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성일하이텍이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긴 침체기를 겪었지만 원료 공급처 다변화와 핵심 공장에 물량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버텨냈다. 광물 가격 정상화에 힘입어 적자 폭을 크게 줄인 만큼 흑자 전환이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성일하이텍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은 609억원으로 전년 동기(333억원) 대비 82.8%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414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5억원)보다 적자 규모를 크게 줄였다. 광물 가격 하락기에는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리튬·니켈·코발트 등 주요 광물 가격이 정상화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성일하이텍은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공정 스크랩)과 수명이 다한 배터리에서 리튬과 니켈 등 핵심 광물을 추출해 다시 활용하는 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이다. 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장기적 성장 전망은 뚜렷하지만, 가동률이 수익으로 직결되는 대규모 장치산업 구조인 탓에 위기를 겪었다.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황금알을 낳는 도시광산’으로 불렸다. 국내외 대기업이 앞다퉈 진출하는 등 한때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캐즘으로 원재료 확보가 위축되면서 무리한 설비 증설이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혹독한 구조조정의 시기를 맞았다. 실제로 미국 배터리 재활용 업계 유니콘 기업으로 꼽히던 ‘어센드 엘리먼츠’가 지난 4월 파산 보호를 신청했고,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 ‘라이-사이클’ 역시 지난해 5월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성일하이텍도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2022년 2699억원의 매출로 정점을 기록한 후 2023년 2474억원, 2024년 1362억원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원료를 원활하게 수급하는 것이지만, 배터리 생산량 자체가 줄고 광물 가격도 하락세로 접어들며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성일하이텍은 캐즘을 돌파하기 위해 적극적인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폈다. 원료를 많이 확보할수록 공정 효율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를 비롯한 국내 배터리 기업에서 받는 원료 비중이 컸지만 글로벌 공급처를 적극적으로 확보해 나갔다. 이에 따라 절반 이상이었던 삼성SDI 원료 공급 비중이 최근 20%까지 낮췄다.
핵심 거점에 생산을 집중시켜 설비 활용도를 높이는 ‘선택과 집중’ 전략도 실행했다. 성일하이텍은 전라북도 군산시 새만금에 2024년 준공한 연산 2만t 규모의 3공장에 생산 물량을 집중했다. 군산시에 위치한 1·2공장은 지난해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핵심 공장의 가동률을 회복해 수익 구조를 정상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성일하이텍의 전략은 적중했다. 2025년 1946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회복세를 보일 수 있었고, 올해 1분기 영업적자 폭을 크게 줄이며 흑자 전환을 가시화했다. 새만금 3공장의 가동률은 90%를 넘어섰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달 발간한 리포트에서 ‘스크랩의 안정적 확보와 함께 새만금 3공장의 가동률 상승에 따라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2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예상했다. 삼성증권도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유럽으로부터 블랙매스(원료) 투입 물량이 늘기 시작했고, 리튬·니켈 가격도 전분기 대비 상승하며 고정비 부담이 줄었다’며 2분기 흑자 전환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광물 가격 상승과 새만금 3공장 가동률 상승이 영업손실 폭을 줄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공급처 다변화 전략과 맞물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었고, 2008년부터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시작한 기술적 노하우도 캐즘의 타격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성일하이텍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재활용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저렴한 원료가 중심인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보다 재활용 기대수익이 낮다. 이에 따라 배터리 재활용 업계도 LFP를 주목하지 않았지만, 최근 리튬 가격이 크게 반등하면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실린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배터리 셀 제조사가 LFP 라인 전환에 적극적이고, LFP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점유율도 높아졌다”며 “LFP 원료 회수를 넘어 전구체 제조까지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고, R&D 진행 과정에서 배터리 기업 몇 곳으로부터 LFP 전구체 품질 인증을 받아 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직 중국 외 지역의 LFP 폐배터리 물량이 적은 상황이지만, 2027~2028년 스크랩 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LFP 사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기차 외 배터리 수요가 늘고 있고, 배터리 셀사의 공장 가동률도 50% 가까이 올라왔다”며 “미국·유럽이 비중국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나섰고, 유럽이 재활용 원료 의무사용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만큼 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