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이세민 기자]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이 HBM4E로 옮겨붙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HBM4E 12단 샘플을 먼저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한 데 이어, SK하이닉스도 약 20일 만에 주요 고객사 샘플 공급을 공식화하며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양사의 HBM4E 12단 제품은 핵심 사양에서 상당 부분 겹친다. 두 회사 모두 핀당 최대 16Gbps 속도와 48GB 용량을 제시했다.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대용량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고, 차세대 AI 가속기의 메모리 병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삼성전자 HBM4E는 단일 스택 기준 초당 3.6TB 대역폭을 제공한다. 1c, 10나노급 6세대 D램과 자체 4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 로직 다이를 적용한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에너지 효율은 전작 대비 16%, 열 저항 특성은 14% 이상 개선했다.
SK하이닉스 HBM4E는 에너지 효율을 20% 이상 개선한 점을 강조한다.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적용해 12단 적층 기준 48GB 용량을 구현했고, 열 저항을 기존 HBM4 대비 약 17% 낮춰 고성능 컴퓨팅 환경에서 안정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공정 통합 경쟁력과 선제 샘플 공급, 8단·16단까지 이어지는 라인업 확장 계획을 부각하고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검증된 양산 경험, 주요 AI 고객사와의 공급 실적, MR-MUF 기반 열 관리 노하우를 앞세운다.
업계에서는 HBM4E 경쟁의 승부처가 단순한 샘플 출하 시점이 아니라 고객 인증과 양산 안정성에 있다고 본다.
AI 가속기 업체들은 메모리 속도뿐 아니라 발열, 전력 효율, 패키징 안정성, 장기 공급 능력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기 때문이다.
특히 HBM은 고객사별 맞춤형 요구가 강한 제품이다. 같은 16Gbps, 48GB 제품이라도 실제 AI 가속기에 탑재되기까지는 고객사 플랫폼과의 호환성, 수율, 공급 일정, 가격 조건이 모두 맞아야 한다.
이 때문에 초기 샘플 공급은 출발점일 뿐, 대규모 공급 계약이 최종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추격은 분명히 매섭다. HBM4 양산 출하에 이어 HBM4E 샘플까지 먼저 내놓으며 ‘차세대 제품 선점’ 이미지를 확보했다.
여기에 메모리와 파운드리 역량을 결합한 구조는 맞춤형 AI 메모리 시대에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방어력도 만만치 않다. 이미 HBM 고객 생태계에서 축적한 신뢰와 공급 경험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
특히 주요 AI 반도체 고객들이 안정적인 공급과 검증된 품질을 중시하는 만큼, 기존 공급망에서 SK하이닉스가 가진 지위는 여전히 강력하다.
결국 HBM4E 경쟁은 ‘삼성의 역전’과 ‘하이닉스의 수성’이 맞붙는 구도가 됐다. 삼성전자가 빠른 샘플 공급과 공정 경쟁력으로 고객 인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SK하이닉스가 기존 고객 기반과 양산 역량을 바탕으로 차세대 제품에서도 주도권을 이어가느냐가 관건이다.
AI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언어모델 수요가 폭발하면서 HBM은 메모리 업계의 핵심 승부처로 떠올랐다.
HBM4E에서 누가 먼저 안정적인 양산 물량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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