 2027년 3월 10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은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의 신축과 확장, 전환에 대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상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가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인프라로 보고 비수도권 입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로 한 것이다.

▲ 中 ‘동수서산’·AWS 로컬존…해외는 이미 분담 중

이 같은 역할 분담은 해외에서 먼저 자리를 잡았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동부 지역의 데이터 수요를 서부 지역 전력과 토지로 처리하는 ‘동수서산(東數西算)’ 전략을 추진했다. 중국은 8개 국가 컴퓨팅 허브와 10개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구축해 동부 대도시 수요를 서부 자원 지역으로 분산하는 구조를 세웠다.

대도시에는 대형 센터 대신 엣지 인프라를 두는 방식이 상용화됐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로컬존에 대해 낮은 지연시간이 필요한 인터랙티브 애플리케이션을 최종 사용자 가까이에서 구동한다고 설명했다. 구글 클라우드가 공개한 리전 선택 도구도 탄소발자국, 가격, 지연시간을 함께 고려하도록 설계돼 있다. 입지 판단이 거리 하나에서 전력과 탄소, 비용, 지연시간을 함께 따지는 방식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선택지는 수도권 대형화가 아니라, 역할 분담에 가깝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시간 추론과 금융 거래, 게임, 콘텐츠 전송은 수도권 엣지센터가 맡고 AI 학습과 백업·대용량 저장·기업용 클라우드 인프라는 비수도권 하이퍼스케일 센터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수도권 전력망 부담을 낮추면서 서비스 지연 문제도 함께 관리하는 구조다.

▲ 폐광·제지공장이 데이터센터로, 해수로 식힌다

지방 입지는 전력 분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에너지 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 레프달 마인 데이터센터는 폐광을 활용한 지방형 사례다. 레프달 마인 측은 이 시설이 노르트피오르 인근 해수를 냉각에 쓰고 재생 수력 전력을 활용한다고 설명한다. 구글은 핀란드 하미나의 옛 제지공장을 데이터센터로 전환했다. 구글은 하미나 데이터센터가 핀란드만 해수를 활용한 냉각 시스템과 외부 폐열 회수 설비를 갖췄다고 밝혔다.

폐열은 다시 지역 난방으로 돌아온다. 덴마크 오덴세의 메타 데이터센터는 폐열을 지역난방망에 공급하는 모델로 알려졌다. 램볼은 메타 오덴세 데이터센터의 잉여 열을 도시 지역난방망으로 재분배하는 에너지센터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알파라발에 따르면, 이 폐열 회수 인프라는 연간 10만MWh의 에너지를 회수해 약 7000가구 난방에 해당하는 효과를 낸다.

핀란드에서도 비슷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포텀은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폐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포텀은 에스포와 키르코누미의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가 해당 지역 난방 수요의 약 40%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가 전력 소비 시설에서 지역 에너지 순환 시설로 확장되는 사례다.

고 대표는 “데이터센터는 지역 전력을 쓰는 건물에 머물 필요가 없다”며, “폐열·냉각·일자리·정주 지원을 함께 설계하면 지방 산업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전력 다음은 ‘사람’…인력 정착이 성패 가른다

남은 과제는 인력이다. 지방 데이터센터는 전기·설비·보안·네트워크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방 근무 기피는 사업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사택·교육·의료·교통·가족 정착 지원을 묶으면 여지가 있다. 이는 데이터센터를 단순 시설 투자가 아니라 지역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를 함께 만드는 산업 거점으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입지 경쟁은 이제 서울과의 거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며, “전력망 접속·재생에너지 조달·폐열 활용·지역 수용성·인력 정착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은 엣지, 비수도권은 하이퍼스케일로 역할을 나누는 방식이 전력난과 지역 균형, AI 인프라 수요를 동시에 다룰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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