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경규가 19일 멕시코전에서 패배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기 운영에 대해 직격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과 홍명보 감독 / 뉴스1
이경규는 이날 네이버 치지직 '같이보기' 라이브 방송을 통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한국 대 멕시코 경기 중계에 함께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멕시코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이경규는 경기를 지켜보며 홍명보 감독의 선수 교체 타이밍을 문제 삼았다. 그는 "손흥민 선수를 너무 빨리 뺐다. 제가 생각했을 때는 손흥민 선수를 원톱이 아니라 왼쪽에 윙어로 썼어야 됐다. 그러면서 조규성 선수를 빨리 넣고 그래서 공이 올라오게, 크로스가 올라올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근데 그런 걸 하지 않고 너무 혼잡스럽게 막 선수 교체를 해버렸다. 계산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계산 없이 '너 나와', '너 들어가' 하니까 이게(경기가) 안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의 멕시코전 전술을 비판한 이경규 / 네이버 치지직 '갓경규'
실제로 홍명보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후반 12분 이재성과 손흥민을 동시에 빼고 황희찬과 오현규를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체코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오현규와 저돌적인 돌파력을 갖춘 황희찬을 앞세워 공격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였지만, 한국은 교체 이후에도 쉽게 경기 흐름을 잡지 못했다.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전반전은 양 팀이 팽팽하게 맞섰다. 균형이 깨진 건 후반 초반이었다. 후반 5분 한국 진영에서 골키퍼 김승규가 공중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기혁과 충돌하며 공을 놓쳤고, 이 틈을 놓치지 않은 멕시코의 루이스 로모가 흘러나온 공을 그대로 발리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한국은 오현규, 조규성, 양현준, 엄지성 등 공격 자원을 총동원해 동점골을 노렸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하고 한 골 차로 패했다.
멕시코전에서 선수 교체 준비하는 홍명보 감독 / 뉴스1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홍명보 감독은 패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준비한대로 오늘 잘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실점 장면이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남은 기간 동안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0-1 패배로 이어진 실점 장면에 대해서는 "그 안에 있는 콜 플레이가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에 대해선 아직 충분히 얘기를 듣지 못했다. 아쉬운 건 조금 미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런 장면에서 실수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반 중반 이후 경기력에 대해서는 "상대가 전반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나올 거라 예상했다. 거기서 볼을 잃더라도 어디서 잃을 것인가가 중요했다. 결과적으로는 상대에게 중요한 위치에서 뺏기면 숏 카운터를 맞게 된다. 최소한 전반 20분까지는 실점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선수들은 잘 지켜줬다. 리듬이 그 후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 압박이나 플레이를 우리가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한 경기 남아있다. 결과가 아쉽겠지만 고개 숙일 필요 없다. 마지막 경기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남은 마지막 경기 상대인 남아공과 체코의 2차전 경기를 지켜봤는지 묻자 홍 감독은 "봤다. 상대 주축 선수가 옐로카드로 못 나온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선수들의 정신력을 흐트려놓을 수 있다. 그런 부분은 배제해야 한다"면서 "남아공의 2경기를 봤는데 스피드, 피지컬이 좋다. 남은 기간 그 부분을 잘 준비해야 할 거 같다. 우리 플레이를 조직적으로 잘 준비해야 할 거 같다"고 답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를 마치고 아쉬워하는 홍명보 감독
한국은 이날 패배로 1차전 체코전 승리(승점 3)에 이어 승점이 3점에 머물렀고, 2승(승점 6)을 거둔 멕시코에 이어 조 2위 자리를 지켰다. 멕시코는 남은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조 1위와 32강 진출을 확정했다. 같은 시간 펼쳐진 체코와 남아공의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나 두 팀 모두 승점 1점(1무 1패)에 머물렀다.
한국은 오는 25일 멕시코 제3의 도시 몬테레이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A조 최종전인 남아공과의 경기를 치른다. 같은 시간 멕시코와 체코의 경기도 함께 열린다. 몬테레이는 멕시코시티, 과달라하라와 달리 고도가 거의 평지에 가까운 지역이다. 해발 15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한 달간 생활했던 홍명보호 선수들이 저지대로 내려가 어떤 경기력을 보일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는 48개국이 참가해 조 1·2위와 각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8개 팀이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동률 규정은 승자승, 골득실, 다득점, 페어플레이 점수 순으로 적용된다.
현재로서는 한국의 32강 진출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편이다. 남아공전에서 이기거나 비기면 조 2위가 확정돼 32강에 직행한다. 만약 체코가 멕시코를 잡고 한국이 남아공과 비겨 세 팀이 승점 4점으로 동률을 이루더라도, 한국이 승자승 원칙에 따라 2위, 체코가 3위로 정리된다.
남아공전에서 패하더라도 진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멕시코가 체코를 이기거나 비길 경우 한국은 조 3위로 내려앉게 되는데, 이 경우 승점 3점을 기록한 여러 조 3위 팀들 사이의 골득실 비교가 중요해진다. 현재 골득실이 0인 한국이 남아공에 한 골 차로 지면서 득점에도 성공한다면 와일드카드로 32강에 합류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한국과 멕시코가 동시에 패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체코와 남아공이 골득실로 조 2·3위를 나눠 갖고 한국은 조 4위로 탈락하게 된다.
조 2위로 진출할 경우 한국은 오는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B조 2위 팀과 32강전을 치른다. 현재 B조에서는 캐나다와 스위스가 1승 1무로 나란히 선두를 달리고 있어, 두 팀 중 하나와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조 3위로 밀려날 경우에는 독일이 속한 E조나 벨기에가 속한 G조의 1위 팀과 32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벤치에서 멕시코전 경기 바라보는 손흥민 / 뉴스1
한편 한국 대표팀의 조 2위 진출 전략과 관련해 이경규가 앞서 내놓은 발언도 재조명받고 있다. 이경규는 체코와의 1차전을 앞둔 지난 1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갓경규'에 올린 영상에서 김환 아나운서와 함께 조별리그 전망과 대표팀 전술을 분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경규는 "첫 경기인 체코전만 확실히 잡고 간다면 멕시코전은 사실 져줘도 크게 상관없다"며 "우리가 조 2위로 32강에 올라가면 다음 토너먼트 경기를 미국 LA에서 치르게 된다"고 말했다. 조 2위로 올라가 LA에서 경기를 치르면 막강한 교민 응원 인프라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취지였다.
당시 이경규는 대표팀이 무난히 32강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조별리그 상대인 멕시코를 향해서는 과감한 '패배 용인론'을 펼쳤다. 그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등 우리는 역사적으로 멕시코만 만나면 약해졌다"면서 "더군다나 이번에는 멕시코가 공동 개최국으로서 강력한 홈 이점까지 안고 싸운다"고 짚었다.
이경규의 멕시코전 패배 용인론에는 치밀한 '지리적 이동 전술'이 깔려 있었다. 대표팀이 조 2위로 32강에 진출하면 다음 경기 장소가 미국 LA로 정해지는데, LA에는 교민 응원단이 두텁게 형성돼 있어 훨씬 좋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논리다. 이경규는 "LA로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멕시코전 결과는 이경규가 예견한 시나리오와 맞아떨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한국은 남아공전 결과에 따라 조 2위로 32강에 직행해 LA에서 경기를 치를 수도 있고, 조 3위로 내려가 와일드카드 진출을 노리거나 탈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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